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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글알못 팬픽대회

나의 그리움 - 교복입은 레이센

 

 

누구에게나 그리움은 있다.
 
뭐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는다나.
 
하지만 '나' 는 아무나가 아니다.
 
나는, 탈영병이다.
 
이것은. 탈영병인 나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그리워 하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탈영병, 그래.
 
탈영한 병사.
 
탈영은 '군인'이 복무하던 '부대'나 작업, 훈련지 등에서 허가 없이 이탈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 나는 군인이었다.
그것도 그냥 군인이 아닌,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난 실력 최우수에 미모에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런 내가, 과거를 저버리고, 고향을 저버리고,
모든 것을 저버리고 떠난 이유가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 누군가가 쳐들어왔다.
 
그들은 '인간' 이라는 종족이었다.
 
우리를 착취해 내가 살던 곳에 기지를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자들이었다.
 
본능이었다. 나는 무서웠다.
 
도망치고 싶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실력이 우수하다고 해서 공포가 없던 건 아니었다.
 
 
난 어떻게든 빠져나왔다. 몸을 던졌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 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아주 운이 좋게 싸움이 일어나기 직전
나는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그 책엔 이렇게 써 있었다.
 
"환상향, 인간 이외의 것들이 사는 장소."
 
과거에도 이곳에 대한 소문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에는 동료들과 함께 무슨 헛소리냐고 넘겼지만...
 
지금은 아니다.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으로 가야만 한다.
싸울 순 없었다.
 
 
나는 그렇게 도망쳤다.
 
 
보름달을 타고,
몇 날 며칠을 알 수 없는 공간에서 헤매고,
 
비밀스런 통로를 헤집으면서.
 
책에서 본 기억을 더듬었다.
 
그렇게 며칠을 걸었을까,
 
내 앞에는 대나무 숲이 보였다.
 
"어..... 대나무....?" 
 
말을 마치고 나는 픽 쓰러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깨어났다.
 
"여긴....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활을 겨누었다.
 
"넌 누구냐...? 달의 사자인가? 달의 사자 따위가 어째서 이런 곳에 나자빠져 있는 거지?"
 
나는 겁에 질렸다.
그 틈에서도 나는 그자의 얼굴을 기억해 냈다.
 
(야고코로 에이린? 달의 두뇌? 예전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 이런 곳에 계셨던 건가? 아니 애초에 여기가 어디지? 환상향에 도착한 것인가?)
 
하지만 나는 얼어붙어 버렸다.
 
(젠장..... 젠장..... 어떻게 해야하지?)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에이린, 나 왔어...?
어라? 저건....?"
 
"아,카구야 님...."
 
'카구야???? 그 지상으로 유배됐다던 카구야 공주....? 그렇다면 여기는 지상....?'
 
나의 머리속은 어지러워졌다.
 
그 틈 속에서도 나의 뇌는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렵게 첫 마디를 꺼냈다.
 
"여긴 어디죠?"
 
그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에게 되물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달에서 왔으면 당연히 여기가 어딘지 아는 것 아니냐?"
 
나는 몹시 당황했다.
그래도 겨우겨우 다음 마디를 이었다.
 
"저는..... 여기가 어딘지 모릅니다.
그저 도망쳐 왔을 뿐입니다.
몇 날 며칠을 헤매다 대나무 숲에서 쓰러졌는데...."
 
 
그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상의하더니,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기 시작했다.
 
"우선....너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겠지.... 
대답해 봐라....."
 
그렇게 나는 나의 이름, 도망쳐 온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흐음.... 그래서 얘를 어쩔 생각이야?"
카구야가 말했다.
 
그때,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여기가 아니면 내가 이 알 수 없는 공간에 발 붙일 수도 없을 거란 것을.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저를 받아주세요!!! 살려주세요!!!"
 
그 뒤에 어떻게 말했는지는 나도 기억에 없다.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이다.
 
아무튼, 무엇 때문이었을지는 몰라도 그분들은 나를 받아주었다.
 
진심이 통해서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마냥 따뜻한 눈빛은 아니었고, 
실수하면 쫒겨날 수도 있겠구나, 더 비참해 질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만 거듭하며 
시키는 일은 뭐든 했다.
성격에 맞든 맞지 않았든 
처음에는 정말로 어떻게든 살아야만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르고, 
슬슬 이곳의 생활에 적응하고,
두 분과의 생활도 불편 없어질 무렵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 보름달이 뜬 날, 귓가에 무언가가 울렸다.
마치 오래된 고향의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통신이었다.
나의 종족의 능력, 어디에 떨어져 있든 귀를 사용해 통신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무튼 나는 통신을 받았다.
내 고향에서 날아온....
 
이런 내용이 들렸다.
 
"비천한 지상인은 달의 마력을 착취해 달에 기지를 만든다고 말을 꺼냈다.
 
우리들 달의 백성은 인간과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협의를 했지만, 이젠 한계다.
 
우리들 달의 백성은 지상인에게 최후의 전면전쟁을 선포하기로 했다.
 
지금 상황으론 우리들 전력이 약간 불리해보인다. 적의 근대무기는 우리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겁낼 건 없다, 우리들 달의 백성에겐 몇 천년이나 살아온 지혜와 긍지가 있다. 질 리가 없다.
레이센, 이제 곧 달은 전장이 된다. 긍지높은 우리들과 함께 싸워주지 않겠는가.
 
그리고 함께 있을거라 생각되는 지상인들에게도 전해다오.
 
다음 보름날 밤에 레이센을 맞으러 간다. 저항해도 소용없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지금도 그 감정이 무엇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달로 돌아가야겠다고 두 분에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두 분도 달의 백성이었던 분들.
 
이대로 나 혼자 달로 돌아간다면, 두 분만 입장이 난처해진다.
 
그래서 나는 두 분께 알렸다.
 
두 분은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를 달로 보내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당연하게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두 분이야 숨어 사시는 입장이니까.
 
그래서 두 분은 보름달을 바꿔치기 한다는
지금 생각해도 기묘한 방법을 사용하셨다.
 
뭐, 결국엔 손님이 찾아와서 깨져버리고
더 이상 숨어 살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 일그러진 가짜 달을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일까?
 
하지만 나는 '탈영병'이다.
 
다시 돌아가 봤자 주인한테 혼나고 동료들한테 눈총받고
 
그때 돌아간다고 했어도 나를 반기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뭘까...?
 
역시, 역시 그리움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조용히 두 분이 보시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그저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이 보고 싶다'
 
이게 가장 정확한 말이 아닐까.
 
새로운 가족도 스승님도 좋지만 
 
그때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친구' 가 아니었을까....
 
어쩐지 비어있던 마음 한켠을 채울 수 있던 것은 그것이었을까...
 
뭐, 그렇게 말해도 난 이미 지상인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또 시간과 계절이 지났다.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도 여러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나와 관련된 일은 딱히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약 팔러 다니고 사부님 실험 참여해주고 하는 평범한 일상.
 
하지만 그 일상은 깨지고 말았다.
 
"레이센?"
 
사부님이 나를 부르셨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이 약을, 무녀들에게 가져다 주도록 해.
그리고 너도 먹도록 하고."
 
 
"네.....네?"
 
혹시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 걸까.
 
사부님은 내 속을 꿰뚫어 보셨다는 듯이
은은한 미소를 띄우시면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왜인지 슬픔이 보였다.
 
"달의 일이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자...잠시만 그 말씀은?"
 
"시간이 없어, 어서 가도록 해."
 
나는 그렇게 자세히 무슨 일인지 듣지도 못하고
쫒겨나듯 영원정을 빠져 나왔다.
 
"아니 잠깐만...달의 일이라면 직접 같이 와주시지...
 
아니면 나 혼자 보내시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무녀들이라고....?"
 
 
반신반의 하면서 나는 무녀들에게 약을 가져다주었다.
 
당연히 그녀들은 나를 쳐다보면서
 
"마침 잘 됐네, 달토끼가 왔으니 무슨 일인지 설명을 들을 수 있겠어."
 
하면서 나를 둘러쌌다.
 
하지만 나도 쫒겨나듯 온 상황.
 
아무 것도 아는게 없었고 오히려 내가 들어버렸다.
 
달에서 큐리오시티라는게 보내져왔다고 
사나에 씨가 그랬다.
 
"설마 고향 사람들이 여기로 내려오려는 건가
나처럼..."
 
"무슨 일이 있는걸까?
전쟁이 계속되다 패배한 걸까?"
 
"동료들을 다시 보는 걸까?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그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하얘졌다.
그래서 나는 그만 사부님이 준 약을 먹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릴 뻔 했지만
 
다행이도 마리사 씨가 똑같은 약인데. 그건 누구 거냐고 물어보는 덕에 정신을 차리고 약을 먹을 수 있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렇게 달의 도시로 날아가다 보니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익숙한 그림자. 고향의 냄새.
 
그리고 낮익은 얼굴....
 
그녀는 세이란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머어머,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익숙한 목소리다.
오랜만에 듣는 고향 사람의 목소리.
 
그 그리움에 나는 솔직히 눈물이 날 뻔했다.
뻔뻔스럽기도 해라.
 
하지만 난 탈영병이고,
이제는 지상인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내 가슴속을 뒤져 
할 말을 찾았다.
 
"뭐, 꽤 멋지게 공격당한 것만 빼면 잘 지냈지."
 
"뭐, 그것도 일이니까.
이미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 여기서 얌전히 내게 당해 줘!"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타당 탕 탕!!"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동료,
오랜만에 쏘고 피해 보는 탄막이다.
그래 이 느낌. 그리웠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이 녀석의 실력은 나보다 아래네~'
 
그렇게 겨우 몇 합을 주고받았을까나. 
 
 
 
"어라? 내가 어떻게 당하고 있는 거지?"
 
 
난 이렇게 쏘아붙였다.
 
"미안하지만 난 이제 지상의 토끼.
너든 너의 위이든 이제 나의 적이란 말씀
그 정도 실력으로 나를 막으려 한 거야?
 
세이란은 잠시 당황하더니,
 
"메이데이!!메이데이!! 긴급사태! 발생"
 
이렇게 통신하더니 잽싸게 어디론가 도망쳤다.
 
"이런~ 도망가 버렸군.
어디 한번 그렇게 보고해 보던가~"
 
달토끼는 참 제멋대로라니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점점 더 앞으로 가던 중,
어디선가 그리운 바람의 냄새가 났다.
 
"으음~ 그리운 바람. 고향의 냄새가 나는데?"
 
그렇게 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중,
또다시 그리운 그림자가 보였다.
 
"어이 이봐!"
 
그 그리운 그림자는 나에게 소리쳤다.
 
"우릴 배신했다는게 사실이야?"
 
'이 목소리는....링고구나...'
 
"같은 달토끼끼리 분쟁이라니..."
 
"뭐, 너도 명령 나도 명령 따르는거잖아?"
 
"뭐 아무튼,너도 고생이네~
지상에 가도 할 일 투성이잖아?"
 
 
"난 놀러 간 건 아니라."
 
"네 네 그러시겠죠 탈영병 씨~?"
 
"뭐 아무튼, 나는 이곳을 지나가야 해,
비켜 줄 수 있어?"
 
"그렇게 말한다고 비켜 줄 수는 당연히 없겠지?
 
배신자는 즉시 제거하라는 규정. 설마 잊었어?"
 
그렇게 말하고 링고는 웃으며 나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흐읏!"
 
갑작스런 탄막이었지만, 가뿐하게 피해 냈다.
 
그리고 반격, 탕, 
 
몇 발의 탄막 소리가 울려 퍼진 후 교전이 끝났다.
 
"에휴...."
 
"지상의 환경은 가혹하지.
그래도 익숙해지면 참 즐겁단 말이야.
타향도 익숙해지면 고향이지 뭐겠어?"
 
"아~ 나도 지상에서 살고 싶어라~
너처럼 도망치고 싶어라~"
 
"그 도망이란 이야긴 그만 하고,
자 이제 달의 도시로 들어가 보실까~"
 
"잠깐...! 한 가지만 말할 게 있어.
 
지금 달의 도시는 너가 떠났을 때의 모습이 아니야."
 
"뭐 당연한거 아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그럼?"
 
"지금 달의 도시에 어떤 광인이 하나 쳐들어와서...
좀 도시가 이상해졌어.
쉽게 설명하자면 과거의 극락정토는 옛날 이야기일 뿐이려나~"
 
"오호라..."
 
"그럼 난 이만~"
 
"잘 가. 오랜만이었어~ 가 아니지! 
에휴 벌써 가버리다니.... 
우선은 무슨 일인지부터 앞으로 가면서 더 알아봐야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렇게 또 한 걸음 앞으로 가, 달토끼들만 안다는 비밀 통로.
 
난 여긴 적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도레미라는 이름의 꿈의 요괴가 하나 있었다.
 
"아니 저건.....꿈속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요괴잖아?"
 
"그보다 여기 왜 적이 있는 거야...."
 
"어머. 달토끼네?
자아. 착한 어린이는 코오 하고 잘 시간~"
 
'어.....어떻게 해야 하지?
모르겠다....일단 격파하고 보자!'
 
 
그렇게 그녀를 격파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로부터 여러 정보를 획득했다.
 
"그러니까....그런 겁니다.
 
조심하시고, 길몽이 찾아오길...."
 
"그래. 이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게 악몽이라 할 지라도. 나는 가야만 해.
 
그게 일이니까.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반드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렇게 앞으로 또 한 걸음.
 
마침내 도착한 달의 도시.
그리운....정말 그리운 내 고향.....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차원과 환상을 넘어 돌아온 나와 우리의 세계.
 
극락정토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이건 대체?
 
거리는 온통 얼어붙었고....
아무도 없잖아....?"
 
그때. 또 다시 보이는 날개 달린 익숙한 그림자.
 
달의 현자. 키신 사구메 님.
 
일단 붙잡고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아... 사구메 님!
이게....무슨 일이죠?
 
그러자 사구메 님은 무언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나를 보셨다.
 
"토끼....?
 
분명 달의 주민들은 모두 가짜 달의 도시로 대피했을 텐데...?"
 
"가짜 달의 도시라구요....?
 
그럼....꿈의 세계?"
 
"빙고. 눈치가 꽤 빠르네.
달의 주민들은 다들 그것이 진짜 달의 도시인 줄 착각하고 있지. 꿈의 세계 말이야."
 
'음....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 무슨 일이지 대체?'
 
"허.... 항상 말이 없으시던 사구메 님이 저리 달변가가 되어 계시다니.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군요!"
 
그 말을 듣고, 사구메 님은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알겠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신."
 
"네?"
 
"....지상에 떨어진 토끼구나.
야고코로 님이 계신.
 
설마 뱌쿠가 이쪽으로 보낼 줄은 몰랐는데...."
 
 
"그렇다면 시험해 보겠어.
지상에 떨어진 당신의 힘을!"
 
그렇게 또 한 차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달의 현자 중 한 명이었기때문에
 
만만치 않았지만.
 
나는 느낄수 있었다. 
 
사구메 님이 전심전력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나에게서 무언가를 보셨기 때문일까-
 
하는 순간에. 사구메 님이 나에게 외치셨다.
 
"그만 그만, 됐어.
이제 충분해.
 
야고코로 님이 당신을 보낸 이유...
 
당신이라면 달의 도시를 구할 수 있을 지도..."
 
"네? 달의 도시를 구한다고요...?
그 말씀은....?"
 
나는 또다시 머리가 멍해진 채로 사구메 님의 설명을 들었다.
 
 
"아....그런 일이 있었군요.
 
근데 그런 무시무시한 사실을 왜 제게?"
 
"그건 당신이 적을 무찌를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지.
 
원래 달의 주민이라면 불결함과 더러움 그리고 생사를 두려워하지만.
 
당신은 오랫동안 지상에 물들여져서
 
몸도 마음도 지상인이 되어버렸지."
 
그 말을 들으니. 내 마음 속을 무언가가 찌르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무엇이었을까? 뭐 아무튼
 
사구메 님은 그렇게 말씀을 이어 하셨다.
 
그리고 나는, 적의 본거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곳은 적의 본거지. 그렇게 되어버린...
고요의 바다라는 곳이다.
 
내 마음이 쓰려오는 곳.
 
달과 지상의 전쟁이 처음 시작된 곳.
 
내가 도망친..... 아니야 그만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날아가던 중.
 
요정들이 잔뜩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어라...월면에 요정....?
 
게다가....강하잖아? 뭐지...?"
 
그런 생각을 하며 요정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던 길이었다.
 
"뭐지? 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자 자 요정들아! 어서 움직여라!"
 
 
"이런...."
 
 
 
어찌저찌 요정을 처리하고.
 
계속해서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고 있었다.
 
이제 거의 목적지에 도착한 느낌이 났다.
 
"그 요정. 엄청나게 강했어...클라운피스라고 했나?
 
순화의 힘이라니.... 복잡하네"
 
 
"그건 그렇고 모든 일이 확실하게 풀리는 느낌이야.
 
다만....아직 무언가가 찜찜해...."
 
 
"스승님이 알려주지 않은 건 과연 뭘까..."
 
 
그렇게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날던 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무겁고, 근엄한 목소리.
 
그 위압감은 달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궁지에 몰려서는, 무모한 수단이라도 쓰기로 한 것인가. 달의 주민이 이렇게 나오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건만.
 
"누구....?"
 
"내 이름은 순호.
달의 주민을 적대하는 신령이다."
 
"달의 주민에게 이런 적이 있다는 말은...처음 듣는데?"
 
"설마 하니 달토끼를 여기로 보낼 줄이야. 우습군.
달의 주민들이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가."
 
"글쎄.... 나도 명령받고 온 거라 뭐가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지!
 
 
달의 주민은 여전히 광기에요!
틀림없는 광기! 절대적인 광기!!"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너에겐 무언가 있는 모양이구나."
 
내가 깨닫지 못한 달의 비책이라도 있는 것이냐?"
 
"글쎄요....? 하지만. 당신이 누구든 이제부터 조심해야 할 걸?
 
저는 사구메 님의 명을 받고 온 자.
 
운명이 역전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지!"
 
"재미있구나...달의 주민이 나를 꺼리지 않을 줄이야...
 
너가 뭘 할 수 있는지.
달의 주민은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 주어라!
더럽혀진 달의 주민의 비참한 말로를!
 
그리고 보아라!
지극히 순수한, 허물과 더러움의 또다른 말로를...!!!!
 
 
마침내. 달의 운명을 건 전투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을 걸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눈앞의 적을 쓰러트리려 할 뿐.
 
영웅심리니 뭐니 추호도 없었다.
 
눈앞의 적은 과연 만만찮았다.
 
아니. 엄청나게 힘들었다.
 
달의 주민들이 고전한 이유,
내가 이곳에 올 수 밖에 없던 이유
 
그런 이유들이 보였다.
 
'나는.... 나는 탈영병이다.
 
나는 지상인이다...
 
 
하지만 그 동시에!!!
나는 달토끼다.
 
나는 에이린 님과 사구메 님의 명을 받았다.
 
나는 운명을 역전시킨다..!'
 
 
 
모두를 위해.
설령 쓰러질지라도.
나는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렇게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다.
 
사부님이 주신 약 덕분에.
 
나는 조금씩 조금씩 적을 뚫을 방법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통로에 백 번 쯤 갇혀 버렸다.
 
그 약이 있었어도.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가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슬슬 어지러웠다.
 
하지만. '무언가' 를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쓰러트렸다.
 
헉.....헉.....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으으음.....
 
여긴 어디지?"
 
"레이센. 해냈구나."
 
"이...그리운 목소리는...사부님?
 
내가...어떻게 된 거지?"
 
"성공했어. 달의 도시를 구한 거야.
솔직히 말하면 비틀거리면서.
이곳으로 돌아오고....힘에 겨워 쓰러졌지.
 
수고했어."
 
나는 스승님께 여러 가지 설명과,
내가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스승님은 이번엔 아무 것도 숨기지 않으시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사부님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 마음 속에는 무언가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느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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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이 있은 후.
 
나의 전 동료들은 지상에 눌러 사는 듯 하는 모양이었다.
 
경단을 판다나...
 
"그나저나 또 탈영병이 늘어난 거구만... 크큭"
 
"오랜만에 만나러 가면 어떻게 날 대할까.
사건도 끝났으니 나를 반기려나,
아니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인간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둘이 경단 팔이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솔직히 우스웠...지만.
 
'벌써 여기 생활에 다 적응했구만~ 여기 사람 다 됐어~"
 
옆을 지나가면서 자연스레 쪽지를 던져 넣었다.
 
"재밌어 보이네.장사 끝나고, 미스티아네 칠성장어 집으로 와"
 
'봤으려나~ 봤으면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사부님에게 외출 허가도 받고.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 레이센~!"
 
문을 벌컥 열며, 동료들이 들어왔다.
 
내 생각보다도 더 능청스럽게, 옛 동료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술이 몇잔 돌고, 
취기에 자연스럽게 고향 이야기가 나왔다.
 
"야 그은데에~ 너 도대체 어떻게 도망칠 새앵가글 해떤 거냐~? 지금 생각해도 싱기하네에~"
 
"아 그때는 뭐~ 지난 이리자나~ 좆같으니까 그냥 확! 저질러버린거지~ 통수도 타이밍이래잖냐~
 
니도 여기 좋아서 눌러 살자나~"
 
"에엑?? 그건~"
 
"그건 그렇고. 예저네 우리이 그거 기억나?"
 
"아 그거~ 그때 링거 니가 개 빨짓하는바람에 고생했지~ 아주?"
 
"어이구~ 혀 꼬이셔서 이름도 제대로 못말하세여 탈영병 씨?"
 
"뭐? 이노무 오줌새구옷 입은 토끼년이 못하는말이 없어...!"
 
"야 야 그만해~ 술이나 먹자구..!"
 
오랜만에 먹는 술,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
 
술기운이라 마냥 튀어나온 진심.
 
나를 탈영병이라고 미워할지라도.
본심은 다들 나를 기억하고 아껴주었구나.
 
그렇게 술을 마시니.
 
내가 그리워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워 한 것.
 
그것은 밝았던 과거도.
쫒기는 탈영의 순간도.
변해버린 달의 도시도.
그 모든 것이겠지만
 
친구. 동료와 함께하는 그 시간
 
그 시간 속에 갇혀 저장된 추억.
 
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내 이름은 레이센.
나는.... 탈영병, 지상의 토끼,
 
 
그리고..... 진정한 동료와 아름다운 추억을 찾는 자.
 
나는 레이센이다.
 
 
 
 
(꼴에 쓰는 후기)
 
소설가를 꿈이라고 달고 있는 새끼지만
이렇게 팬픽같은거 쓰는건 처음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감정이네요
귀찮다고 미루다 오늘까지 왔지만
어떻게든 써 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딴게 망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