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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글알못 팬픽대회

말괄량이 조각가 - 피네

 

https://www.youtube.com/watch?v=SGDYaTcUHlM&t=491s

 

(재생하면서 읽다가 힘 빠질 것 같으면 재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환상향의 바다는 슬픈 빛깔이네…”

 

 

“치르노, 여기 바다가 아니라 호수야.”

 

 

“…”

 

 

어쨌든! 우린 호수에서 개구리를 얼리며 놀고 있었어.

 

 

부스럭.

 

 

풀숲에서 소리가 저렇게 크게 나다니, 제법 큰 놈인 것 같은데 실력 행사 좀 해볼까!

 

 

나는 풀숲을 향해 이 몸의 엄~청 짱 쎈 스펠 동부「퍼펙트 프리즈」을 날렸고, 큰 개구리는 빠른 속도로 내 스펠을 피하며 우리에게 다가왔어.

 

 

“어떤 녀석이야, 나에게 싸움을 거는 놈이!”

 

 

개구리 모자를 쓰고 있는 이상한 녀석은 우리에게 말을 걸었어.

 

 

“내가 누군지 알고…”

 

 

“잠깐, 여기에 있던 개구리 못 봤어? 꽤 큰 녀석이였다구.”

 

 

“그게 바로 나라구!”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녀석이네.

 

 

자신을 스와코라고 소개한 개구리 모자는 자기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냐며 있지도 않은 가슴을 폈어.

 

 

대요정은 뭔가 눈치채고 벌벌 떠는 것 같던데. 뭐, 상관없나.

 

 

“네가 어디서 뭘 하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내 개구리나 내놓으시지!”

 

 

스와코는 대요정에게 말을 걸었어.

 

 

“너희는 항상 개구리를 얼리면서 노는 거야?”

 

 

“아 앗, 네혯…”

 

 

대요정은 왜 꼬맹이 상대로 혀가 꼬이는 거야.

 

 

흥, 이 몸한테 걸리면 한주먹거리도 안 될 텐데.

 

 

“힘없는 개구리를 괴롭히지마!”

 

 

스와코는 화가 많은 소녀네…

 

 

“그렇지만 개구리들은 저항도 못 하고 얼려지니깐 이 몸이 최강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단 말이야.”

 

 

“그런 건 개구리를 얼릴 합당한 이유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구먼.”

 

 

“내가 특별히 ‘어른의 놀이’를 알려주지”

 

 

***

 

 

스와코는 우리에게 연을 던졌어.

 

 

“이건?”

 

 

“연날리기라고 알려나? 요즘 카나코랑 빠져있는 놀이야. 꼬맹이들에게 자극이 너무 세려나?”

 

 

아니, 연날리기라고? 그게 언제적 놀이야…

 

 

“모, 모리야님, 이건 10년 전 즈음에 유행하던 놀이예요.”

 

 

“우우… 그럼 이건 어때!”

 

 

스와코가 꺼낸 것은 *하네츠키였어.

 

* 하네츠키(羽根突き): 배드민턴과 유사한 일본의 전통 놀이, 공을 떨어트리면 얼굴에 먹을 칠하는 벌칙을 하기도 한다.

 

“우리보고 유치하다던 사나에까지 재밌게 즐기던 놀이지. 이번엔 자신 있어!”

 

 

“하네츠키는 작년에 유행하던 놀이라구. 너, 친구 없지?”

 

 

스와코는 무릎까지 꿇으며 절망했어.

 

 

이 몸이 너무 정곡을 찔렀나봐.

 

 

대요정은 새파랗게 질려서 계속 사과했는데, 혹시 스와코는 이 곳의 대장인 거야?

 

 

“하하하하하, 최고구나 너. 날 여기까지 몰아세우다니. 비장의 수단을 꺼내볼까.”

 

 

스와코는 모자에서 네모난 칼을 꺼냈어.

 

 

저 녀석은 모자에 저런 위험한 걸 넣고 다니는구나… 다음에 만났을 땐 모르는 척하자.

 

 

“치르노, 이 조각칼로 얼음 조각상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때?”

 

 

조각칼? 조각상? 어려운 단어가 나와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일단 재밌어 보여서 해보기로 했어.

 

 

“우선, 네가 큰 얼음을 만들어봐.”

 

 

나는 엄청나게 큰 얼음을 만들었어.

 

 

“이야~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시원하네. 너, 우리 신사에 와서 얼음 좀 만들고 가.”

 

 

“그게 무슨 소리얏!! 빨리 재밌는 거나 알려달라고!”

 

 

“요즘 애들은 급하구먼. 그럼 이 조각칼로 저 얼음을 깎아봐”

 

 

“이렇게요?”

 

 

대요정은 뚝딱뚝딱하며 스와코랑 똑 닮은 얼음 인형을 만들어냈어.

 

 

뭐야 저 녀석, 스와코한테 점수 얻고 싶은 거야?

 

 

젠장, 여기선 이 몸의 힘을 보여줘서 대요정을 다시 내 편으로 만들 수밖에 없겠네!

 

 

 

***

 

 

“이거 뭐야아, 너무 어렵잖아아…”

 

 

몇 번을 네모난 칼로 때려봐도 대요정처럼 예쁜 모양이 안 나오네.

 

 

“너는 힘을 너무 주고 깎잖아. 이리 줘봐.”

 

 

스와코는 내게서 네모 칼을 가져가고 대요정처럼 뚝딱뚝딱 개구리 모양의 얼음 인형을 만들어냈어.

 

 

“여, 역시 모리야님, 대단하세요!”

 

 

칫, 나도 대요정한테 저런 말이 듣고 싶은 것뿐인데…

 

 

“재미없어, 나 이제 집에 갈래!”

 

 

몸을 돌려서 집에 가려던 그때,

 

 

“스와코님 여기 계셨군요! 얼마나 찾았다고요.”

 

 

초록 머리 무녀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어.

 

 

“와! 이 얼음 조각상 센스 좋은데요? 누가 만든 거예요?”

 

 

이제야 이 몸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는군. 늦었잖아!

 

 

“흐응, 이 정도는 이 몸에겐 껌도 안되지. 시간이 남으니깐 더 놀아주겠어!”

 

 

우리는 해가 떨어질 때까지 얼음 인형을 만들며 놀았어.

 

 

***

 

 

“사나에, 너 정말로 저런 조각상이 맘에 든 거야?”

 

 

“네, 정말 멋지지 않나요? 하마를 저렇게 귀엽게 표현하다니.”

 

 

“저건 개구리인데?”

 

 

"뭐, 어때요!"

 

 

 

그녀의 미적 감각이 뒤틀렸다는 사실은 환상향의 상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치르노는 알지 못했다.

 

 

***

 

 

“레이무, 너 그 소식 들었냐?”

 

 

신사에 놀러 온 마리사가 새로운 소식을 들고 왔다.

 

 

“숲에서 개구리들이 얼린 채로 발견되는 일이 줄어들었대.”

 

 

“치르노도 이젠 철이 들었나 보네?”

 

 

“좀 미묘해. 대신에 얼음 조각상을 만든다더라? 그것이 인요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서 얼음조각 경연대회가 열렸다는 모양이다.”

 

 

“저번에 치르노가 조각상 만드는 건 봤는데 그게 결국 유행이 될 줄이야…”

 

 

하여튼, 치르노와 엮이면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다.

 

 

“오늘, 그 경연대회의 우승자를 발표했어. 나는 방금까지 구경하다 왔지. 어때, 넌 누가 우승할 것 같냐?”

 

 

‘마리사도 할 짓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호외요 호외!”

 

 

“어, 오늘의 휴지 왔다.”

 

 

“레이무, 본인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좀 어떨까 싶다.”

 

 

아야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읽어달라구요.”

 

 

“너보다 마리사 쪽이 소식이 더 빠른데 굳이 읽어야 하니?”

 

 

“이번 호는 환상향에서 실시간으로 화제인 이야기가 담겨있다니깐요. 오늘만큼은 읽어주세요. 이러니깐 낙원의 무녀가 유행에 뒤쳐져있…"

 

 

“시끄러워, 평소에는 자기도 유행 다 지나서 신문에 싣는 주제에.”

 

 

나는 아야를 가볍게 때리며 신문을 펼쳤다.

 

 

붕붕마루 신문에는 아까의 웃기지도 않은 경연대회의 우승자가 담겨있었다.

 

 

“레이무 씨, 그런 건 내버려 두고요, 그 밑에 자그마한 사진 좀 봐보세요.”

 

 

우승자 밑에는 꼴등인 치르노가 울음을 참는 사진이 있었다.

 

 

“개구리 얼리기를 그만두고 얼음 동상 조각에 전념하겠다니…”

 

 

“그래요. 치르노 씨가 꼴등을 하고 나서 치르노 씨 주가가 급락해서 큰일이라니까요. 크흠, 마지막 단어는 잊어주세요.”

 

 

“너, 주가가 무슨 말이야. 확실히 말해. 지금 당장.”

 

 

“알았어요, 말하면 되잖아요. 그러니깐 제 멱살 좀 내려놓고 얘기합시다. 네?”

 

 

아야의 말로는 최근, 심심한 텐구와 캇파 사이에서 바깥 세계의 주식이라는 것을 인요들의 이름을 본떠 흉내 내고 있다고 한다.

 

 

“가자, 마리사. 내 감이 무언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

 

 

“오랜만에 일거리구만! 그런데 아야, 그걸로 얼마나 벌었냐?”

 

 

“됐고, 빨리 오기나 해.”

 

 

아야는 우리를 배웅하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제가 얘기했다고 말하면 안돼요!”

 

 

…무시 무시, 난 못 들은 거야.

 

 

 

그렇게 치르노는 얼음 조각가가 되었다.

 

 

아무도 안 알아주지만 말이다.

 

 

치르노는 곳곳에 얼음 조각상을 왕창 만들었고 여름에 그것들이 모두 녹아버려 환상향에 물난리가 일어났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

 

 

지금은 치르노가 개구리를 얼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 생각하자.

 

 

잠깐만, 개구리든 조각상이든 귀찮은 건 똑같은 거 아닌가?

 

 

 


 

개구리를 괴롭히며 우월감을 느끼는 치르노는 스와코의 영향으로 지배욕을 얼음 조각으로 충족한다는 '주제2 승화'의 이야기입니다. 주제랑 안맞는 것 같기도하고 애매해서 폐기하려고 했는데 다듬어서 올려봤어요. 이번엔 아예 개그물로 갔는데 재밌는진 모르겠네요. 최대한 재밌게 할려고 패러디나 디시콘도 시험삼아 넣어봤는데 어떠신가요? 옛날 네이버 블로그 연재글이 떠올라 약간 오글거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ㅋㅋ. 중간에 익숙한 대사가 몇 개 있을껍니다. 원작의 대사도 여럿 빌려왔습니다. 개그물치고 분량이 너무 많아서 집중이 되셨는지 모르겠지만 한 분이라도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