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대회 결과
우승 : 외래종의 노래 - 장기짝
준우승 : 곽청아 - 콩고산콩고물
3위 : 최후의 상주 - 초핫
4위 : 환상을 그리며 - hanakoi
5위 : 향수병 - Koakuma
감평대회 결과
우수감평자 : 민씨
우수감평자 : ㅇㅇ(p3930111)
우수감평자 : 조각이
부정할 필요도 없이, 감평대회의 최우수감평을 뽑으라면 '민씨' 님의 감평입니다. 그냥 주최자 감평같은 불쏘시개 읽지 마시고 이 분의 감평을 대신 읽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무시무시한 분량+올클리어+알찬 내용까지. 이번 감평대회의 정점에 달한 글입니다.
ㅇㅇ 님의 감평은 민씨 님 못지 않게 신랄하고 알찬 감평이었으나, 감평의 갯수에서 다소 차이가 났습니다. 물론 이번 감평대회는 입상자 중 우열을 가리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좋은 감평 감사드립니다!
조각이 님과 아야벅지 님의 감평을 두고 누구를 입상시킬 지 고민하였으나, 이번에는 조각이 님께 손을 들어드렸습니다. 참가자를 아주 숨도 못쉬게 패는 감평입니다. 감평을 받으면 절필하고 싶어질 정도가 아닌가 싶은 순도 100% 디스, 누군가는 해야하는 법이죠.
주최자 감상평 전문
두근두근 위태위태 스키마탐험! - Letty
살아남기 위해 유카리의 스키마 속을 탐험하는 어느 남자의 생존기를 그려낸 처절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어떤 글이 나올까 기대했던 주최자의 혼을 시작부터 쏙 빼놓은 작품입니다. 꿋꿋이 스키마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닭장 냄새라던가 유카리의 신음이라던가… 예, 그거네요. 스키마와 그 신체 부위를 결부함으로서 가벼운 웃음을 자아냅니다.
작가님께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는 뉘앙스를 종종 풍기셨지만, 나름 눈여겨볼 점도 있습니다. 빌드업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듯 ‘…그리하여 나는 유카리가 제안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방식은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포박당한 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라는 말을 뱉으며 회상에 들어가듯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내용의 8할을 차지하는 눅눅한 스키마 내부 묘사 역시 탁월했고, ‘탐험’이라는 주제를 단 한 번의 언급도 없이 잘 녹여냈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무척이나 부정하고 싶지만(…) 주제 의식을 매우 잘 녹여낸 작품입니다.
쓴소리를 뱉기엔 가볍게 써낸 일회성 개그 팬픽이라는 느낌이 강하기에, 구태여 그 모든 아쉬움을 집어내지는 않겠습니다. 과연 작가님께서 진지한 각오로 무거운 글을 써낸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궁금해지는 글이었습니다.
P.S) 어 지 러 워 요 @.@~
쎄이쟈 오리진 - ㅁㅇㅂㅇㅁ
지상에서 세이자를 낳은 사구메가, 세이자와 이별한 뒤 재회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세이자와 사구메를 모녀 관계로 해석하고자 하는 창작물은 많았지만, 달과 지상의 두 캐릭터를 묶기란 쉽지 않은 법이죠. 이런 양질의 작품을 통해 사구메와 세이자의 조합을 맛보게 되어 기쁠 따름입니다.
민간설화 혹은 그리스 신화와 같은 면모를 띄고 있습니다. 떨어져 나간 날개로부터 태어난 기이한 탄생, 우연히 내뱉은 한마디가 주인공을 파멸로 인도하고, 그런 불행 속에 찾아낸 소박한 행복조차 앗아가는 운명의 부조리가 잘 드러납니다. 사구메 본인 입으로 운명의 수레바퀴를 여러 번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작가님께서도 신화적인 분위기를 의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른 척 결별하여 여운을 남기는 비극적인 엔딩일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최후의 최후에 운명은 모녀의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해피엔딩바라기인 주최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망향의 ‘향’은 ‘딸이 있는 마음의 고향’으로, 이 또한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음에도 은연중에 주제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습니다. ‘운명’과 ‘그리움’이라는 두 단어가 서로 주제임을 어필하듯 충돌이 있었지만, 사소한 일이죠.
마음이 따스해지는 글입니다. 사사롭되 탄탄한 문체도 좋았고, 팬픽대회 치트키 겸 비대칭전력답게 츤데레 매력을 발산하는 세이자도 좋았습니다. 글알못 팬픽대회에 글잘알이 참여하는 건 유구한 전통이네요!
P.S) 제목 보고 가벼운 개그물인가 싶었는데 괴력몬이 힘을 빡 주고 대기하고 있던 건에 대해
나다운 방식으로 - 하나름
서로의 앙금으로 고뇌하던 이치린과 후토가 갈등을 극복하고 정신적 성장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장점이 많은 글입니다. 읽는 내내 단 한 순간도 거슬리는 지점이 없는 안정적인 문체, 현실적인 위정자 미코와 내추럴 본 아사리인 히지리의 캐릭터성도 잘 드러납니다. 주제인 승화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명확히 보여주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습니다. 쉼표를 통해서, 다시 말해 이런 느낌으로, 문장을 보충하는 스타일도 제가 좋아하는 맛이기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억지스럽게나마 아쉬운 점을 토로하고 싶습니다. 「나다운 방식으로」는 굉장히 안정적인 이야기입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렇습니다. 이치린과 후토가 품고 있는 갈등의 내막과 진전, 해소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무난하고 슴슴합니다. 이치린의 해탈한 모습을 표현할 때는 독자도 후토의 입장이 되어 신비와 경이를 느끼며 흥미를 갖게 되나 사유는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사소합니다. 가볍게 시작한 고민인 만큼 히지리의 가벼운 조언에 길을 얻고, 탄막놀이에 이어지는 가벼운 담화로 해소됩니다. 그런 잔잔함이 단점이라고 콕 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으며 어떤 이변이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잊어버리는 동방 프로젝트의 스타일에도 부합함은 사실이나, 어떻게든 심장을 후벼 파여 녹다운당하고 싶었던 주최자로서는 다소 아쉬울 따름입니다.
도파민 중독자의 망언에 가깝지만 다음 번에는 주최자의 뒤통수를 깨부숴버리는 자극적인 맛도 맛보고 싶네요!
P.S) 그런데 인물 조형이 정말 감탄스러울 따름이네요. 태자님이랑 히지리 님은 원작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어요.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 피네
누관검의 폭주로 흉포해진 요우무, 그런 요우무를 막아서는 유유코의 이야기입니다.
귀형수의 늑대령 요우무를 보는 듯한 맛이 있습니다.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오늘은 맴매를 하고 싶은 기분이니 맴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벼운 문제점부터 짚자면 삽입한 이미지와 음악, 양쪽 모두 사족에 가깝습니다. 전투씬의 묵염의 벚꽃이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넣나 싶은 수준이지만 ‘굳이…?’ 라는 느낌입니다.
주제인 ‘승화’는 주제가 아니라 소재로 사용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꽃꽂이 씬을 툇마루에 걸터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장면으로 갈아치워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요우무가 호승심을 예술적 성취로 억누르는 이야기- 라고 축약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죠.
주최자는 출품작의 제목을 「연습작abc123.txt」 라고 지어도 내용만 좋다면 우승시킬 정도로 제목에 연연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지만, 일단 작품 끝부분에 제목을 그대로 인용해 의미를 부여할 정도라면 그만한 무게가 실려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유코를 향한 요우무의 사랑’ 이라고 느낄만한 것은 폭주한 요우무가 고생을 성토하며, 그런 성토가 역으로 유유코를 향한 애정이었다는 모양새로 드러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짧습니다. 독자가 신경 쓸만한 암시도 없었고요. 이 점은 이어질 내용과 문제점을 공유합니다.
인위적인 흐름이 많습니다. 정말, 정말 많습니다. 각 장면은 소설책 기준 1페이지를 채우기도 전에 숭덩숭덩 넘어가며, 그 와중에 대사 안에 필요한 정보를 때려 넣어 읽기 거북한 묘사가 많습니다. 호흡의 문제입니다. 이 작품은 같은 내용을 다시 써낸다면 분량을 서너 배 쯤 불려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요우무의 애정에 대한 암시도 넣어야 하며, 상황을 고조시키기 위한 환경, 심상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도 필요합니다.
대사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해야 할 말을 전부 털어놓는 고봉밥 스플래시 어택이 아니라 흔히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듯 1~2문장씩 잘라내어 상대방과 티키타카 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조금 늘어지겠다 싶으면 일부를 지문으로 빼는 것도 좋습니다.
맴매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맴매했지만 발전 가능성이 다분한 글입니다. 씬을 잘라내듯 이야기 전개를 이어가는 묘사는 저 또한 애용하는 방식입니다. 뼈대는 완벽하니 먹음직스러운 살을 붙이는 연습을 해보도록 합시다!
P.S) 웬일로 정신을 꽉 잡은 유유코 님이 귀엽읍니다.
말괄량이 조각가 – 피네
개구리 괴롭히기에서 얼음조각으로 취미가 바뀌어버린 치르노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감평자 분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가벼운 개그물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이전 작품에서 단점으로 비춰질 만한 요소들이 장점으로 드러납니다. 채택한 BGM이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의 그것보다 잘 어울림은 물론, 짧은 묘사는 과하지 않게 툭툭 끊어지며 개그물로서의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대사도 치르노, 대요정, 스와코 셋이 모여 실제로 대화하듯 거북한 구간 없이 술술 이어지네요.
주제가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전작과 저울질 해보았을 때 ‘주제로 볼 수 있으려나…?’ 정도의 느낌은 있는 편입니다! 꽃꽂이는 정말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이 글은 치르노의 조각이 메인 스토리니까요!
그래서… 무난히 좋은 개그 팬픽이었습니다! 아주 특출난 부분도, 아주 모난 부분도 없었지만, 작가 님께서 어느 정도 힘을 빼고 집필한 작품이라 언급한 만큼 따로 사족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죠! 진지한 글을 쓴다면 살을 덧붙이고, 가벼운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이 정도가 딱 좋을 듯 합니다!
P.S) 분량이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하셨지만 무의미한 걱정이었습니다. 개그물은 10배쯤 늘려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으니까요 ;)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나에 – 안쓰는계정
제목 그대로,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나에가 과거에 속박당한 설녀를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대규모 수정을 거쳐 다듬은 글입니다. 사나에가 운을 띄웠을 뿐인데 자기 자신을 절하하지 말라고 급발진하는 히지리를 수정한 것은 좋았습니다, 만, 입구컷을 유발하는 아래 파트가 멀쩡히 살아있던 것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 고민들로 인해 마음에 안개가 낀 상태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우리 모리야 신사가 인간을 습격하는 요괴 퇴치에 대한 의뢰를 제일 먼저 받았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네..."』
혼잣말인걸 감안해도, 아니 혼잣말이기에 더더욱 괴상한 파트입니다. 본 작품은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와 비슷한 단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사가 묘하게 늘어집니다. 예시 몇 개를 손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인간을 극한의 냉기에 얼어붙게 하고는 정작 죽이지는 않는 범인의 정체를 알아냈다고요?”
->그, 그게 정말인가요!? 범인의 정체를 알아냈다고요?
"아무튼 각자 정보를 수집하다 모인 거니 이번엔 다 같이 마을 외곽을 조사하러 가보자. 셋이 동시에 조사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그럼 이번엔 다 같이 마을 외곽을 조사하러 가보자. 셋이 동시에 조사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네, 지금 당장 인간 가족을 노리고 있을 설녀를 추격하도록 해요!”
->네, 지금 당장 설녀를 추격하도록 해요!
위 세 문장에서 축약한 부분들은 ‘독자’도 알고 ‘화자’도 알고 ‘청자’도 아는 내용들입니다. 어째서 이런 보충설명 같은 어색한 대사가 전반적으로 자리했는가. 작가가 독자에게 사유를 상기시키기 위해 반복하고 부연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의 아내가 부부싸움하던 와중에 텔레비전 너머 시청자들에게 시리얼을 광고하는 것처럼 말이죠.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편이고, 부족한 정보는 전후 관계를 끼워 맞춰 해석할 줄 압니다. 스스로 직접 말해봤을 때 어색하다 싶은 대사는 손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미래’ ‘나아가다’ 라는 문구를 반복하여 주제를 과하게 떠먹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주제의식이 드러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저는 줄거리가 진행됨에 따라 과거의 속박을 떨쳐내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라고 홍보 전단지를 건네주는 감이 적잖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소한 단점들을 제외하면,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나에」는 탄탄한 문체와 묘사가 받쳐주는 웰메이드 팬픽입니다. 오리지널 캐릭터인 설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녹아 있으며, 함박눈이 내리는 환상향과 어우러지는 사나에의 소녀소녀한 심상묘사도 좋았습니다. 저도 악질 포교자 사나에보다는 이런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대회마다 이런 글을 읽으면 기운이 나네요!
P.S) 칭찬이 적은 이유는 단점을 10배 불려내고 장점을 1/10로 줄여 말하는 주최자의 악질 같은 마음씨 때문입니다. 소녀 사나에의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검은 불꽃을 밝히다 – 장기짝
석유가 솟아나 욕망의 구렁텅이가 되어버린 축생계, 토테츠와 킷초의 첫 만남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왔네요. 왔습니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세요. 매번 글알못 어린이 수영대회에 개근해서 메달 따가는 아저씨가 왔습니다. 여전히 탄탄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문체는 작가님께서 가진 최대의 무기입니다. 글의 5할은 너저분히 피폐해진 축생계를 묘사하지만, 독자는 거슬리거나 지루한 구간 없이 그 생생한 현장을 체현하게 됩니다. 지문도 대화도 두툼하고 영양 넘칩니다. 짧은 지문을 나열하며 짧은 대사로 주고받는 재주밖에 없는 주최자로서는, 저 문체를 훔치려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고봉밥 글을 만들곤 했는데 말이죠. 다독 다작 다상량과 작가 개인의 감각이 어우러진 멋진 구성입니다.
'망향'이라는 주제에 대한 견해 또한 맛깔납니다. 망향을 채택한 작품들 속에서 그려지는 ‘고향’의 이미지는 대체로 따스하고 정겹지만, 이 작품에 한해 ‘고향’은 뒤틀리고 킷초의 본성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탐욕스럽고 추저분한 아귀도에 대한 향수. 킷초라는 캐릭터에 깊이를 더합니다.
이 악물고 깎아내리고 싶어졌으니 하이퍼 억지를 부리겠습니다. 과연 '망향'은 주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도입부의 독백과 꾸준히 언급되는 고향의 풍경은 망향이라는 주제를 다분히 의식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끝없이 힘을 갈망하는 유마의 모습과 세상이 역겹고 난잡해지길 바라는 킷초의 태도에서, 주최자는 ‘망향’만큼이나 ‘욕망’이라는 단어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갈망하고 바라는 것이 욕망이라면, 고향의 모습을 그리는 것 또한 욕망으로 해석하게 되겠지요. 말 그대로 하이퍼 억지입니다. 킷초라는 인물만을 놓고 본다면 ‘망향’, 킷초와 유마라는 두 인물을 포괄한다면 ‘욕망’이 어울린다는 정도의 궤변입니다.
초반부를 읽으면 어느 정도 뒷 내용을 예상할 수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인 키워드인 검은 물은 토테츠와의 첫 만남을 언질 해주고, 기껏 쟁탈한 유전을 방치하는 모습을 통해 킷초의 본심을 암시하는 등, 반전의 존재를 일체 부정하고 담백한 맛으로 승부합니다. 강욕이문 이전의 과거를 보충하는 미싱링크로서는 좋았으나, 강렬하게 심장을 후벼파주길 원했던 도파민 중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순도 100% 실력으로 승부하는, 부정할 필요조차 없는 입상후보입니다. 심사자가 자극에 미친 불량식품 중독자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휘히히!
P.S) 지문 벽돌 맛깔나게 쌓는 방법 고가에 삼….
환상을 그리며 - hanakoi
갑작스레 멸망해버린 환상향, 바깥세계에 내던져져 하류 인생을 살아가는 아야, 스이카, 레이무의 모습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네, 그런 줄거리입니다. 환상향 멸망의 원인을 조사한다던가, 뭐 새로운 환상향을 다시 만들어낸다던가, 그런 건 없습니다. 망했다. 리버스 환상들이해서 살아간다. 끝입니다. 눅눅함의 일직선로네요.
그래서 마음에 안 들었냐구요? 전혀요! 그런 구성이기에 더욱 빛이 나는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일체 배제하고 감성만을 핀포인트로 저격한 작품입니다. 곪을 대로 곪아버린 퀴퀴한 여관방의 냄새, 공장에서 기계가 빚어낸 희석식 소주의 쓴맛, 덜그럭덜그럭 자판기를 타고 내려온 따뜻한 캔 녹차. 나트륨등, 담배 냄시, 등. 등. 글을 읽을 뿐임에도 오감을 어루만지며 전직 환상향 소녀들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전해줍니다. 결말조차 상황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조촐하게 꿈을 되새겨보는 아야의 모습만 있을 뿐, 세상은 끔찍하게도 잿빛입니다. 거기에, 눅진한 분위기로 천국으로 인도받기를 바라는 여인을 표현한 ‘레드 재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BGM으로 쓴다면, 이보다 더 작품에 걸맞는 감성을 뽐낼 수는 없습니다. 음팬대에 나왔어도 가볍게 입상할 수 있는 글이었을 텐데, 따흐흑. 글을 분위기만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이 팬픽은 만점짜리입니다.
끊임없이 ‘그때가 좋았지’라며 성토하는 세 소녀의 모습을 보며 주제가 망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억지가 아닐 수 없죠. 스토리를 배제한들 충분히 주제를 빛낼 수 있다는 좋은 예시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기복이나 전개가 있기를 바람은 별수 없는 듯 합니다. ‘최후의 상주’와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였으며 잔잔한 전개를 이어감은 동일하나, 플롯의 구성에서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두 작품을 교차해서 읽는 맛이 있네요.
언젠가 아야와 레이무와 스이카, 절망하는 모든 환상향의 소녀들이 불빛 하나 없는 밤하늘의 별들과 같은 천국의 풍경에 다다르기를, 나지막이 바라봅니다.
P.S) 후기에 어려운 거 못쓴다고 해놓고서 이렇게 하면 기만임!!!
나의 그리움 – 교복입은 레이센
인간과의 월면 전쟁 중 패퇴한 레이센이 탈영하여 영원정에 머무르게 되고, 감주전 이변으로 다시 고향을 방문하는 이야기입니다.
단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작품의 시점이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습니다. 아직 작문에 익숙하지 않기에 드러나는 면모라 생각합니다만, 지문과 (괄호)가 혼용되는 순간, 화자인 레이센이 제 3자가 되어 레이센의 속 마음을 관찰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이 안 되는 설명이죠. 넵, 그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에이린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괄호는 빼도 좋을 듯합니다.
중반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작 전개에 살을 덧붙이는 파트는, 안타깝게도, 제가 동방 프로젝트 팬픽을 평가할 때 꺼리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대체로 이미 알고 있는 원작 내용의 재구성이며, 작가가 응당 가져야만 할 재해석 의지를 억압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이어질 에필로그나 레이센의 심상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만큼 어느 정도 필요하긴 했지만, 불필요하게 분량이 많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차라리 스테이지 별 탄막놀이 이후, 떠나기 전에 넋두리를 하는 식으로 작가님만의 개성 있는 스토리를 넣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제의식은 스트라이크 존에 깔끔하게 안착합니다. 고향을 향한 레이센의 그리움이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스트라이크 존에 안착합니다. ‘그저 감주전 레이센 스토리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덧댄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 감도 적지 않아 있습니다. 주제를 고찰해 작가 님의 방식으로 어레인지를 가했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소설가가 꿈이라고 이야기하신 만큼, 웹소설의 형태를 나름 연구한 기운이 전해집니다. 짧은 문장을 줄바꿈을 통해 죽죽 잡아당겨 전자기기에서 읽기 편안한 구조를 연출하며, 소위 오타쿠 감성이라고 부르는 익숙한 클리셰들을 얽어 독자의 마음에 안정감을 줍니다. 또렷한 기승전결은, 이제와선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하이라이트를 구상하고 살을 덧대는 부류의 작품이지만, 그만큼 어느 타이밍에서 불이 붙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장점은 길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죠. 주최자는 악질입니다.
좋은 작품입니다, 만! 아직 약합니다! ‘원작의 구성에 레이센의 그리움을 덧댄다’ 라는 정도로는 주최자의 심장을 짓뭉갤 수 없답니다! 캐릭터 개개인을 연구하여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강렬한 자극을 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개성’은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무기이며, 본작에서는 그런 면모가 다소 결여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에서 드러나는 강점은 무엇인가, 베끼고 훔치는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도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P.S) 소설가가 꿈이라는 후기가 인상깊습니다. 주최자는 고질병과도 같은 게으름으로 인해 소설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지만, 모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경험을 얻기를 소망합니다.
향수병 - Koakuma
일에 치여 고향을 그리워하던 소악마가 레밀리아와의 데이트를 통해 멘헤라를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은 사과부터 박도록 하겠읍니다. 주최자는 초반 1할 정도만 읽고 '흠 여느 때 같은 레미코아맛 푸딩인가, 입가심하기 좋겠군.'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스크롤을 전부 내리고 나서는 스스로의 오만함을 뉘우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최고입니다. 더줘. 푸딩이 그냥 푸딩이 아니라 7성급 호텔의 푸딩 아라모드였습니다.
초반에는 차근차근 흥미를 유발하고, 스토리의 중심에 설, 꿈에 대한 복선도 잊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관대한 파츄리, 사실 인망 깊고 어른스러운 레밀리아, 소악마가 홍마관 부지를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 설정 비틀기는 홍마관에 심장을 바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입니다. 주제는 어떨까요? '내 그리운 고향 -> 과거의 꿈이 함께하는 홍마관이 곧 내 고향이다!' 오케이! 주제의식 만땅+예상 비틀기 점수! 향수 뿐 아니라 승화를 주제로 했어도 합격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문체는 탄탄하지만 다소 딱딱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글의 절정에서 전반의 사소한 아쉬움따위는 가루가 되어 사라집니다. 노을빛 아래서 오감을 아우르며 잊었던 대악마의 꿈을 되새기는 소악마라니, 최고지 않나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악마의 설움이 폭발하는 장면이 약간 급발진스러웠던 정도지만, 솔직히 단점이라기보다는 주최자의 생떼입니다. 빌드업도 나쁘지 않았고, 설움이라면 진작 쌓여있었을테니까요.
최고, 최고입니다. 이것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소악마에 미친 사람이 담아낼 수 있는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억에 강렬히 남을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사실 주최자의 감성에 직격해서 입상했다! 라는 감도 적지 않습니다만, 상현의 12에 들기에 부족하지 않음은 확실합니다.
외래종의 노래 – 장기짝
어느 섬에서 납치범으로 오해받은 비봉구락부가 귀가 중 실수로 삼도천의 배를 타고, 일련의 사건에 얽힌 내막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초반의 ‘배’라는 단어를 읽고 ‘드디어 무라사가 배타고 탐험하는 팬픽이 나왔구나’라며 기대했지만 어림도 없지, 대회마다 꼭 한 편씩 등장하는 자유형 전력질주 아저씨의 비봉 팬픽입니다. 주최자 입장에서 비봉 팬픽은 마이너스 요소인데 작가님께서는 신기하게도 항상 비봉을 무기로 주최자를 두들겨 팹니다.
『그렇게 목이 멜 줄 알았다면, 먹지 않았을 텐데, 먹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정말 그렇네요. 이렇게나 깊게 빠질 줄 알았다면 차라리 읽지 않…을 수는 없었겠네요. 아무튼! 무시무시한 글입니다. 장점의 대부분은 같은 작가의 「검은 불꽃을 밝히다」와 공유하면서도, 단점을 희석시켜 더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기본 옵션이 되어버린 문체와 흡인력을 기반으로, 서술 트릭을 곁들인 추리를 통해 독자를 패 죽여버리려 듭니다. 복선을 아주 꼼꼼히, 독자는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치밀하게 숨겨 놓아 진실을 깨닫고 나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똑같이 반전을 노리면서 서술 트릭을 쓰려다가 「애완 돌」 같은 대참사를 내버린 주최자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오열하고 있습니다.
주제인 망향 역시, 독자가 알아채기도 전부터, 상당히 깊고 진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그리움을 느끼는 인물은 누구인가. 당 작품에 한하여 스포일러를 아끼고 싶습니다. 그냥 읽고 느끼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또 하나, 상징의 효과를 십분 응용한 작품입니다. ‘목이 메이는 과자’와 ‘뱃사람의 노래’라는 소재는 ‘망향’이라는 주제를 상징하는 정점에 선 작품입니다. 망향이라는 주제를 나타내는 매개체 중에서는 「환상은 한낱 봄꿈」의 ‘세슘 와인’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외래종’과 실종되었던 소녀에 대한 관계 묘사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억지입니다. 차마 비판할 방법을 내지 못해 주최자가 부리는 꼬장이기도 하고요.
제발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한 번 읽고 이해가 안 간다면 두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훔치길 바랍니다! 문체, 흡인력, 서술 트릭, 인물 조형, 뭐, 이것! 저것! 그냥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죄다 훔쳐버리세요! 어차피 베끼려고 해도 못 베낍니다! 에네르기파도 그만한 내공이 받쳐 줘야 쓰는 거니까요!
『그녀는 물 대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망자들에게서 배운 노래를. 선원들에게는 선원의 노래, 승객들에게는 망자의 노래. 나에게는 외래종의 노래를.』
P.S) 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
마계의 모두와 함께 – 안쓰는 계정
환상향에서의 성과없는 나날에 낙담하다가 2년 만에 마계에 돌아간 앨리스, 그녀를 맞이해주는 신키와 마계 식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나에」에서 마구 질타했던 ‘독자를 향하는’ 등장인물들의 반복적인 대사는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가끔 보이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따라서 대사는 실제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레 이뤄지고, 전개도 앨리스의 시선을 따라 안정적으로 이어집니다. 안정적인 호흡과 웹소설식 줄바꿈이 시너지를 이루어 독자가 편안한 감상을 이어갈 수 있는 글입니다.
이야기가 끝난 뒤 마계 식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케이크 나눠 먹었을 앨리스를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망향이라는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다만 이어질 단점과 더불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앨리스’의 마음을, 시작부터 방문해있던 고향집에서 깨닫게 되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역시 앞부분이 더 필요했을까요.
단점! 빌드업의 부재! 등장하자마자 해소되어버리고 마는 갈등입니다! 작가님께서 앨리스의 고민이 무엇일지 감추고 싶어 했었기에 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이 경우는 ‘고민의 정체’를 감춘다기 보다는 ‘고민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춰버린 느낌입니다. 독자는 앨리스가 품은 고민이 무엇일지 유추하기도 전에 답을 들어버리고, 한 10줄 정도 지나면 그 갈등이 해소되어 버립니다. 신키의 시선을 피하는 것보다 조금 더 큰 복선이 필요합니다. 입구 앞에서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는 앨리스의 모습이라던가, 마계로 향하며 한숨을 푹푹 쉬는 모습이라던지! 사실 감출 필요도 없습니다! 앨리스가 2년의 세월을 성과없이 보냈다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 놀랍거나 흥미로운 요소가 아니니까요! 갈등 해소까지의 텀을 최대한 길게 늘리기 위해, 시작부터 고백하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혹한기 훈련 중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손난로 같은 글입니다. 따뜻하고, 정겨운 이 감정은 그야말로 고향이죠. 망향이라는 주제를 사용했을 때 가장 직관적이고 표준에 가까운 글입니다. 이렇게나 따뜻하고 편안한 글들이 많으니 이번 대회는 정말 행복했읍니다.
P.S) 언젠가는,,, 꼭,,, 칠색의 인형사,,, 다 읽도록 하겠읍니다,,, 꼭,,,
곽청아 – 콩고산 콩고물
카쿠 세이가라는 인물 자체를 대사묘 식구들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내 얘기를 들어라」 라는 작품을 통해 각자 다른 감상을 품은 여러 인물이 주인공의 행적을 서술하는 구성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좋은 구성이죠. 하나의 인물, 또는 사건을 다루면서도 일방적이지 않은 입체적인 묘사가 가능합니다. 동시에, 결국 해당 인물의 명확한 심상을 끝끝내 밝혀내지 못해 다분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형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원작의 소설 「지옥변」이나 영화 「나생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 구조의 모범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글입니다.
토지코는 카쿠 세이가라는 인물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합니다. 다른 이들도 그러하겠지만요. 흔히 알고 있는, 뒤가 구린 사고뭉치 사선. 독자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같습니다. 단지 그녀가 사고를 쳤다는 사실. 히지리가 계란을 건네주며 ‘가장 아름다운 계란’을 만들어 내라는 배상을 요구했다는 정도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후토의 입장에서 바라본 카쿠 세이가는, 독자의 상상을 넘어선, 사악의 화신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자기 자신(+요시카) 이외의 존재는 살아 숨쉬는 고깃덩어리, 혹은 실험 쥐 정도로 밖에는 보지 못하는 비정한 인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실험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주먹을 쥐고 분노하며 성내는 정도입니다. 후토는 그런 세이가의 악행은 순수히 그녀의 기호에 입각했다고 생각하며, 그런 그녀의 손에 들어간 달걀은 곪아 버려질 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반면 요시카의 입장에서 바라본 카쿠 세이가는 한없이 인간적이며 선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의학의 발전을 위해 희생당한 인간들의 시체를 되돌아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차마 시체를 만질 수도 없이,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리고 오열하는 심약한 존재입니다. 그녀에게 동의를 구하고 꺼져가는 목숨을 맡긴 인간 중, 누군가는 더욱 더 큰 고통을 안고 죽어갔지만 누군가는 극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봄비에 떨어지는 벚꽃을 닮은 아련한 눈동자를 보았던 요시카는 그녀가 고의로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으리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손에 들어간 달걀은, 분명 귀여운 병아리로 부화할 거라 믿고 있죠.
시간이 지나, 미코는 묘렌사에 다시 찾아간 세이가의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그녀가 받은 계란은 곪아 버려지거나 병아리가 되는 일 없이, 역한 냄새를 발하지만 누군가는 소홍주에 곁들이기 좋은 영롱한, 피단이 됩니다. 히지리가 건네준 계란은 지금까지 세이가가 거쳐온 ‘자신 이외의 모든 인간’입니다. 후토는 계란이 곪은 계란(싸늘한 고깃덩이)가 될 거라 예상했고, 요시카는 계란이 병아리(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세이가가 내놓은 답은 피단, 정확히는 송화단이었습니다.
후토도 요시카도, 세이가라는 인물의 본질을 밝혀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누군가는 기피하고, 누군가는 선망할 피단. 누군가는 생명의 순환을 벗어난 부정한 것으로, 누군가는 생과 죽음의 과정에서 벗어나 고차원적인 존재로 ‘승화’했다고 해석할 피단.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 카쿠 세이가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할 지는, 순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승화라는 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매개체인 피단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탁월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 ‘승화’라는 주제를 다룬 수많은 글 중 정점에 달했다고 생각합니다. 피단의 가치는 토지코와 같은 차원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해석할 수 없는 노릇이겠죠. 주최자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질투가 나는 글입니다. 이제와 입상 여부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P.S) 부러워부러워나도내얘기를들어라쓸때는비슷한구성으로썼는데왜이게더멋있고잘썼어왜너만왜너만잘썼어부러워부러워부러워
망상향 - 반짝반짝
나이트시티인지 네오 사이타마인지 모를 바깥세상에서 환상향을 그리는 스미레코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그렇습니다.
아이구이게무슨일이야이건벽돌수준이아니라완전벽그자체잖아기어이근대에죽었던이상이책의악마로되살아나전자매체시대를파멸시키기위해현세에현현했구나주최자를때려죽일셈인가
슈퍼 하이엔드 노블입니다. 여러분께서 학창시절 도서실에서 읽었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난해한 세계문학들 만큼이나 높은 차원에서 내려온 작품입니다. 비유, 은유같은 기본기는 이미 손에 익어, 묵직한 문체의 9할은 크롬과 네온으로 이루어진 바깥세상의 모습을 묘사하고, 스미레코가 받는 충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한 반복구문에 디스토피아 감성을 덧댄 수미상관 요소, 소설책에서나 맛보던 문장 사이사이 들어간 주석 -다시 말해 이런 형태로 이루어진 부연설명- 등등 아무래도 글알못이 아니라 전공자의 소행이 다분히 느껴집니다. 거기에 우연치도 않게 찾은 컬트 집단을 통해 그리워하던 환상향과 링크되었던 신비주의적인 스미레코의 상황까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시겠다면 제대로 짚으셨습니다. 주최자가 느낀 감정과 똑같았거든요.
죄송합니다. 너무 수준이 높았어요. 작가가 나비에스톡스 정리를 풀어 설명해줬지만 주최자는 고조선 사람입니다. 소인수분해도 모르는 상황이란 말입니다. 큰 틀은 ‘자신이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며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던 환상향을 그리워하던 스미레코가 잠깐이나마 환상향의 편린을 맛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 이 글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 수준입니다. 다른 글에서 그러했듯 이 글에서도 단점을 찾아내라? 무리죠. 본질의 끄트머리조차 닿지 못한 주최자에게는 무리입니다. 아닌가? 의외로 배경 묘사는 길게 했지만 그냥 스미레코의 기묘한 경험 정도로 소박한 이야기였던건가? 아직도 고개를 이리저리 젓는 주최자입니다. 굳이 평가를 해야 한다면… 소설책과도 같은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번쩍이는 네온 사인의 배경, 마리사와의 접촉을 표현하는 묘사력이 무시무시하다. 바깥 세계에서 태어난 스미레코가 역설적이게도 환상향을 고향으로 여기며 그리워하는 아이러니한 주제의식이 좋았다… 입니다.
세 번째 읽고 있는데도 아직도 놓쳤던 요소가 계속 튀어나옵니다. 분석하고 연구하는 맛이 있는 글입니다. 문학이네요.
P.S) 후기를 통해 글잘알 대회임을 입증해주셨군요. 악질맨입니다.
솔직히… 테루모코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 아야벅지
테루모코 테에테에한 이야기입니다.
익숙한 두 소녀의 투닥투닥으로 시작하여, 소강상태에서 봉래의 약을 마시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는, 짧지만 달달한 이야기. 지친 주최자의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달달한 사탕. 이런 팬픽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풀도핑 전력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슬픈 세상이네요.
다른 감평자들이 그러했듯 주최자 또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불멸자로서의 카구야가 아닌 외롭고 순수한 소녀로서의 모습에 높은 평가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공식에서든 2차 창작에서든 카구야와 모코우의 관계는 이상하리만큼 정형화 되어 있었죠. 오늘만큼은 애교 넘치고 깜찍한 카구야의 모습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가구야 공주 이야기」 가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원전과 달리 지브리의 카구야 공주는 지상에 내려와 천황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시간을 보낸 뒤, 달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며 『지상은 더럽지 않아. 기쁨도 슬픔도,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는 생명이 넘쳐 흘러!』라는 말을 하다가 결국 기억을 잃고 달로 돌아가게 됩니다. 가엾은 카구야. 그 비슷한 감정을 동방 프로젝트의 카구야에게서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상상의 폭을 넓혀주는 캐릭터 해석입니다. 최고죠.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분량이 적다는 점입니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기승전결의 기에 해당하는 구간에서 이야기가 끝난 거니까요. 나쁘다는 건 아니고, 안타까운 것뿐입니다. 모코우에게 진심을 내비치는 장면만을 스포트라이트 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니까요. 조금만 더 테루모코 테에테에를 보고 싶어라! 또 하나, 처음 볼때는 무심코 넘어갔던 구간이지만, 꼭 집어내야 할 점이 있었습니다. 주제가… 뭐였을까요? 우선 소거법으로 탐험은 아닌 것 같고, 망향… 이라기엔 테루모코 중 어느 쪽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역시 승화였겠죠? 테루모코가 서로의 승부욕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그런 내용이겠죠??? 넵, 주제 의식이 다소 미미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작품입니다. 묘사도 수준급이어서 죽림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을 상상하는 맛이 있습니다. 더줘! 달달한 거 더줘!
P.S) …근데 그게 무슨 말이니 상붕아. 케네모코가 국룰 아니니?
토끼, 토끼 - 민씨
달의 도시로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떠난 레이센, 그녀의 소식이 늦어지자 찾아간 달에서 위험생물로 인한 사건에 연루되는 테위의 이야기입니다.
찾았다 내 마약! 탐험이 주제인 팬픽!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머예? 두근두근 위태위태 스키마 탐험… 우선 넘어가도록 할까요!
가벼운 개그 팬픽을 목표로 하셨지만, 문체는 힘을 빡!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개그가 재미없냐면 또 그런 건 아닙니다. 독자가 지루해질 틈도 없이 유머러스한 표현을 짬짬이 넣어 흥미를 유발합니다. 주제인 ‘탐험’ 역시 모난 부분 없이 작품에 잘 녹아 있습니다. 작품 전반이 미지의 공간인 월면을 탐사하는 테위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만큼, 굳이 표를 내지 않아도 주제는 제 역할을 하고 있죠.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스트라이크 존입니다.
절정이 김빠지는 것은, 작가 님께서 아주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가벼운 분위기를 표방한 작품이니까요. 굳이 눈물 콧물 쏙 빼며 등장인물을 죽일 필요는 없죠. 완전성을 부여받은 생물 앞에 머리를 조아렸을 월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오네요. 이번 팬픽대회는 시리어스 한 가득했던 기존 대회들보다 어느 정도 탈력이 이루어진 작품이 많아 참 좋습니다.
글 자체에 담긴 내공. 사람을 잡아 끄는 흡인력이 유독 눈에 띄었던 작품입니다.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평이 짧게 느껴지셨다면… 보완점만 디립다 나무라는 못난 주최자가 나설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칭찬할 점 밖에 없는 글이잖아요!
P.S) 레이센 앞에서는 테위로, 테위 앞에서는 당근 주스와 레이센으로 모습을 바꾸는 완전 생물. 테위레이센츄츄!!!!!!
최후의 상주 – 초핫
수몰되어 멸망한 환상향. 바깥세계에서 살아가다가 노사한 코스즈의 장례식장을 찾은 모코우의 이야기입니다.
「환상을 그리며」의 감평에서 말씀드렸듯 두 작품은 매우 흡사합니다. 환상향의 멸망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여 이렇다 할만한 이변도 없이 잔잔히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주최자는, 혹은 원래부터 이러했는지, 이런 구성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작품이 가볍게 입상후보군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으니까요.
두 작품에 차이가 있다면 「환상을 그리며」는 분위기 묘사를 하는 틈틈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끊임없이 어필하고, 「최후의 상주」는 묵직하고 무덤덤한 10줄짜리 벽돌 지문으로 독자의 두개골을 부수려 듭니다. 눈이 빠질 뻔 했어요. 그래도 「망상향」만큼 아프진 않았지만, 매우 좋다는 뜻입니다. 본작의 모코우는 본인이 그토록 혐오하던 봉래인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눈물 한 방울 미소 한 점 없이 무덤덤한 감상을 나열합니다. 1인칭이 아니라 모코우가 써내려간 수필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놀라울 정도로 감정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함께 정체되어줬던 환상향은 이미 없고, 시대는 변해가지만 ‘나’는 그대로다. 그 사실을 자각하고야 말았으니까요. 그래서 모코우는 감정이 없어졌을까요? 아뇨, 무감해졌기에 더더욱, 모코우는 누구보다 거대한 상실을 안고 있습니다.
『언제쯤 이 사람들은 넋이라도 그들의 낙원으로 돌아갈까.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세상은 어디로 향해 갈까. 나는 진실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살아남은 다른 생존자들조차 의기투합하여 살아가는 와중. 모코우의 세상은 환상향이 수몰된 순간부터 사라져 있었습니다. 코스즈와 레이무, 아큐가 의기투합하기도 전부터 죽어있었습니다. 인간은 선분이고 모코우는 직선입니다. 그 끝이 없죠. 그녀는 100년을 채 살지 못할 소녀들과 어우러지기를 거부하고 보육시설에서 ‘후지와라노 모코우’라는 존재를 죽여,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로서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코스즈의 죽음을 통해 지나간 추억들을 되짚게 되고, 언젠가 웃고 떠들던 고향을 그리는 모코우의 모습에는 ‘망향’이라는 주제가 진하게 묻어나오고 있습니다.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감정을 억제한다. 기교의 절정입니다. 그런 걸 글알못인 주최자조차 이해할 수 있게 드러낸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미쳤나 봐요, 이 사람.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집니다. 시즌 300번째 절필 선언하고 싶어지니까 빨리 상이나 받아 가세요.
P.S) 「환상을 그리며」 「망상향」 「최후의 상주」 등 등 등 등. 이번 대회는 바깥세계에서 찾아오는 암살자가 너무 많네요. 주최자의 심장은 넝마조각입니다.
환상은 한낱 봄꿈 - 대공분실우산마술
달밤에 서정적인 감성이 차오른 유카리가 조촐한 연회를 여는 준비를 하는 동안, 레밀리아, 유유코를 만나고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입니다.
유카리가 그리워하는 고향은 ‘근세기 환상향’, 조금 더 폭넓게 보자면 ‘좋았던 요괴 시대’입니다. 요괴의 쇠퇴, 존재 의의. 동방 프로젝트의 황혼기에 아주, 아주, 아주, 심도 있고 폭넓게 다뤄진 소재죠. 그 표현을 위한 매개체로 라프카디오 헌의 발언이나 ‘세슘이 극미량 함유된 와인’을 사용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과거를 그리워한들 과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자녀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사라진 놀이터의 모래사장, 오백원이 되어버린 아폴로와 논두렁, 정서 발달을 위해 사라져,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로 대체된 문방구 앞의 게임기들. 작중 레밀리아의 말마따나 그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어도, 돌아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세상이 변하고 체험하는 우리의 내용물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망향’이라는 주제의 본질을 매우 심도 깊게 고찰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작중 인물들의 티키타카도 좋고, 그를 보완하는 문체도 아주 편안한 글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뚜렷한 사건이 없지만 잔잔히 좋은 글들이 정-말 많네요. 그런 주제만을 선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평이 짧게 느껴졌다면 좋은 작품이라는 증거입니다. 감사합니다.
P.S) 후반에 들이닥치는 작품들은 대부분 글알못인척하는 악질입니다. 강한 닌자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라는 걸까요.
극중극의 마법사 - zzzzzzzz
츠쿠모가미가 되어버린 앨리스의 인형, 빌런이 되어 얽힌 세이자와 메디슨, 여전히 멋있는 마리사, 앨리스가 숨겼던 진실의 이야기입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제 3회 글알못 팬픽대회의 라스트 댄스. 슈퍼 팔만대장경 펀치입니다. 개인 블로그나 디시를 통해 올리기에는 조금 벅찬 분량이죠. 이어질 작품 평가와 더불어, 조아라에 업로드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본작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서술트릭의 극치입니다. 우선, 작품의 시열은 굉장히 자주 바뀌는 편입니다. ‘내가 뭘 놓쳤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전 편의 끝부분을 읽어보셨다면 정상입니다. 고의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독자의 혼란을 유발했으니까요. 시점도, 앨리스가 메인이지만 잠깐이나마 마리사가 서술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또 과거를 오갑니다. 다른 감평자 여러분께서 이야기하셨듯 ‘앨리스’와 ‘인형’의 행동이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도 더러 있습니다.
그 모든 의문은 강렬한 반전을 통해 해소됩니다. 사실 마리사 앞에서 ‘앨리스’인 척하는 ‘앨리스’는 ‘인형’이었으며, 진짜 ‘앨리스’는 ‘인형’처럼 작은, 소위 ‘구작 앨리스’라 불리는 아이였습니다. 진실이 밝혀짐에 비로소 독자는 모든 것을 깨닫고, 14화를 읽고 나면 1화부터 정주행을 시작하며 트릭의 달콤함을 곱씹을 수 있죠.
조아라 연재 팬픽의 감수성은 치트키입니다. 에피소드 나누기의 기준은 시점이 되어, 매 화마다 독자의 뒤통수를 치며 흥미를 더합니다. 에피소드 구성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이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 효과음 표현, 웹소설 특유의 줄 바꿈 등등. 그 모든 것이 황금시대 연재 팬픽 감수성 그 자체입니다. 조아라에 8년이라는 시간을 바쳐가며 팬픽을 연재했던 주최자 입장에서는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다만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나에」와 비슷한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대사가 미묘하게 설명조로 늘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점은 해당 작품의 감평을 읽어보는 것도 권장해드리고 싶습니다. 대사 사이사이 스킵해도 괜찮겠다 싶은 내용이 더러 있었으니까요.
또한 주제가 아주… 크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물론 처음 마리사에게 졌을 때의 패배감을 복수심으로 승화시키고, 뒤늦게 마리사에게 용서받은 앨리스가 울분을 우정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있습니다만! 승화는 ‘주제’라기보다는 ‘소재’로 사용되었다는 느낌이 짙었습니다. 이 둘의 차이가 은근히 가려내기 힘든 법이죠.
아주 좋았습니다! 조아라 감수성과 극한에 다다른 서술트릭의 조합! 배울 게 많아서 주최자가 스펀지처럼 쪽! 쪽! 빨아먹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P.S) 이번 대회는 신키님의 등장률이 높네요. 2편뿐이지만, 구작 캐릭터치고 높은 편이죠!
팬픽대회 작품 구분
19작품의 순위를 지정하지 않고 체급 별로 나누어 봤습니다. 주최자가 순서를 열심히 섞어놨기 때문에 동일 체급간의 우열 가리기는 의미 없습니다.
[주최자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 급]
곽청아 - 승화
최후의 상주 - 망향
외래종의 노래 - 망향
주최자의 심장을 찢어놓다 못해 분쇄기에 갈아내고 그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작품입니다. 바랐던 만큼의 쾌감이었냐고 묻는다면, 그 이상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런 걸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다! - 급]
망상향 – 망향
토끼, 토끼 - 탐험
향수병 - 망향
환상은 한낱 봄꿈 – 망향
환상을 그리며 – 망향
극중극의 마법사 – 승화
검은 불꽃을 밝히다 - 망향
쎄이쟈 오리진 - 망향
나다운 방식으로 - 승화
본 대회 최상위권의 팬픽 바로 아래의 작품들입니다. 제 2회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글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주최자의 불량식품 입맛에 안 맞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 체급까지는 어느 팬픽이 더 우위였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꽤 괜찮은 일격이었다…. 필멸자 치고는 말이지. - 급]
마계의 모두와 함께 - 망향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나에 - 승화
솔직히… 테루모코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 승화
완벽했다! 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던 작품들입니다. 대체로 단점이 분명히 드러나며, 사소한 결함만 개선하면 바로 윗 체급을 넘나들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찔러! 내 심장은 여기 있다! 볼 수 없나! 이렇게 불타고 있는데! - 급]
나의 그리움 - 망향
말괄량이 조각가 - 승화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 승화
두근두근 위태위태 스키마 탐험 - 탐험
아아… 안타깝습니다.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미흡함이 드러나는 작품도 있고, 평가하기에 다소 내용적 요소가 부족한 작품도 있고, 조성이 빈약한 작품도 있고,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그냥 유카리 님의 스키마가 불쾌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지나간 일! 정점에 서는 첫걸음을 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 아니겠습니까!
대회 TMI
TMI 1) 주제 승화는 꽤 높은 타석을 자랑합니다. 타율은 무난무난했지만 타점이 높은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세 주제 중에서는 손대기 제일 쉬운 편이죠. 다만 주최자가 바랐던 ‘고차원적인 존재로의 승화’ 보다는 ‘개인이 품은 고통, 고뇌를 가치 있는 행위로 발전시키는 승화’가 제법 많이 사용된 점은 안타깝습니다.
TMI 2) 주제 망향은 타석도 가장 많고, 타율도 가장 좋았습니다. 또한 ‘환상향을 그리워 한다’라는, 비슷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 여럿 있었습니다. 덕분에 순위를 매김에 있어 다소 편안한 감은 있었네요!
TMI 3) 탐험은 단 3개 뿐이었습니다…. 예상했지만 적었습니다. 꽤 나쁘지 않은 소재라 생각했지만, 역시 손대기 쉬운 주제는 아니었네요 ;)
TMI 4) 이번 대회 입상과 분류 기준은 그야말로 ‘주최자의 기호’ 그 자체입니다. 주최자의 글알못스러운 판단기준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상현의 12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어느 작품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퀄리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하현에 해당하는 작품들도 매우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편이고요. 주최자의 심사기준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여러분의 생각이 옳습니다.
※제 4회는 상갤이 망할 때 까지 개최할 일이 없다… 라는 허언도 못하겠군요. 언젠가는 다시 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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