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들고양이들의 대장이자 100년을 산 네코마타이며 야쿠모 란의 식신이다.
나는 나면서부터 털빛이 검었기에 모두가 불길하다고 여겼으며 그들의 바람대로 재액을 몰고 다녔다.
나는 첸이다.
첸이란 이름은 야쿠모 란에게서 받았다. 수많은 들고양이들을 이끌며 들판을 떠돌던 내 삶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뒤바꿔버린 그 사람이 준 이름이다.
노회한 들고양이 대장이었던 이름 없던 시절에 인간들을 습격하던 도중 야쿠모 란의 눈에 띄었고 요수답지 않은 지혜가 맘에 든다며 일방적으로 식신이 되었다.
나는 들고양이들의 대장이었다.
식신이 되고 나서 걸음마부터 예절까지 식신으로서 구실하기 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홀로 설 수 있도록 야쿠모 란에게 이것저것 교육받았다. 그 기간만 장장 1년이었다.
하루살이 같은 인생인 들고양이들에게 1년이란 세월은 구성원의 3분지 1이 바뀌고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낙오자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기본적인 교육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리를 찾아 짐승의 길과 요괴의 산을 뒤진 끝에 만난 내 무리는 덩치만 커다란 애송이가 이끌고 있었고 내가 이끌던 때보다 반 이상 줄어있었다.
그러나 덩치 큰 애송이는 덩치에 걸맞게 흉폭한 성질과 답지 않은 전투기술이 있었고 새로운 몸을 가진 지 갓 1년된 난 그녀석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석은 내가 암컷인 것을 알고 나선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는지 만신창이가 된 나를 내버려두고 무리를 이끌고 사라졌다.
그날, 난 무리를 잃고 대장이라는 직함을 잃고 100년을 넘게 살았다는 자부심도 잃었다.
답답한 마음과 상처뿐인 몸뚱이를 이끌고 돌아온 곳에 야쿠모 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저녁 희끄무레한 그림자에 휩싸인 야쿠모 란은 여유로운 손놀림으로 아홉 개의 꼬리를 손질하며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야쿠모 란은 나를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손질을 멈추고 내가 인형인 것마냥 품에 안았다.
온몸이 흙과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누가 봐도 더럽기 짝이 없던 날 야쿠모 란은 거리낌없이 품에 안았다.
노회한 네코마타의 자부심은 잃었으나 그 나이 먹고도 울만큼 부끄러움을 모르진 않았다.
야쿠모 란은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처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옷을 벗기고 날 욕실로 데려가 씻겼다.
야쿠모 란의 상냥한 손길은 물을 피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잠재웠고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서 우습게도 상종할 수 없는 두 가지 욕망을 느꼈다.
하나는 이젠 기억에도 없는, 풍화되다 못해 썩어 문들어졌을 내 어미의 혓바닥질이었다. 어미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따뜻함만은 100년이 넘어서도 기억한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다른 하나는 다 삭아 없어졌을 번식에 대한 욕구였다. 암컷이 암컷에게 발정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그 대상이 날 이 꼬라지로 만들어 모든 것을 박탈시키고 자기 좋을 대로 가지고 노는 야쿠모 란이라는 것은 우습다 못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내 나이가 100줄이 넘었다. 긴 세월을 살아가며 암컷으로서 낳은 새끼만 백에 가까우며 그것도 20줄이 넘으니 새끼는커녕 발정조차 나지 않게 되었었다.
한낱 고양이에게 허락된 천수를 넘어 생명체로서의 육신은 삭고 오직 인간들에게서 받는 악의와 증오로 이루어진 내가 식신이 되었다고, 새로운 육체를 받았다고 해서 애정과 욕구를 느낀다라.
따뜻한 물이 머리카락에서부터 몸통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나처럼 옷을 벗은 야쿠모 란의 알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가 내 머리를 씻겨줄 때 내 눈앞에선 커다란 유방이 흔들거렸다. 비누거품이 눈에 들어가 따가우면 황급히 손을 들어 눈을 씻고 다시 쳐다봤다.
시선을 살짝 내리면 아담한 배꼽과 펑퍼짐한 골반이 보였다. 그 밑에는 낯선 인간여성의 성기가 갈대처럼 수북한 털에 뒤덮여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끝이 그쪽으로 향할 때마다 난 야쿠모 란과 내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격차를 되새겼다.
야쿠모 란은 내 머리를 감겨주는 걸론 모자랐는지 이번엔 복슬복슬한 스펀지에 비누거품을 내더니 조심스럽게 내 몸을 문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따뜻한 손이 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어깨를 감싸 쥐었고 복슬복슬한 스펀지는 한껏 발정해서 예민해진 피부를 따라 부드럽게 거품으로 된 길을 냈다.
혼란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발정난 개처럼 야쿠모 란에게 뛰어들고 싶었다. 남성기가 없는 이상 어떻게 교미할 것인지에 대한 것은 둘째치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낯간지러운 여성기에 전신을 파묻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야쿠모 란이 보여주는 이유 모를 모성애에 감화된 내 마음 한켠에서는 야쿠모 란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말하고 싶고 야쿠모 란의 주변을 맴돌며 내 냄새를 묻히고 싶고 유방에 붙어서 젖을 빨고 싶었다.
그때 스펀지가 내 유두를 스쳤다.
머릿속에 낯선 쾌감이 내달리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야쿠모 란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아, 그래. 2개로 줄어든 내 유두는 새끼를 키울 때처럼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야쿠모 란은 그걸 발견하고 저러는 것이리라.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야쿠모 란은 점점 얼굴이 빨개지더니 스펀지를 내 손에 쥐어줬다.
“흠, 스스로 할 수 있지?”
나는 짓궂게도 그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나는 갈 곳을 잃은 야쿠모 란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스펀지를 돌려줬다. 야쿠모 란이 꼼지락거리며 손을 빼려고 하자 난 그 손을 세게 붙들었다.
“전 란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그래, 지금은 참아야 할 때다.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난 욕망과 이성이 시키는 대로 스펀지를 쥔 그녀의 손을 내 자그마한 유방 위로 이끌었다.
“란님, 마저 씻겨주세요.”
야쿠모 란의 뜨거운 시선과 손길이 느껴졌다.
그래, 언젠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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