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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글알못 팬픽대회

붉은 등 - 4KOMA

내가 텐구 기자를 때렸을 때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지.

 

난 원래 꽤나 온화한 요괴였지. 하지만 나와 M이 결성한 펑크 밴드 <조수기악>을 인터뷰하던 텐구를 1020엔의 맥주병으로 후려갈겼을 때는 뭐, 나도 꽤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군. 그 때부터 비로소 우리의 펑크가 시작되었어. 그 전에는? 그저 펑크 워너비였지. 아니면 펑크 비슷한 무언가. 개러지 록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우린 연습 장소로 쓸 좆만한 크기의 차고(개러지)도 없었지만.

환상향에서 라이브 공연이 유행하고 있을 때였지. 마을의 술집 곳곳이 비어 있는 공간을 대충 개수하여 소위 라이브 펍이니 클럽이니 하는 식으로 개조하는 게 유행이었어.

이곳에는 그럴 듯한 놀이 문화가 별로 없어. 스펠 카드 놀이도 하는 사람만 하잖아. 그래서 이 사람들의 유행은 천변만화했지. 시골 동네인 만큼 유행에 민감하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정 반대인 거야. 노가쿠가 유명해지면 우르르 몰려가서 노가쿠를 감상하러 가고, 종교 전쟁이 화제가 되면 우르르 몰려가서 종교 전쟁을 구경하러 가고…….

음악은 돈이 되는 사업이지. 나와 M은 보통 무덤가나 길거리에서 아무 때나 내킬 때마다 라이브를 열었지만, 라이브 펍이 생긴 뒤로는 술집에 공연을 신청해야 했어. 그런 곳이 아니면 이제 아니면 사람들이 안 오거든. 하지만 그런 곳에서 우리의 펑크 록은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지. 야유와 함께 던진 술병을 얻어맞은 적도 있었어.

시끄러, 그냥 꺼져라! 하면서. M은 그 때마다 절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았어. 맞받아쳤지. 똑같이 술병을 던지거나 기타를 객석의 관객에게 휘둘러대는 위험한 짓을 서슴없이 해댔어. 그러면서 외치는 거지. 너나 꺼져, 병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인간 우호도 악()에 걸맞는 그 흉흉한 모습에 텐구들은 신이 나 사진을 마구 찍어댔지. 원래 처음에는, 텐구들은 우리를 존나 좋아했어. 아니, 긍정적인 의미로 좋아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우리들은 가십의 대상이었지. 기사거리가 넘쳐났거든.

아무튼 그 인터뷰는 그렇게 술병을 얻어맞은 날 라이브 펍에서 그대로 진행되었어. 덕분에 술은 넘쳐났지. M은 취해서 의자에 파묻혀 있었고, 아마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은 상태였어. 한 마디로 꽐라였던 거지. 덕분에 대부분의 대답을 내가 해야 했지. 펑크 록이라고 하죠. 가사가 꽤 저속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에 말이야. 솔직히,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나는 그냥 맥주를 병나발로 마셨지.

M씨가 짐승길의 술집에서 일하신다는 건 사실인가요? 짐승길은 예나 지금이나 꽤나 홍등가지.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나는 이런 질문에 열받기 시작했어. 아니, 열받은 건 인터뷰 처음부터였을지도 몰라. 나를 내려다보는 텐구의 시선. 우리는 결코 대등하지 않았거든. M씨의 경험이 작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나요? 그렇지만 뭐라고 변명해야 했을까? 이러쿵저러쿵 줄줄이 늘어놓아야 했을까? 아뇨, 작사는 전부 제가 해요. M은 가사를 존나 못 쓰거든요. 이런 식으로?

그런 것 말고도 이런 질문들이 오고 갔지. 음악 활동에 진지하게 임하고 계십니까? 정말 병신 같은 질문이었지! 씨발, 술병 맞아가면서 하는데 아닌 걸로 보이냐? 아무튼 난 대답하기 귀찮아졌고, 대답 대신 입이나 닥치라며 아직 따지도 않은 술병으로 텐구의 머리를 후려갈겼지. 술병은 깨졌고 유리 조각은 텐구 머리에 박히고……. 한 병에 1020엔이나 하는 에일 맥주는 사방에 흩어지고…….

나는 이 일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 물론 <조수기악>은 위험분자로 낙인찍혔지. 사실 그 전에도 객석에 술병을 던지거나 기타를 휘둘러댔는데 말이야. 그런데 객석에 앉아 있던 수염이 숭숭 난 더러운 노친네를 술병으로 직격해 코를 부러뜨렸을 때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지. 라이브 펍이나 클럽에서 우리의 출연을 거부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거야. 좆같은 놈들 같으니. 언론의 힘은 상당했어. 텐구의 신문 따위야 요괴의 산 학급신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실수였다면 실수였다고 볼 수 있겠지.

또 텐구 놈들은 야쿠자 같은 구석이 있는데 말이야. 자신이 직접 공격당한 것도 아니면서, 자신들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혈기 넘치는 놈들은 M이 일하던 술집을 습격하거나 했지. 회상해보면 당시는 우리 주변이 가장 소란스러울 때였지. 그냥 요괴의 산이나 짐승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변의 텐구가 돌을 던지고 그랬다고. 이 때부터 우리들은 펑크 밴드로서의 <조수기악>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모든 번화가는 홍등가였지, 본질적으로 홍등가이지. 나는 그래도 노래를 불렀어. 창녀, 포주, 불량배, 찰과상, 염증, 유리 조각……. M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쓰리 코드를 연주하고, 나는 내가 아는 부정적인 단어를 전부 모아 만든 노래를 목 놓아 불렀어. 사랑할 만한 놈들이 필요했었어, 옮는 병이 있었어도 우린 잘 잤어. 굿나잇, 굿나잇, 굿나잇……. <소령악단>의 누군가는 울부짖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라며 우리의 노래를 혹평했지만 그건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었지. 왜냐하면 나는 존나 울부짖기만 했거든. 검게 칠한 부츠를 신고 각반을 차고 광택 나는 가죽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만약 당신이 M의 주장, 모든 번화가는 본질적으로 홍등가라는 그 알쏭달쏭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 그냥 책을 조용히 덮고 아, 이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그냥 집에나 가는 게 나아. 그리고 클래식, 아니면 재즈, 그것도 아니면 아무튼 당신이 좋아하는 LP판을 틀라고. 그것까지는 내가 뭐라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때때로 이런 일이 생기지. 나 같은 펑크 워너비들은 그런 LP판을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LP판을 부수거나 불태우는 거야. 그래도 그런 건 단순한 퍼포먼스야, 친구들. 최소한 나는 그래. 그러면 마을의 늙은이들이나 요괴의 산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는 멍청한 작자들은 이러는 거야. 펑크란 것은 도저히 타협할 여지가 없이 난폭하고 선정적인 음악이니 환상향에서 말소시켜야 한다.아무튼 내 말은,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LP판을 부수는 것보다 더 비타협적이란 거지.

뭐 결론적으로 텐구의 기사는 비판 일색이 되었지. 단순한 코드의 지루한 반복일 뿐. 시끄럽고 무의미한 가사와 함께 이런 건 도저히 음악이라고 할 수 없다.M은 재미있어하며 <조수기악>이 등장한 신문 기사는 전부 스크랩했어. 가끔은 공연장에 신문을 가지고 가는 일도 있었어. 그러면서 외치는 거야. 내가 왜 쉽고 간단한 쓰리 코드만 연주하는지 알아? 그것보다 더 어려운 건 기억 못하기 때문이지! 그러면서 220엔짜리 싸구려 발포주를 한 모금 마시고,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네놈들 비위 맞추려고 노래하는 게 아니잖아! 이러는 거야. 그러면 나는 마치 대본에 적힌 순서를 충실히 따르는 배우처럼 마이크를 들고 외치는 거지. Motherfucker!

물론 호응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 때로는 우리를 모방한 카피 밴드가 등장하기도 했지. 괜찮은 기분이었지. 애초에 우리는 본래 심야의 무덤가나 짐승길이나 인간 마을 외곽에서 라이브를 했었는데, 이 때 연주하는 노래는 꼭 우리가 만든 노래가 아니어도 괜찮았거든. 다른 밴드의 음악을 연주한 적도 많아. 외부 세계의 음악도, . 상관없었어. 우리는 음악이 누구에게 소유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적이 없어. 그러니 카피 밴드 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오히려 실례겠지.

인간 마을 외곽. , 재미있는 곳이지. 짐승길처럼. 내가 보기에 인간 마을은 오히려 요괴의 산과 닮았어. 하지만 요괴의 산이나 인간 마을이나 가장자리 부분 중심가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갖지. 이게 모든 번화가는 본질적으로 홍등가 라는 M의 주장에 반론이 되나? 모르겠지만.

인간 마을의 경계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삶의 방식이 표현되어 있지. 인간은 가만히 놔두면 마치 벌레나 새처럼 늘어나지인간 마을의 영역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거지. 그러나 그것이 요괴의 영역과 겹치게 되면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는지라 격렬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 치고받는 거야옛날 인간과 요괴 사이에 룰이 없었을 때에는 인간 마을의 영역은 자주 늘거나 줄었지말하자면 전쟁의 흔적이라고그런 곳에 살기 원하는 인요는 아무도 없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낙후되곤 하지.

만약 당신이 그 곳에 간다면 길에 놓인 포석(鋪石사이로 풀이 뚫고 나와 팔꿈치 높이까지 자라 있는 것이 보일 거야. 실로 경이적인 생명력이지. 그 생명력과는 대조적으로 주변의 풍경은 처참할 거야.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짓다 만 건물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고, 포석은 곳곳이 깨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감출 수가 없어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풀들은 제멋대로 웃자라 있을 테고. 결정적으로, 으레 폐가에는 유령이 모여드는 법이지.

 이런 곳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하지만 버려졌던 마을을 다시 찾은 것은 아웃사이더들이었지. 불량배, 포주, 창부, 그도 아니라면 인간 마을에 밭 한 뙤기 없는 자들이런 자들은 그나마 쓸 수 있는 건물을 개수해서 아무렇게나 살고 있었어. 원래 우리는 이런 불량배나 포주, 창부를 상대로 라이브 공연을 했었지. 이런 사람들은 원래부터 우리 음악에 꽤 호응했던 것 같더라고. 보통과는 다른 삶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 자들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클럽 공연에 진출한 이후, 나와 M은 좀 이상한 곳에서부터 인기를 얻어가고 있었어. 언젠가 무녀가 우리의 공연을 강제로 중단시킨 적이 있었지. 너희 노래를 듣고 사람이 죽었어, 라면서. 나는 이 이야기가 얼른 이해되지 않았어. M은 그 때도 취해 있었고 말이야. 취해서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고 따졌지. 무녀는 이러더군. 이해가 안 가? 네 노래에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잖아.

듣기로는, 마을의 중심가에서, 우리 노래를 듣고 제 부모를 죽인 놈이 있다는 것이었지. , 내 대답은, 적절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랬어. 그거 엄청난 호응이네. M은 낄낄댔지. 그래, 우린 늘 투사를 원했었지! 무녀는 퇴치당하고 싶지 않다면 입을 닥치는 게 좋을 거라며 을러댔어. 나는 별 생각이 없었어. 우리 노래와 부모를 죽이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고. 무녀의 말에 따르면, 우리 노래를 듣고 사람이 이상해졌다나 봐.

그런 이상한 작자가 꽤 많은 모양이대. 부모를 죽인 건 극단적인 사례였지만, 우리 공연을 보고 자살을 결심했다거나, 약에 손을 댔다거나, 남의 집에 불을 질렀다거나 하는 사람이 속출했지. 게다가 실제로 공연이 중단되었어. 라이브 공연도, 펍 공연도, 클럽 공연도 전부. 텐구도 못한 일을 무녀가 해낸 거지. M은 말했어. 뭐 이런 일도 있는 거지.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 누구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상관없어. 허세부리거나 하는 게 아니야.

뭐 우리의 퍼포먼스가 좀 과격하긴 했지. 쓰레기통을 던지거나 술병을 던지거나  아니, 술병은 관객 쪽에서 먼저 던진 거 아닌가?  아무튼 그건 그냥 표현의 한 방식이었어. 최소한 나는 그랬다고. M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냥,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발산하듯이, 정욕이 쌓였을 때 해소해야 하듯이 그냥 소리 지르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M은 어땠냐고?

M은 공연 도중에 술병을 깬 유리조각을 몸에 문질렀던 적이 있었지.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여러 번 그 짓거리를 했어. 그러면 유리조각이 살 사이에 막 박히면서 피가 줄줄 나거든. 이게 가만히 놔두면 살 안에 파고드니까 하나하나 다 빼내야 돼. 영원정 선생 신세를 좀 졌지. 그 지랄을 하다가 출혈이 심해져서 공연을 도중에 멈춘 적도 있었고.

M에게 한번 물어봤지. 너 우울증 있냐? M은 흥분해서 그런 짓을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좀 맛이 간 건 확실하지.

그렇지만 M이 뭐 제 부모를 잡아먹거나 쳐 죽이거나 하지는 않았잖아. 심지어 M이랑 가장 가까이 있는 나도 부모를 쳐 죽이거나 씨발 남의 집에 불을 지르지는 않았다고. M은 마을의 양계장을 습격한 적이 있긴 한데 이건 다른 이야기고. , M도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는데 씨발 내 노래나 M의 노래를 들은 놈이 그것 때문에 부모를 죽였다는 게 말이 돼? 양계장이나 새 꼬치구이 포장마차를 엎었다면 또 몰라…….

 

물론 우리들은 무녀의 권고를 곱게 받아들일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지. M은 다시 기타를 잡았지. 그리고 나에게 말했어. 원래 우리는 위험 분자였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랬지. 나도 알고 있어. 전혀 기죽지 않았어. 그것으로 충분했어.

할 거야?

당연하잖아.

<조수기악>이란 밴드명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어. <조수기악>은 온갖 곳에서 거절당했거든. M과 나는 가명을 쓰기로 했어. 밴드명도 마찬가지였지. 나는 <브레멘 클럽>이라는 가명을 제안했고, M은 그다지 불만 없이 그 이름에 동의했지. 물른 그 유명한 <브레멘 음악대>를 오마주한 것이지. 브레멘 음악대는 요수 음악대의 상징 같은 거지.

나와 M은 엉성한 변장을 했지. 나는 귀를 숨기고, M은 날개를 숨겼어. 공연장은 내가 물색했지. 하지만 더 이상 술집이나 클럽에서 기타를 치는 것에 만족할 수는 없었지. 아마 고별 공연이 될 것 같으니까 규모를 크게 벌리고 싶었지. 마침 하쿠레이 신사에서는 여러 악단을 초청하여 라이브를 열 계획을 하고 있었어. 정말, 이보다 적절할 수가 없었지.

우리는 수많은 밴드와 악단 사이에 숨어들어가기로 했어. 나는 엉성한 변장을 한 상태 그대로, 진행을 돕고 있던 마법사에게 출연신청서를 냈어. 의외로 출연신청서는 쉽게 수리되었지. 초청받은 악단 이외에도 출연을 신청한 밴드가 두 자릿수를 넘는데 우리 같은 밴드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는 없었겠지. 생각해보면 그 마법사는 이미 우리가 신청서를 냈다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그 녀석도 소란을 좋아하니까.

산에서 소멸한 야마비코 동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사실 나는 딱히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야. 나는 큰 소리를 내고 싶었어. 시끄럽게 하고 싶었지. M은 달라. M은 노래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야. 서로 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달랐지만, 오히려 그것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어. 즐거웠다면 아무래도 좋은 일 아니겠어?

내 차례가 되어 스테이지에 들어설 때까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지. 그러나 M은 날개를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어. 그 실루엣에 관객들은 조금 술렁였지. 이어서 예의 그 단순하고 반복적인 쓰리 코드를 연주하기 시작하니 그 치들도 그제야 눈치 깐 모양이더군. 저 녀석들, 설마, 하고. 그 술렁임을 신호로 나와 M은 두건과 몸을 감싸고 있던 망토를 벗어던졌어.

시커멓게 칠해진 부츠와 광택 있는 가죽 옷. 그리고 선글라스.

그리고 짐승귀와 날개.

씨발, 존나 멋있지.

나는 마이크를 들고 외쳤어. 내가 듣기로는, 너희들이 우리 음악을 존나게 싫어한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상관없어. . 씨발, 지금 존나 즐겁거든. 그리고 그 이외의 것은 전혀 신경 안 써!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나에게 다른 노래는 없어!

 

젊게 죽어, 아름다울 때 죽어, 지금 죽어, 목 매달아

무슨 희망이 있는 거야? 좀 더 살면 달라지는 거야?

가진 건 젊음밖에 없지곧 사라질 테니 지금 죽어버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인 모양인데

어차피 입도 뻥끗 못할 겁쟁이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게 뻔하잖아

연탄과 밧줄이라면 산더미처럼 있는데

 

노력했어최선을 다 했어, 성실했어할 만큼 했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좀 더 하면 달라지는 거야?

있는 건 고집밖에 없지, 서까래에 목이나 매달아!

 

무녀의 대응은 다소 늦은 편이었지만 나와 M을 보자마자 무대 위로 올라왔지. 그러나 나는 절대로 라이브를 중간에 멈출 생각은 없었지. M이 마이크 없이 외쳤어. 더 이상 다가오면 관객을 쏘겠어! M은 탄막 몇 개를 허공에 띄웠지. 무녀는 당황했어. 나는 노래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멋진 말(?)을 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군.

객석은 아수라장이 되었지. 탄막에 눈이 뒤집힌 건지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고 난리였어. 무녀는 부적을 꺼내들었지. 할 테면 해봐! 하면서. 무녀가 부적 몇 개를 객석 쪽으로 던지니 커다란 부적이 허공에서 벽 같은 것을 만들더군. 물론 탄막을 막는 결계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지. M은 탄막을 쐈지만 탄막은 허공에서 허무하게 떨어졌어.

어느새 기타 소리가 나지 않더군. 반주가 끊겼어. 하지만 나는 외쳤지. 무반주로 하겠어! 나는 계속 노래를 불렀어. M은 무녀와 일대일로 대치하고 있었고, 보니까, 유리 조각으로 몸을 문질렀을 때보다 더 피 칠갑을 했더라고. 내가 보기엔 퇴치 이전에 빈혈로 쓰러질 것 같았어. 문제는,

그래도 난 노래를 멈출 수가 없었어. 대신 나는 고성을 지르면서, 손톱을 딱 들고, 목덜미를 그었지. 내 목에는 오선지가 그어졌어. 그 다음에는 세로로, 다시 가로로, 대각선으로……. 나는 내 목덜미며 어깨를 계속 할퀴었지. 손톱에 피가 고였다가 방울져 흘러내리고, 씨발. 내가 대체 왜 그랬지? 흥분 상태에서, 조금 맛이 간 게 틀림없어. M의 피를 보고 말이야.

무녀는 M을 금방 쓰러뜨린 뒤 나를 바닥에 고꾸라뜨렸어. 지가 계획한 행사를 다 망쳤으니 무녀는 열이 무척 올랐겠지. , 고루함의 대표 같은 인물이지. 하지만 그것보다는 우리가 하는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어.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이런 짓을……! 나는 지지 않고 외쳤지. 뭐 씨발, 우리 지금 존나 즐겁거든!

 

난 그 뒤로 명련사에 넘겨졌다가, 영원정의 진료소에서 우울증을 치료받게 되었지. 지금도 계속 약을 먹고 있어. 도대체 이런 약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밴드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야. 여기까지 들었으면 알겠지만 이미 강제로 해체되었지.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니,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고 다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대답할 수가 없어. 결국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그래도 꽤 재미있었다는 건 사실이지. 기타를 쥐어 준다면, 다시 시작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 뒤로 M을 다시는 만나지 못했지. 영원정의 의사도, 명련사에서도 만나지 못하게 했거든. 그게 꽤 아쉬워.

 

여전히 환상향은 꽤 지루한 곳이지. 여전히 나는 명련사에 있고, 검은 부츠나 광택 있는 가죽옷은 내 옷장 한편에 잠들어 있어.

그래도 지금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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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오나홀 받은 사람입니다. 더 내려갈 곳도 없겠다 싶어 그냥 붓 가는 대로 썼습니다. 주제가 셋 다 너무 어려워서 구상에 고민했다는 건 덤. 타인이 정한 주제에 맞추어 글을 쓰는 일은 너무도 힘들더군요.

본래 이 소설은 3인칭 시점에 5만 자 정도로 꽤 긴 편이었지만, 단숨에 8천 자 정도로 압축하고 1인칭으로 바꾸었습니다. 전 여전히 단편 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설은 다소 서사성을 줄이고 복선 같은 건 전혀 쓰지 않고 단순하게 썼습니다. 펑크의 쓰리 코드처럼요.

오타쿠로 살면서 한번쯤은 겪었던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즐거워하고 싶은 것뿐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행으로 취급받거나 뭐 이해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뭔가 범죄적인 것으로 취급되거나. 그래서 이해받지 못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써보고자 했는데 잘 드러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란 글자는 음악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본래 이란 나무에 현을 얹은 악기를 묘사하는 글자라고 합니다. 그렇죠, 기타입니다. 뭐 농담이지만.

여담인데 은 락이라고 읽죠. Let's Rock.

아무튼 마무리되고 나니 이 소설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