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베러 왔다. 이야기는 그 뒤다.”
https://www.youtube.com/watch?v=cOkNt_V0et0
“나 왔어~”
“웬 놈이냐!”
오늘도 백옥루를 지키는 요우무.
그녀는 소리가 난 쪽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유감스럽게도 소리의 근원지에는 그녀의 주인이 서있었다.
“어라 요우무,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걸까나?”
“앗, 유유코님. 실례했습니다!”
연회가 연속으로 열리던 그 날 이후로, 요우무는 이상하리만치 난폭한 성격이 되었다.
“요우무, 백옥루를 지키는 건 좋지만 주인까지 베려고 하다니.”
“죄송합니다. 유유코님… 표현하기 어려우나, 무언가를 베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잠시 누관검을 보여주겠니?”
유유코는 누관검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누관검 좀 빌릴게. 잠시 외출할 테니 백옥루를 지키고 있으렴. 이번엔 주인은 베지 않기~”
“너무하세요. 유유코님…”
의기소침해하는 요우무를 보며 그녀는 작게 웃었다.
***
“유카리, 이 검을 봐봐. 무언가 느껴지는 거 없어?”
“어라, 오랜만에 보네? 유유코, 오자마자 하는 말이 그거니?”
“됐으니깐 빨리 보기나 해, 이상한 요기가 느껴지지?”
“잘 알고 있잖아. 근데 이 검이 왜?”
그녀는 최근 요우무의 성격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자, 유카리는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괴가 제련한 검에는 요기가 쉽게 공명하는 특성을 가져. 최근, 연속으로 벌이던 연회로 요기가 안개처럼 짙어졌던 이변이 있었잖아? 그때 요기와 공명한 저 검이 폭주하게 된 거지. 폭주한 검은 사용자를 난폭하게 만들고 전투욕을 넘치게 만들어.”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말해주는 유카리에게 맥이 풀렸다.
“폭주를 잠재우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려나?”
유카리는 진지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마워 유카리, 덕분에 살았어. 근데 오늘은 의미도 모르는 말 안 하네? 방금 일어나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걸까나?”
“쓰, 쓸데없는 참견이야!”
***
https://www.youtube.com/watch?v=QZb6Ln6vk9c
“자, 요우무 그동안의 성과를 지금 보여주겠어!”
돌아온 유유코는 누관검을 돌려주며 뜬금없이 말했다.
“요우무, 네가 안 오면 내 쪽에서 갈게?”
그녀는 빗자루로 묘기를 보이며 요우무를 도발했다.
“사실 너한테 배운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알고 있니? 그 정돈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잖아? 그런데도 스승 노릇이나 하고 정말 꼴사나워~”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수련이나 하시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요우무지만, 지금의 그녀는 검의 폭주로 굉장히 난폭한 상태.
이성의 끈을 놓친 요우무는 격노하여 검을 휘둘렀다.
“그렇습니까… 저도 억지로 스승 노릇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 태도는 정말 용납할 수 없군요. 덤벼보시죠. 유유코님, 그 입을 다시는 못 놀리도록 만들어드릴 테니!”
***
“허억, 헉”
달빛은 나와 유유코의 싸움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어라, 벌써 지친 걸까나? 이래선 정원사 실격이겠는걸? 아아, 다음 정원사는 누구로 할까나~”
“바보 취급하고 있어!”
크게 휘둘러진 누관검.
유유코는 춤을 추듯 빙글 돌며 나의 누관검을 피하였습니다.
몇 번을 휘둘러봐도 유유코는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으며 피했습니다.
“검으로 승부하자고 해놓고 능력을 쓰시다니, 검술 시합을 모욕하는 겁니까!”
“어머, 나는 딱히 검술 시합이라는 말을 꺼낸 적도 없어. 그렇게 해석한 건 너 쪽이란다?”
“…”
저 여유로운 미소가 무너뜨리고 싶습니다.
유유코, 나는 당신이…
“정말 밉습니다!”
“자, 잠깐 요우무, 여기에는 사정이…”
“당신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나 합니까?
“당신을 모시는 게 저희 콘파쿠 가의 역할임은 알지만… 나도 가끔은 쉬고 싶다고요!
“이, 인제 그만…”
이미 말꼬를 터버린 나의 입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당신은 수련도 게을리하는 주제에 나에게만 야단을 치죠. 내 가르침이 쓸데없다고요? 말 한번 말했습니다. 내 검에 벨 수 없는 것 따위 별로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죠. 가령 그것이 주인일지라도요! 여기서 스펠 카드를 선언하도록 하겠습니다. 인부 [현세참]!”
선언한 스펠 카드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난 이미 유유코에게 접근한 상태였습니다.
“유유코, 받아라!”
유유코는 양단되어 쓰러졌고.
나비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쳇, 분신이었나. 어서 나오시죠!”
“사접 [화서의 영면].”
뒤에서 들려 온 스펠 카드 선언 소리.
진달래색과 개나리색의 나비들은 순식간에 퍼지며 하늘을 뒤엎었습니다.
“내가 유유코님께 무슨 짓을…”
나비들이 이루는 은하수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제 머릿속을 차분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습니다.
***
잠시 후, 심복은 주인의 무릎에서 눈을 떴다.
“유유코님, 저는 도대체…?”
주인은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녀가 누관검을 한계까지 폭주했을 때 요우무를 기절시킨 뒤 검을 잠재웠다고.
“어라? 유유코님이 검을 가지고 계셨을 때 잠재웠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아, 그건 유카리가 ”그래야 멋있잖아!“라고 하는 바람에.”
“…”
심복은 자신의 주인에게 친구 관리를 해드려야겠다고 굳게 다짐하였다.
“그, 그리고 요우무… 그동안 내가 미안했어.”
그녀는 자신의 심복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유, 유유코님! 고개를 들어주세요. 유유코님은 아무것도 잘못하신 게 없습니다!”
“아냐, 요우무. 네가 얘기했던 건 하나도 틀린 게 없었어.”
“아, 아앗!” 하며 아까의 일을 떠올려낸 요우무.
“유, 유유코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폭주를 했다고 하더라도 무례를 범하였다는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 그러니…”
주인은 자신의 심복을 끌어안았다.
“이제 요우무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게, 힘들게 하지 않을게.”
심복은 한동안 눈에서 흐르는 기쁨을 느끼며 주인의 품에 안겨있었다.
***
유유코는 요우무를 품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아직까진 나도 유카리도 검 폭주의 근원을 제거할 방법을 찾지 못했어. 당분간은 꽃꽂이하며 전투욕을 다스려보자꾸나.”
최근 자신의 주인이 꽃꽂이에 관심이 있다는 것쯤은 알았지만, 그것을 자신에게도 권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거실에 도착한 둘.
그곳에는 꽃꽂이의 재료들이 있었다.
“엣. 천하의 유유코님이 꽃꽂이도 할 줄 아세요?”
그녀의 한마디에 꽃꽂이 수업은 몇 분 뒤에나 시작할 수 있었다.
요우무는 다시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자고, 꾸증을 들으며 생각했다.
***
“꽃꽂이는 배합이 중요하단다. 크고 작음, 아름다운 색, 곡선과 직선의 소재…”
…
“오늘은 여기까지 할… 요우무!”
“네, 넵!”
“내가 뭐라고 했지? 말해보렴.”
“꽃꽂이는 아름답습니다?”
꽃꽂이 수업은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잘 대답한 것 같은데요…
***
수업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명계의 지평선에는 해가 걸려있었습니다.
또 식사를 차리러 가야겠죠.
제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습니다.
“요우무 받으렴. 내가 만든 달리아 꽃꽂이야. 너에게 만들어 주고 싶어서 비밀로 하고 꽃꽂이를 시작했어. 내가 만든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해보렴.”
***
https://www.youtube.com/watch?v=RgtWQpMgSK0
요우무가 꽃꽂이를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달.
“유유코님, 제발 옷 좀 갈아입으시라고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그래도 귀찮은걸~”
요우무의 잔소리 시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떠올려라. 유유코, 주제를 돌릴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요우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하늘 위에 보름달 좀 봐볼래?”
“중요한 게 아니라뇨! 제가 누누이… 뭡니까, 그냥 평소의 보름달이지 않습니까!”
그래, 요우무한테는 평범한 보름달로 보이는구나.
하지만 오늘의 보름달은 뭔가 달라.
이건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는걸.
“외출이야, 요우무. 우선 밤을 멈추자.”
“네? 밤을 멈추다뇨? 앗, 같이 가요!”
보름달의 빛을 받으며 칙칙한 백옥루의 분위기를 밝히는 요우무의 화병들.
그 중심에는 훗날, 진짜 보름달에 의해 변해버린 요우무의 눈동자처럼
붉게 빛나는 달리아 꽃꽂이가 우리를 배웅하듯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주제는 승화로 정했습니다. 일단은 전투욕이 강해진 요우무가 꽃꽂이를 하며 전투욕을 다스린다... 라는 내용인데 주제에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설정 붕괴, 틀린 캐릭터 해석, 문학적 표현 없음 등 여러 문제점이 보일 것 입니다. 저도 자각하고 있지만, 여러분의 감평으로 이 팬픽의 단점을 속속들이 밝혀내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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