제 2회 글알못 팬픽대회 썸네일형 리스트형 창천(蒼天) - 비표면작용제 창천(蒼天) 당신은 담수에 사는 공주님, 바다를 아직 알지 못하지. 매일같이 둥글고 아름다운 돌을 모으며 오늘도 노래하네. - 미혹의 죽림. 특별한 것 아무것도 없이,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푸른 대나무들만 길게 줄지어 늘어서있는 녹색의 바다. 말 그대로 미혹의 공간. 외지인이 한 번 이 곳에 들어서면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나조차 이 곳에 들어선 이래로 몇 년을 살았지만, 가끔씩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이 곳에 들어선 인간들은 웬만해서는 그 끝이 좋지 않다. 아주 운이 좋아서 백발의 인간이나 토끼귀를 한 소녀를 만나지 않는 한 얼마 지나지 않아 유골만이 남게 될 뿐이지. 죽림에서 산쪽을 향해 가다보면 넓은 호수가 하나 있다. 이른바 안개의 호수라 불리는 거대한 호수로, 근처에 폐옥이나.. 더보기 비는 무심하게도 - 장기짝 그녀는 낯선 곳에서 끌려가고 있었다. 끌려간다기보다는, 가마 위에 모셔져 가고 있었다. 모두 절박한 표정이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래 봐야 소용없을 줄 알면서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그녀를 모시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녀는 그저 가마 위에 모셔진 채로, 묶인 채로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절박한 행렬은 이윽고 멈췄다. 앞서가던 사람들은 양쪽으로 나란히 갈라지고, 가마는 그에 맞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호수가 나타났다. 넓지도 않고, 딱 보기에도 깊어 보이지도 않는 호수.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녀가 막연히 알던 호수의 모습과는 어딘가 달랐다. 이내 그녀는 깨달았다. 이 호수는 원래 이렇게 얕은 호수가 아니라고. 수면 근처에 드러난 진흙과 수목의 경계만 봐.. 더보기 Qui, animi vi prope divina - 동프학선언 1 십여 년 만에 바깥 쪽의 모리야 신사를 방문하기로 한 카나코와 스와코는 덜컹거리는 열차에 둘만 앉아 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르게 하는 이 열차 안은 신들에게조차 나른해서, 카나코는 도착이 임박한 것도 모르고 평소 같지 않게 상념에 젖어 있었다. 아직 모리야 신사가 바깥에 있었을 때, 하루는 모리야 신사의 일행들이 모두 사나에를 따라 야구 경기를 관람한 일이 있었다. 사나에는 그가 응원하는 팀이 좋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었음에도 열을 올려 응원을 했고, 그것은 같은 팀을 응원하는 다른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카나코는 사나에가 즐거워하니 따라 웃으면서도, 미소에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섞을 수밖에 없었다. 카나코는 만석의 경기장을 천천히 바라보며 이런 열광에 주목한 몇몇 신들을 떠올렸다... 더보기 장미 - 잉딱 오늘도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은 시원하다. 요정들은 떠들썩하고 그 소란에 흔들리는 풀들의 냄새는 향긋하다. 지나오던 길에 낮은 나무에서 딴 열매를 한 입 베어 무니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왠지 모를 행복감에 가만히 서서 히죽 웃어버린다. 그러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목적하는 곳은 딱히 없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사실 어디가 됐든 상관없다. 정신을 차려 보면 항상 처음 보는 풍경들이다. 한참을 걸었을 것이라는 예상만 할 수 있다. 그런 것 치곤 까만 구두의 광택은 바래지 않고 있다. 검은 모자와 노란 셔츠, 초록빛 치마도 먼지 하나 묻어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러면 무엇이 중요한가? 지금은 저 멀리서 춤추고 있는 멘레이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중요하다... 더보기 치르노는 치르노 일까요 - 촉촉한촉수 치르노는 치르노 일까요? 1장 치르노가 죽었다. 살해법은 둔기에 의한 폭행, 얼마나 많이 떄렸는지 얼굴이 함몰되었다. 깨진 뼈 사이로 흐르는 골수,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뇌수, 처참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처참한 시체. 이번 주에만 벌써 3번째, 범행은 갈수록 잔인해져만 가고 있다. 범행 간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치르노 라는 것, 그리고 얼굴을 훼손했다는 것. 범인이 누구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피해자의 대인 관계는 대체로 양호했다. 짓궂은 장난을 자주 쳤지만, 그건 말 그대로 어린애 장난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불쾌해 하기보다는 재미있다고 여겼다. 혹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었으나, 요정의 장난에 저 정도로 분개하는 사람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요괴의 소행일 가.. 더보기 천하제일인 치르노 - ㅁㄴㅇ 평소라면 잠들 고도 남았을 새벽, 치르노는 책상에 앉아 붓과 씨름 중이었다. "아니.... 이게 아냐.... " 이미 수도 없이 붓을 집어던졌던 치르노는 또 한 번 붓을 집어던졌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붓을 주웠다.. "여기를 좀 더 길게 늘리고..." 치르노의 붓 끝이 부드럽게 휘었다. 아무 것도 안 보여. 아무 것도 안 보여. 아무 것도 안 보여. 대요정이 신경을 쓰든 말든 치르노는 제 할 일을 했다. 그러니까, 대요정과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던 행동. 즉, 앞머리를 쓸어 올렸단 뜻이다. 대요정은 결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대로 두면 자신이 알은 체 할 때까지 치르노가 저 짓을 반복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치르노 머리에 그건 뭐야.... 더보기 한식 - traditionalrock 샘처럼 왔던 봄은 채 영글지 못한 볕을 내어 뿌리어 주다 잠이 너무나도 깊이 든 이들에 싫증이라도 난 것인가, 어느새 더 이상 느껴지지가 않지만, 그 빛 아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자라왔던 초목은 제 명을 뒤늦게라도 완수하려는 듯이 어느새 온 산을 뒤덮고 푸르름을 장성한 몸으로 자랑한다. 무수히 쌓인 초목 그 제일 윗가지에 구름 위에 앉아가듯 살포시 내려다 앉아 귀 건드리는 어느 소리를 따라 날아가면 가 하나가 물 섞인 물감처럼 주변을 색칠하며 고고히 흐르고 있다. 거슬러 거친 바위틈을 스쳐 내려와 조밀한 자갈밭에 내려와 한 연못에 물 떨어지는 소리를 따라 내려오니 연꽃잎 위에 개구리 있어 그 소리를 들으며 노닌다. 바위들만이 덩그러니 놓인 옛 산성 터에 서다. 밤이 되면 아직은 여름이 아.. 더보기 들고양이 첸의 우울 - 문적문 나는 들고양이들의 대장이자 100년을 산 네코마타이며 야쿠모 란의 식신이다. 나는 나면서부터 털빛이 검었기에 모두가 불길하다고 여겼으며 그들의 바람대로 재액을 몰고 다녔다. 나는 첸이다. 첸이란 이름은 야쿠모 란에게서 받았다. 수많은 들고양이들을 이끌며 들판을 떠돌던 내 삶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뒤바꿔버린 그 사람이 준 이름이다. 노회한 들고양이 대장이었던 이름 없던 시절에 인간들을 습격하던 도중 야쿠모 란의 눈에 띄었고 요수답지 않은 지혜가 맘에 든다며 일방적으로 식신이 되었다. 나는 들고양이들의 대장이었다. 식신이 되고 나서 걸음마부터 예절까지 식신으로서 구실하기 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홀로 설 수 있도록 야쿠모 란에게 이것저것 교육받았다. 그 기간만 장장 1년이었다. 하루살이 같은 인생인 들고양이들.. 더보기 미래를 보는 기계 - ㅋㅂ(218.158) [미래를 보는 기계가 화제! 당신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있나요?] "........" 바스락 소리를 내며 레이무가 텐구발 신문을 접는다. 최근 유행하게 됐다는 '미래를 보는 기계'가 환상향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홍마관과 갓파의 합동 사업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운명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홍마관 당주가 능력을 제공해 만들어진 갓파 기술력의 총본산이다. 생긴건 텐구 기자들이 들고 다니던 사진기와 똑같다. 보는 입장에서 빛을 보면 안되는건지 아니면 혼자만 보라는 뜻인건지 기계 뒷면에 검은 천을 달아놓아서 사용자가 천 안으로 들어와 버튼을 누르면 그 안에서 화면을 통해 나타나는 미래를 보는 구조로 되어있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미래를 볼 수 있으며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더보기 덜 지하로부터 - 1.218 지금이야. 자루에서 잘려나간 인간의 머리를 꺼내 머리 위로 던진다. 우산을 두 손으로 받춰 잡고 머리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휘두른다. 시취가 포물선을 그린다. 머리통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꼬치구이가 구워지고 있는 석쇠에 떨어진다. 눈알구멍에서 튀어나온 구더기가 숯에 쳐박혀 튀어오른다. 군중의 웅성거림이 커진다. 비명을 시작으로 군중속에 섞인 동료들은 각자의 주머니에서 하나 둘 머리를 던진다. 연설을 주도하던 대텐구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준비해 온 경축사를 계속 낭독한다. "오니들의 손아귀로부터의 해방은 폭력에 대한 자유의 승리입니다."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홈런. 푹 썩어 살점 몇개가 간신히 매달린 어느 인간의 두개골이 대텐구의 머리에 직격했다. 우리에게로 내리쬐..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