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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글알못 팬픽대회

창천(蒼天) - 비표면작용제

 

 

 

창천(蒼天)

 

 

 

당신은 담수에 사는 공주님, 바다를 아직 알지 못하지.

매일같이 둥글고 아름다운 돌을 모으며 오늘도 노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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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혹의 죽림.

특별한 것 아무것도 없이,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푸른 대나무들만 길게 줄지어 늘어서있는 녹색의 바다.

말 그대로 미혹의 공간. 외지인이 한 번 이 곳에 들어서면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나조차 이 곳에 들어선 이래로 몇 년을 살았지만, 가끔씩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이 곳에 들어선 인간들은 웬만해서는 그 끝이 좋지 않다. 아주 운이 좋아서 백발의 인간이나 토끼귀를 한 소녀를 만나지 않는 한 얼마 지나지 않아 유골만이 남게 될 뿐이지.

죽림에서 산쪽을 향해 가다보면 넓은 호수가 하나 있다. 이른바 안개의 호수라 불리는 거대한 호수로, 근처에 폐옥이나 대저택이 있으며 항상 안개가 껴 있어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물고기 한 마리 살지 않는, 생명이 멎은 죽음의 호수. 단지 요정들만 그 주위를 배회하며, 인위적인 활기찬 분위기를 내고 있다.

 

내가 아까 죽음의 호수라고 언급했던가. 사실 이 호수는 완전히 생명이 멎어있지는 않다. 분명 평범한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특히나 환상적인 생명체가 이 곳을 혼자서 지키고 있다. 바깥 세계의 시시한 동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무언가 - 바로 인어가.

와카사기히메는 이 호수의 유일한 거주민이다. 이전에 배가 고파 이 호수까지 왔을 때 처음 조우했고, 분명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서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많이 친해졌다. 그녀는 본성이 물고기라 이 호수 바깥으로 나가지를 못하니 항상 내가 먼저 와서 함께 놀아준다. 비좁은 환상향의 더 좁은 호수. 그녀가 아는 세상은 그게 전부고, 호수 바깥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미지의 새로운 땅이리라. 내가 죽림과 인간 마을, , 그리고 신사 등에 관한 얘기를 해주면, 그녀는 귀를 기울이곤 마치 자기가 그 자리에 있는 상상을 하는 것처럼 즐거워한다.

 

그녀는 이 호수를 나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아니면 혹시라도 그녀가 스스로를 이 곳에 가둔 것일까. 그럴 일은 없겠지와카사기히메와 처음 만난 날의 기념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어느 날 밤 나는 우연히 생각했다. 나는 그녀에게 이 작은 모형정원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를, 아니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자가 누가 있을까? 문득, 옛 적의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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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에 헤엄치는 인어여.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인어여.

빛나는 태양보다 반짝이는 그대의 눈동자는 푸르른 남옥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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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숲.

어둡고, 습하고, 기분나쁜 숲. 알 수 없는 메아리가 푸르른 소리의 바다에서 서성이며 헤엄친다.

이름 그대로의 몽환적인 공간. 마법을 실체화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내가 사는 죽림만큼은 아니지만 이 곳 또한 외지인이 함부로 발을 들이기 힘든 지역이다. 비록 이런 곳에 사는 자들이 있다곤 하지만, 기괴한 동식물들이 잔뜩 있는 이런 곳을 대체 그 어느 사람이 맨정신으로 가겠는가.

나도 이 곳을 처음 가 보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때도 배가 고파서였지만아무튼 한 번 와 본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헤매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찾아갈 수 있었다.

키리사메 마법점. 지난번 역양이변인지 반역이변인지 하던 사건이 있던 날 밤에 만났던 금발의 인간이 사는 곳이다. 인간 마을에서 여러 정보를 취합해본 바 그녀는 마법사다. 자칭인지 타칭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여러가지 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고, 또 연금술 쪽에 능한 듯 하다. 그녀에게 이야기해보면 와카사기히메가 바깥 세상을 볼 기회를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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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에 뛰어드는 인어여, 그대의 녹빛 비늘엔 무지개가 비치니,

수면의 반사광보다 눈부신 그대의 눈동자는 푸르른 남옥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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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준비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법의 비약이 준비된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이제 그 마녀가 준비해준 이것을 호수에 살짝 타면 그녀는 물 밖을 거닐 수 있게 된다. 이 깜짝 선물을 주고 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벌써부터 함께 이 환상향을 거닐 그 순간이 기대된다. 이제 그녀는 푸른 하늘의 밖에서 천공을 바라보며 헤엄치게 될 것이다.

 

비닉된 절경의 그대를 위해. 아름다운 물거품의 공주님을 위해. 그대가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무엇이든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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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여, 이 쪽빛 하늘을 바라보고 웃어주기를.

비경에 피어난 한 송이의 꽃이여.

물결보다 더 아름답게 반짝이는 그대의 눈동자는 남옥석보다 더 화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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