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대회 결과
우승 : 하얀 연기 - 해권
준우승 : 거짓말쟁이 이야기 - 교토대동방학과
3위 : 사관은 논한다 - 초핫
4위 : 색을 칠하는 자 - 조각이
5위 : 장미 - 잉딱
<글알못 대회 MVP> : 라스트 리모트 - Enma
감평대회 결과
1위 : 교토대동방학과
2위 : 장기짝
3위 : 니와타리쿠타카
주최자 감상평 전문
1. 독심독신 - 큘라마도마
사토리의 고충을 이야기 한 뒤, 지령전 사건으로 인해 레이무가 오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회 시작 1시간 15분 만에 타임어택을 찍은 작품입니다. 작가가 ‘이거다!’ 싶은 영감을 받아 순식간에 써낸, 작가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긴 글이라 할 수 있겠군요.
모두에게 미움 받는 사토리 요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원한다니, 정석 중의 정석입니다. 캐릭터의 설정을 재해석한 글이니 만큼 알기 쉽고 깔끔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주최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입니다. 주제가 확실히 와 닿습니다.
다만 너무 정석적인 것이 오히려 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친구 없는 사토리’는 지나치리만큼 정형화된 형식이고, 누구든 한 번 쯤 상상해보았을 만한 내용입니다. 판에 박힌 클리셰가 정점이 달하는 건 ‘어라, 어째서 눈물이…?’ 라는 묘사가 나온 구간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은 속마음을 내비치는 장치지만, 이제는 닳고 닳아 감흥조차 느낄 수 없게 되어버린 연출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어라, 뭔가 떨어졌는데. ~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요.’ 까지의 문단을 지워 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토리의 소망을 상징하는 눈물은 없어지겠지만, 훨씬 담백하고 잔잔하게 증폭되는 감정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짧지만 감정이 잘 드러나는 좋은 글입니다. 주최자의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주최자도 깜짝 놀랄만한 완전 낯선 내용의 글을 보고 싶네요!
p.s) 마침표를 여러 번 찍는 것(...)보다 말줄임표(…)로 나타내는 편이 깔끔합니다. ‘ㄱ’을 입력한 후 ‘한자’를 눌러 말줄임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2. 매미는 여름에 생을 다 한다 3부작 - 셰도우암
<생을 위해 이를 버린 그>, <향기로 취하다>, <매미는 여름에 생을 다 한다>라는 제목으로 3부작의 형태를 띤 글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미코가 타락하는 세계선을 써낸 팬픽이군요. TS를 시작으로 굴복, NTR, 정신붕괴, 타락까지. 작가님의 욕망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제 1부, <생을 위해 이를 버린 그> 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의 욕망이 표출된 작품일 뿐 아니라, 주제의식, 가독성, 호흡, 몰입감까지 뭐하나 놓치는 부분이 없었거든요. 소녀로 부활한 미코가 쾌락을 통해 변해가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그녀를 살살 구슬리는 세이가의 모습도 좋고요. 욕망을 나타내기 위해 배덕은 최고의 소재죠. 후술하겠지만, 이미 1부만으로도 완성된 팬픽이었습니다.
제 2부, <향기로 취하다>는 딱히 설명할 내용이 없습니다. 성욕에 중독된 미코는 1부의 연장선이고, 스토리는 세이가와 협약을 끝낸(혹은 세이가로 인해 욕망이 발현된) 뱌쿠렌이 미코와 교접하는 것뿐입니다. 아마 이때부터 불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3부, <매미는 여름에 생을 다 한다>는 가장 방대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앞선 두 에피소드는 3부의 프롤로그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문제점이 가장 많은 에피소드도 3부였습니다. 부마다 작가가 바뀌었나 싶은 위화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3부의 스토리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미코가 무라사와 쇼우에게 갱뱅을 당했다던가, 명련사 식구들의 이야기, 관계가 역전된 뱌쿠렌과 세이가라던가, 토지코의 결심이라던가, 여성다움을 알려주는 누에라던가, 일단 다 치워놓고 보겠습니다. 결론만 요약하면 ‘성욕에 찌들은 미코가 요괴가 되고, 자신을 긍정했다.’입니다. 타락한 자기 모습을 긍정한다. 이건 1부와 똑같은 내용입니다. 주최자가 꼽은 가장 큰 문제입니다만, 이미 본문이 20%쯤 진행된 시점에서 이야기의 결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정해진 결말로 달려가는 동안 지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식욕이 배고픔을 동반하고 수면욕이 피로를 동반하듯 성욕도 영원할 수 없습니다. 이미 1부에서 절정을 맞이한 독자는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미코의 자위묘사도, 소프트한 무라사의 성행위나 하드한 쇼우의 성행위 묘사도,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래도 쇼우는 별개의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그 후로 비중이 사라지니 안타깝네요.
아이언맨 1에서 자신의 과오를 극복하고 발전한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2에서 또 이상한 짓과 발전을 반복하는 그런 느낌 있잖습니까. 이 경우는 성향이 완전 반대겠지만, 이미 1부에서 타락한 미코의 이야기를 2, 3부에서 그대로 느껴야 한다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그걸 팬픽의 하이라이트로 선정하는 건 뼈아픈 오판이죠. 요괴가 되었건 안 되었건 선은 진작 넘었으니까요.
근본적으로는 지나치게 늘어지는 전개가 문제입니다. 무라사와의 성행위, 쇼우와의 성행위, 후토와 토지코의 대담 등을 줄이고 분량을 절반 정도로 쳐내 필요한 부분만 남겼더라면 훨씬 몰입감이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세이가가 멘탈 붕괴하는 보기 드문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욕망을 주제로 배덕에 관해 다룬다면 그건 그야말로 반칙이죠. 모래성 부수기만큼 짜릿한 게 또 없습니다.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고 욕망을 방출하는 미코의 모습은 주제로서 최고의 소재였습니다. 쌓아올린 덕을 파괴하고 배덕에 몸을 맡긴 미코처럼, 이 팬픽도 자를 부분은 과감히 잘라냈더라면 좋았을 것 같네요.
p.s) 아니 31개나 제출될 줄 알았으면 감평 안 해줬지
3. 영원의 저주 - 카라니아
영원의 저주를 애써 외면하고 케이네와 하루하루를 즐기고 싶은 모코우의 욕망. 그런 모코우도 언젠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카구야의 뒤틀린 애정(욕망)을 다룬 글입니다.
무작위 모코카구 동인지에서 붙여넣기가 가능한 죽림의 결투 장면은 배제하고, 이 글은 모코우-케이네와 카구야-테위 두 파트가 대칭하듯 나열되어, 각각 필멸과 영원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테위가 영원히 살 건 아니지만 카구야는 모코우와 영원히 살게 될 걸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팬픽은 주제가 ‘욕망’이 아니라 ‘영원’입니다. 저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케이네-모코우 파트는 괜찮습니다. 욕망을 소원, 혹은 꿈으로 치환하면 케이네와 모코우 쪽은 쉽게 납득이 가능합니다. 영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를 즐기고 싶은 모코우의 소망(욕망)이 드러납니다. 욕망은 본질적으로 ‘가질 수 없는, 혹은 가지기 힘든 것을 탐하는 욕구’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때문에 모코우는 자신이 영원에 가까운 존재임을 알고도 무리하게 현재를 추구합니다. 이 부분은 욕망과 영원 어느 쪽도 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구야-테위 파트에서 문제가 드러납니다. 극후반에 카구야가 모코우를 원하는 마음을 드러내지만, 통발에 걸려드는 물고기처럼 언젠가 자신에게 올 것을 기다릴 뿐입니다. 욕망 보다는 ‘기대’ 혹은 ‘기다림’ 정도에 가까운 물건이죠. 테위가 애써 그걸 욕망으로 포장해줍니다.
주제란 작품 전반에 고루 녹아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 영원의 저주 >는 그 주제가 끝부분에만 함축되어있습니다. 마치 ‘아 참, 주제가 욕망이었지.’ 라는 느낌으로 주제 쿼터제를 수용해서 의무감에 부각시켜 준 느낌입니다. 주제도 아닌 ‘영원’이라는 키워드는 이미 미친 듯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데 말이죠.
또한 <카구야와 싸우는 모코우>, <케이네에게 위로받는 모코우>, <비참한 모코우를 비웃는 카구야> 라는 구성이 지나치게 익숙한 감이 있습니다. 그, 앞서 말했듯 랜덤 모코카구 동인지 한 편 보면 세 장면 중 하나쯤 비슷한 물건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네, 아쉬운 점은 주제의식, 그리고 지나치게 정형화된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분량이 약간 긴가 싶었지만 적당히 마무리 되었고, 싸울 때는 격하게, 대화를 나눌 때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호흡도 좋았습니다.
모코우에게 존댓말을 쓰는 케이네라던지, 에이린, 카구야와 격의 차이가 크게 없는 테위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인데, 잘 캐치해주셨습니다. 이런 세밀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제를 주제답게 강조한다거나, 색다른 플롯을 넣는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주최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네요.
p.s) 한 번 나왔으면 지적 안했지만 세 번 나왔으므로 지적하겠습니다. 티클이 아니라 티끌입니다!
4. 키신 사구메의 모순 - Kazador
키신 사구메의 모순적인 능력에 대해 사구메 본인과 아큐, 도레미가 담화를 나누는 내용의 글입니다.
사구메의 능력은 이래저래 이야기가 많았죠. 단순히 ‘말하는 것과 반대로 되는 능력’ 정도로 이해하기에는 그 깊이가 다릅니다. 글에서는 ‘적의 본거지로 향하라’ 라는 감주전의 대사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과 그 가능성이 모순된 이유를 집중적으로 짚고 있습니다. 주제를 잘 파고든 글입니다.
난해한 논제에 대해서 다루는 글은 대개 독자는 머리가 아파지고 지루해지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꽤나 재밌는 방법을 통해 그런 문제점을 해결합니다. 후기에 남기신 그대로, ‘쌈마이 감성’을 진하게 묻힘으로서 말이죠.
세밀한 설계를 통해 이뤄낸 건지, 오랜 시간 팬픽을 연재하면서 손에 익은 감성으로 녹여내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게는 꽤나 먹혔습니다. 바라신대로 난해한 주제와 가벼운 감성을 모두 살려내셨거든요.
시작부터 아큐, 도레미, 사구메가 모여 마치 현대의 토크쇼 같은 연출로 시작합니다. 신선하죠. 여기서부터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레밀리아의 우스운 일화, 넓은 독자층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패러디 요소,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가벼운 개그와 마지막에 첨가된 달달한 백합 요소까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이미 어떤 형태로 글을 써야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후술할 사춘기의 뱀파이어와 비슷한 딜레마를 꿰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게 될지는 몰라도, 이 팬픽 자체가 다른 입상후보들을 제치고 입상할만한 깊은 심도를 가졌느냐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볍게 읽기 편한 문체에, 주제의식도 필요한 만큼 첨가되어 있으며, 흥미를 이끌만한 짜임새를 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건 입상할 수밖에 없어!!!’라는 수준의 격한 감정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사구메의 능력에 관한 고찰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결말 역시 ‘단순한 컨셉질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입니다. ‘사구메의 과묵함은 컨셉일 뿐이다.’ 라는 설정은 연재소설에서 사구메의 캐릭터성으로 부여하기 좋지만, 그 자체가 독자에게 어떠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 점은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주제와 몰입감이 적절히 균형을 이룹니다. …다른 참가자들이 이 악물고 달리지만 않았어도 입상했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p.s) 대회 후기에 자기 소설 홍보라는 천인공노할 행위를 했으니, 여기선 제 소설 홍보하는 벌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아라 ‘신문팔이 꼬마텐구와 나의 이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 여러분~
5. 사춘기의 뱀파이어 - Koakuma
우선 간단한 2000자 내외 팬픽으로 주최자의 마음에 안정감을 더해준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열흘 내내 묵직하고 어두운 글만 읽다보면 사람이 썩어서 곰팡이가 피기 마련이니까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산소 호흡기를 댄 느낌입니다.
이제 막 성에 눈을 뜬 182세 (홍무이변 320년 정도 전의 이야기겠죠.) 레밀리아 아가씨가 한창 피어오르는 성욕을 억누르지 못하고 메이링을 흘끔 쳐다보거나,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다가 소악마와 눈이 맞는 내용입니다.
가볍고 달달합니다. 지친 주최자의 마음에 안식을 가져다줍니다.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글이라니, 팬픽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주제인 욕망에 맞춰진 글이라 주제에 관한 지적을 할 일도 없습니다.
이런 감사한 글에 이 악물고 지적을 해야 하는 심사자로서의 입장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글이 너무 짧습니다. 길면 길다고, 짧으면 짧다고 하소연하니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지만, 짧아야 좋은 글이 있고 길어야 좋은 글이 있으며, 그 절충안으로 적당한 분량이 필요한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의 경우는 전개가 갑작스럽습니다. 다른 부분은 이상 없지만, 소악마와 레밀리아가 눈이 맞는 부분이 갑작스럽습니다. 소악마와 레밀리아가 사귀게 된 이유는 ‘① 가슴이 닿아서 좋다. ② 야스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해야 하니까.’ 입니다. …뭔가 사귀는 이유로는 부족하죠. 이전까지 소악마와 레밀리아의 관계는 ‘지나가는 고용인 A와 주인장’ 같은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차라리 ‘오늘부터 사귀기로 해요.’ 보다는 ‘사랑은 차근차근 쌓는 거 에요.’ 라는 느낌으로 홀렸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은 소악마와 레밀리아의 사이가 진전되다가 사귀는 전개로 이어졌다면, 독자들도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달달한 글을 오래 볼 수 있어서 만족도도 올라가겠죠.
다만 이 글의 경우 양방의 사랑이 아닌, 한창 성욕에 개화한 어리버리한 레밀리아를 등쳐먹는 소악마로 묘사되었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주최자가 원하는 그림이 안 나와서 이 악물고 트집 잡는 겁니다. 더 쓰라고 더!
깊이감은 부족할지 몰라도 읽는 이에게 충분히 만족을 주는 팬픽. 주최자는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종합적인 요소를 심사해야 하는 대회만 아니었다면 그냥 입상시켜드렸을 텐데…
p.s) 소악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홍마관 전원을 소악마와 연관 지으려는 것인가???
6. 덜 지하로부터 - 1.218
환상향의 인육 공급체계에 불만을 가진 코가사와 벤벤이 인육공장을 폭발시키는 내용의 팬픽입니다.
이야 이건 재밌네요. 디스토피아 환상향은 산신령과 나무꾼 개그 마냥 나올만한 소재가 다 나와서 더 건져낼 건덕지도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어딘가 뒤숭숭한 환상향’ 수준에 머문 원작의 설정을 완전히 잡아 당겨서, ‘사람 살기 개X같은 환상향’을 만들어낸 느낌입니다.
사실 조금 과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관점 비틀기는 분명 좋은 연출이기도 합니다만, 그걸 너무 과하게 비틀어버리면 원작으로부터 멀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이미 코가사나 벤벤에게서 기존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남은 건 츠쿠모가미라는 설정뿐입니다. 극단적으로는 S와 W가 누구인지 아직도 헷갈립니다. 반키랑 빙어일지도. 이야기가 동방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져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걸 동방 팬픽으로 봐야 할까? 동방 스킨을 씌운 달동네 이야기 아닐까?’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래도 인육이라는 단어는 익숙키도 하고, 츠쿠모가미니 본체만 멀쩡하면 된다거나, 백귀야행, 요괴의 산 등등 주기적으로 환상향임을 환기시켜주는 소재들 덕분에 동방 팬픽으로서의 본질을 가까스로 유지한 느낌입니다.
상기한 ‘동방 팬픽인지 헷갈린다.’ 외에 지적할 점은 없습니다. 그 외에는 장점뿐이죠. 반지하틱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낸 눅진눅진한 문체가 좋습니다. 썩은 머리통을 날리며 스타트를 끊어 독자들에게 글의 분위기를 확실히 전하고,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대화도 좋습니다. 읽으면서 지나치게 부담되는 부분도 없었고, 이 정도면 멋지게 완성된 글이죠.
단순히 약소 요괴가 시위하는 팬픽 수준에서 이야기가 그치지 않고, 인간을 위한다는 코가사 역시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캐릭터로 그려 넣습니다. 자기 신념(이라고 불리는 겉멋)에 휩쓸려 자기가 왜 저항하는지도 똑바로 깨닫지 못합니다. 자신이 환상향의 현자들에게 짓던 표정을 동료에게 그대로 받기도 하고, 인간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구원하려 들고, 급기야 인간과 요괴 사이의 분쟁을 격화시키기 위해 인육공장을 폭발시킵니다. 애초에 코가사의 원동력은 핍박받는 인간을 지키겠다는 사명이 아니라 현자들이 고깝다는 시답잖은 이유일 뿐이었습니다.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는 코가사의 모습은 주제인 ‘모순’을 진하게 담아냈습니다. 이 또한 글 안에서 깊게 언급하지 않아도 독자 스스로 느끼게 되는 좋은 주제 전달 방식이죠. 이래저래 <거짓말쟁이 이야기>와 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좋은 글입니다. 한줄 넘길 때마다 찌든 술냄새와 땀냄새가 생생히 전해지는군요.
p.s) 왜 이런 괴수들은 평소에 안 보이다가 대회만 열면 나타나는 것이당가??
7. 미래를 보는 기계 - ㅋㅂ(218.158)
‘미래를 보는 기계 이야기’ 혹은 ‘마리사가 질투를 품고 레이무를 죽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 요약이 두 개로 갈린 이유는 천천히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편의 괴담 혹은 기묘한 이야기 같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레이무는 곧 죽을 터이니 1년 뒤의 미래를 볼 수 없었고, 마리사 역시 곧 유카리에게 잡혀 죽을 터이니 미래를 볼 수 없었죠. 결국 미래를 보는 기계가 맞다~ 라는 약간 께름칙한 여운을 남깁니다. 주최자도 공포 이야기 갤러리의 괴담 한 접시 비운 것 같은 감각이 남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루는 부속품 중 하나로 마리사의 열등감, 레이무를 향한 살해 욕구가 드러납니다. 그것을 ‘욕망’이라는 이름의 주제로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리사의 욕망이 ‘주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일 크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이 글은 욕망을 중심으로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기묘함, 혹은 오싹함 같은 감각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마리사의 ‘욕망’은 주제가 아닌 행동의 근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최자의 최후의 무기 마냥 지긋지긋하게 꺼낸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명확하게 짚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주제는 작품 전반에 고루 녹아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미래를 보는 기계>를 읽고 나면 ‘음… 마리사의 욕망이 진하게 드러나. 이 글은 욕망을 소재로 쓰여진 글이구나.’ 라는 생각이 아니라 ‘오오. 기묘해, 기묘해. 마치 괴담 한 편을 읽은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약간 읽기 버거운 문장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해프닝이면 넘어가겠지만,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터져서 조금 곤란했습니다. 레이무가 기계를 벗는 부분입니다. ‘기계를 벗어버리고 레이무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 이를 악물고 자신의 머리통만한 돌덩이를 레이무의 머리에 찍어 내리고 있는 마리사였다.’ 이 문장은 조금 버겁네요. 지나치게 길기도 하고, 한 문장 안에 레이무의 이름이 두 번 들어가서 잘 읽던 눈을 흠씬 두들겨 팹니다. ‘이를 악물고 자신의 머리통만한 돌덩이를 레이무의 머리에 찍어 내리고 있는’을 ‘독기 어린 표정으로 머리통만한 돌덩이를 내려찍으려 하는’ 정도로 다듬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묵직한 돌덩이가 어디 꽂힐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장면이니까요.
전체적으로 좋은 괴담 같은 느낌입니다. 기묘함을 표방한 대회라면 좋은 점수를 드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p.s ) 이번 대회에 마리사가 레이무를 죽이고, 유카리한테 잡히는 글이 또 있습니다. ‘2인자의 욕망’이 그렇죠. 동갤러들에게 마리사는 어떤 이미지일까요?
8. 들고양이 첸의 우울 - 문적문
첸이 어떻게 식신이 되었는지, 야쿠모 란에게 어떠한 감정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 묘사한 글입니다.
이야, 이 대회에서 문체에 감탄한 몇 안 되는 글 중 하나입니다. 저희가 첸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개 장난꾸러기 요괴 고양이로 그치는 수준이죠. 첸을 이렇게 진지하고 깊게 묘사하는 작품이 나올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100년을 산 위엄 넘치는 네코마타에서, 야쿠모 란에게 의존하는 식신이 된 첸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제는 무리의 새로운 대장조차 제압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초라해졌지만, 첸의 입장에서는 그저 란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좋다는 느낌입니다. 과거를 잊고 현재를 받아들인다. 어떻게 보면 우승작인 <하얀 연기>와도 비슷한 플롯입니다. 이 작품 또한 탄탄한 문체와 심리 묘사가 내용을 보완합니다.
란이 발정한 첸을 보고 덮친다? No. No. 그런 건 흔해빠진 레퍼토리, 지겨운 클리셰죠. 오히려 란이 당황해서 내빼는 걸 첸이 끌어당깁니다. 아, 신선하고 강렬합니다. 언제 덮칠까 조마조마한 상황. 감정이 아슬아슬 선을 타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 지금은 몸을 어루만지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언젠가는 란의 품에 안기겠다는 첸의 욕망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주제도 완벽하죠.
다만 또 하나의 복합 주제로 채택하신 모순은… 100년을 산 나이 지긋한 네코마타가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일까요? 아니면 란에게 모성애와 동시에 애욕을 품는 첸의 모습일까요? 둘 다일 거라 생각하지만…. 복합 주제는 쉽지 않죠. 서로 다른 두 개의 키워드를 작품 전체에 내포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욕망이라는 주제에 포커스를 두고 보면 이 자체로 훌륭한 내용이니까요. 잘 연마된 필력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p.s) 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어른스러운 첸을 보고 있자면 주최자도 홀릴 것 같습니다. 누나 나죽어~
9. 한식 - traditionalrock
저는 이 글을 온건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감평 끝.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대회의 주최자라는 입장에 놓인 몸, 이 악물고 최대한 감평을 진행할 수밖에 없겠죠. 주최자의 피눈물 나는 말 지어내기가 시작됩니다.
분명 짧은 편에 속하는 글이지만, 수차례 읽어도 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글입니다. 파악하기 힘들다기보다는 아예 이해를 거부하는 부류의 글입니다. ‘1000자를 써도 안 읽히는 글이 있고, 몇 만자를 써도 술술 읽히는 글이 있다.’ 라는 말이 안 좋은 쪽으로 딱 들어맞습니다.
모리야 신사가 나오는 부분은 대강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장면은 대체 뭐였을까요. 달의 도시에서 달토끼 자객의 습격을 받은 토요히메와 그걸 쫓는 요리히메인지, 죽림에서 칼부림이 난 건 어연 일인지, 붉은 눈은 레이센인가요? 종교? 무슨 종교? 새로운 종교라니? 같은 시간대의 일을 여러 시선을 따라가며 묘사한 건지, 시간 공간이 다른 사건들을 문단마다 묶어서 표현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걸 100시간 정도 읽고 해석하기를 반복하면 작가님의 의도를 가늠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다 싶었습니다. 네, 그래서 스토리와 주제에 대해서 평가를 내릴 수 없습니다.
문체에 대해서는 조금 상반된 의견을 내고 싶습니다. 분명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잘 묻어나는 좋은 글이지만, 그게 과하면 미사여구 범벅인 글이 됩니다. 정성스레 쓰여진 글이라면 어떻게든 좋은 평가를 내리는 주최자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글을 꾸미는 데에 치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것도 글을 꾸민다는 게, 하필이면 글의 내용을 지나치게 숨겨서 상기한 스토리와 주제 파악이 불가능했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네. 그래도 글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난해한 글이라는 게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들이 내용을 추론하고 의견을 내는 재미가 있겠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단서 정도는 잡고 싶습니다.
<불탄 부적>에 대한 감상과 비슷합니다. 그래도 <불탄 부적>은 ‘그냥 쓰고 싶은 걸 의식 가는대로 썼구나.’하고 해석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한식은 충분히 설명할 능력이 있음에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바보도 이해할 수 있게 써주세요. 그게 아니면 그저 설명부족일 뿐입니다.
p.s) 제발… 작가님의 해설이 절실합니다.
10. 천하제일인 치르노 - ㅁㄴㅇ
어 그러니까… 이걸 제가 평가를… 주제는 모순이었죠? 그게…
자신이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치르노가 유카에게 덤벼들었다가 만신창이가 되고, 천하제‘이’가 되는 내용의 글입니다.
우선 짧은 글임에도 기승전결이 딱 잡혀있어서 좋습니다. 읽으면서 거슬리는 부분도 없었고, 재미있는 팬픽 한 편 본 기분입니다. 소박한 내용에 짧은 글. 가벼운 글에 맞는 가벼운 문체도 좋습니다. ‘天下第一’이라는 단어를 못 써서 ‘天下제一’ 이라고 써서 붙이고 다니는 치르노의 디테일함도 동방다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고, 캐릭터들이 모두 익숙한 모습으로 익숙한 행동을 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주제인 ‘모순’은 천하제일이라고 자랑하고 다니지만 천하제일이 아닌 치르노를 나타낸 거겠죠. 네, 좋습니다. 딱히 지적할 사항이 없네요.
다만 지적할 사항이 없다고 이게 순위권 입상 작품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죠. 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아시다시피 대회에 출전하신 분들이 달밤의 늑대인간마냥 기를 쓰고 날뛰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재밌다.’ 라는 점 말고는 평가할 요소가 없는 게 아쉬운 작품입니다.
대회용으로는 부적합할지 몰라도, 재밌는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은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p.s) 감상에 5분, 감평에 20분가량 고민했습니다.
11. 하얀 연기 - 해권
머릿속의 생각을 글자로 나타내는 것이 글의 첫 번째 형태라고 한다면, 그 글자를 다듬어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 것이 글의 두 번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하얀 연기>는 후자입니다. 쇼우가 자아를 찾아가는 팬픽이라면 누구든 쓸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내용을 이런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작가님뿐입니다.
다른 감평자 분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압도적인 문장력이다. 문장가의 수필 같다. 마치 한 편의 스님 에세이를 보는 것 같다. 네, <하얀 연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작가 본인만의 색채입니다. 그 색채가 너무 강렬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퀴퀴한 방구석에서 맑은 아침 절간의 목탁 소리를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단어 옆에 한자를 붙이는 묘사를 싫어하는 주최자조차도, 이런 묘사가 글을 맑고 경건하게 만드는 연출이라고 납득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뱌쿠렌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던 쇼우는 뱌쿠렌이 봉인 당한 이후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사문천의 화신이 되어 요괴임을 부정하고 신앙을 받기 위한 그릇이 됩니다. 하지만 그게 올바른 방식일까요. 요괴로서의 삶이 전부인 스이카는 현재를 즐기는데 여념이 없고, 재액의 화신인 히나 조차도 제 감정을 내비칩니다. 쇼우는 자신의 일부만을 긍정하며, 살아있는 듯 살아있지 않은 크나큰 모순을 안게 됩니다.
아득히 긴 시간이 지나, 명련사의 동료들이 그녀를 찾아옵니다. 그녀의 본래 모습을 알고 있던 명련사의 동료들은, 쇼우를 비사문천의 화신이 아닌 쇼우 그 자체로서 인식합니다. 비로소 쇼우는 깨닫습니다. 비사문천의 화신. 호랑이 요괴. 명련사의 가족. 어느 하나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쇼우라는 존재를 증명하죠. 히지리를 구원하고자 하는 쇼우의 눈에 만물이 제 빛을 되찾고, 쇼우 역시 자신을 되찾습니다. 술을 밝히고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비사문천의 화신임을 긍정하는 존재로서요.
그냥… 주최자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걸 제 눈으로 평가하고 물어뜯으라니요. 창 한 자루 쥐고 호랑이에게 달려드는 꼴입니다.
쇼우의 독백이 글의 대부분을 이루면서 주제가 진하게 녹아있습니다. 고뇌하는 나날은 빛바랜 정적으로, 자신을 수용한 후로는 화사하고 경박하게, 상황에 따라 변하는 문체도 완벽합니다. 독자로 하여금 몇 번이고 생각을 가다듬게 만들어, 읽으면 또 읽고 싶어지는 마력을 담고 있습니다. 스이카는 요괴, 히나는 재액의 그릇. 인물 하나하나가 저마다 의미를 담고 있어서 버릴 수가 없습니다. 하얀 아침 안개를 두 번에 걸쳐 빗대며 쇼우가 아무것도 아닌 듯, 모든 걸 담고 있다는 연출도 예술입니다. 피 튀기고 눈물이 줄줄 나오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그런 사소한 걸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독자를 끌어당기는데!
만 점. 만 점입니다. 합격 목걸이를 받아가세요.
p.s) 혹시 스님이신가요?
12. 치르노는 치르노 일까 - 촉촉한촉수
치르노가 오키나의 힘에 굴복했음을 전제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마주하는 글입니다.
우선 스토리에 후한 점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계이변의 영향으로 힘에 미쳐 날뛰던 치르노를 보고 있자면, ‘만약 치르노가 환상향 최강이 된다면?’ 혹은 ‘만약 치르노가 오키나의 동자가 된다면?’ 등등 여러 생각이 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 글은 그런 의문을 계기로 시작하여 치르노 본래의 캐릭터성, 요정은 자연 현상의 구현화라는 점을 이용해 죽여도 죽여도 계속 살아나는 하얀 치르노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린 태닝 치르노를 대비시킵니다. 이만큼 흥미로운 소재를 잡아내면 구성이 어떻게 되든 일단 읽어볼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구성이 이상한가? 아뇨, 전혀요. 치르노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몇 번이고 자신의 도플갱어를 마주하는 치르노를 보고 있자면 저마저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눅눅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한 편의 괴담을 본 것 같으면서도 예전 자신을 떠올려 보고자 하는 치르노의 아련한 여운도 남습니다. 작가님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습니다. 이미 완성된 깔끔한 글이지만, 욕망을 주제로 삼았다는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이라면 주최자가 제시하는 주제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회에서 주제는 평가를 위한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글이 제출 되어도 우선 제시된 주제를 통해 영감을 얻고 글을 써야한다는 전제를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글은 ‘욕망’이라는 키워드가 아니라 ‘치르노가 오키나의 동자가 된다면’ 이라는 상상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욕망에 이끌려 오키나의 하수인이 된 치르노라는 배경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욕망’이라는 단어의 역할은 딱 그 정도로 그치는 수준입니다. 배경 설정을 위한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아마 후기의 부연 설명이 없었다면 그 역할조차도 가늠하기 힘들었겠죠. 오히려 ‘공포’나 ‘자아’ 같은 단어가 주제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작품입니다만, 주제 선정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옛 자신을 보곤 두려움에 떠는 치르노의 모습은 음울한 분위기를 잘 살렸지만, 그로 인해 주제의 방향성이 크게 뒤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이번 대회에서는 주제가 ‘공포’나 ‘몽환’ 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글이 많네요. 1회 때 출품하셨더라면… (끄덕)
13. 장미 - 잉딱
사토리를 찾아간 미코에 의해 코이시의 존재가 부정당하고, 소멸하는 내용을 담은 글입니다.
코이시는 이래저래 시리어스한 글을 쓰기 좋은 소재죠. 겉으로는 말랑말랑하지만 그 속을 헤아릴 수는 없는 존재. 두근두근 대모험 이후로도 쭉 이어진 유서 깊은 국룰입니다.
닥터 히루루크의 명대사와 드래곤라자의 주제가 떠오릅니다.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잊혀 졌을 때 죽는다. 나는 단수가 아니며 나를 아는 이들이 모두 죽어야 비로소 나 또한 죽는다. 이 글의 코이시도 비슷한 느낌이죠. 전자는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다면 <장미> 속 코이시는 실제로 존재 자체가 소멸합니다. 코이시는 사토리와 하나이며 사토리의 트라우마가 구현된 존재로 설정했으니까요.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캐릭터의 존재를 말소당하는 연출은 독자들로부터 진한 여운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머지않아 의식을 되찾겠지만 중요한 무언가를 잊게 될 사토리, 떠나간 코이시의 흔적을 대변하듯 홀로 시든 장미가 씁쓸함을 더해줍니다.
마음을 닫았지만 코코로만은 자신을 봐주길 기대하는 모습,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코이시의 모습에서 ‘모순’이라는 주제가 전해집니다. 이 또한 작품 내내 주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 없이 독자 스스로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집어내자면 모순보다는 ‘존재 증명’ 같은 말이 더 주제로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팬픽의 분위기에 맞게 적절히 비틀어져 있습니다. 코이시의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만족스러웠지만, 다른 인물들 중에도 코이시의 편이 한 명 없다는 사실은 조금 쓸쓸하네요. 코이시를 보면 마치 정해진 대사를 하는 NPC 같은 코코로도 그렇고, 미코에게 무력하게 제압당하는 사토리도, 거하게 헛다리를 짚는 오만한 미코도,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코이시를 도와줄 생각조차 안하는 유카리까지. 캐릭터들이 철저히 작가의 의도에 따라 뒤틀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코이시를 향한 연민을 끌어낼 수 있는거죠. 그럼에도 ‘왠지 이 캐릭터라면 이럴 것도 같다,’ 라는 느낌이 들어 기존 동방 프로젝트의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주최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 좋은 글입니다. 좀 더 재밌는 플롯을 넣어 글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사족이겠죠. 감성 때리는 씁쓸한 글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재미를 넣으면 쓰겠습니까.
p.s) 확실히 미코가 말이 너무 많아 짜증나긴 했죠. 하지만 저는 그 또한 의도적인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만하고 짜증나는 성인. 음음.
14. Qui, animi vi prope divina - 동프학선언
신의 존재에 대해 고찰하는 카나코의 모습을 담은 글입니다.
신이 신을 고찰한다니, 이보다 신앙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글이 또 있을까요. 대회 개최 당시 이야기 했듯 신앙은 축적된 지식이 많을수록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소재이며, 이 글 역시 작가 본연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글입니다.
이 대회에서 신앙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대개 원시신앙, 인격체로서의 신 중 하나를 집어서 주제로 삼았지만, 분석적인 성향이 철저한 작가님은 양쪽을 모두 고찰하고 있습니다. ‘신의 뜻을 대신 전하는 사제, 혹은 신력을 가진 인격체.’와 ‘신으로 받들어지는 인격 없는 자연의 이치, 혹은 기적.’ 엄밀히 구분하면 둘은 다르죠. 하지만 그 의미가 ‘신’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혼용되고, 의지가 없는 자연현상조차 모에화를 당하는 시대가 아닙니까. 엄밀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었고, <Qui, animi vi prope divina>는 두 신앙의 형태를 분명히 구분해줍니다.
자연 현상을 증명해내는 과학자, 일단 온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온도를 측정하는 도구라고 믿게 되는 온도계. 야구선수, 횡단보도의 블록, 카나코와 스와코 등등… 다양한 예시가 나옵니다. 공대생으로서 꽤나 깊게 와 닿는 예시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힘이나 분자 구조에 대해 그저 배운대로 믿고 따르는 과정이 쉽진 않았으니까요. 해석과 설명에 중점을 둔 글인 만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돕고 있습니다.
구태여 아쉬운 점을 꼽자면, 너무 주제만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평 내내 주제에 맞게 쓰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이제는 너무 주제만 파고들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네요.
상술한대로, 이 글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설명문’ 혹은 ‘해석’에 가깝습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독자 분들은 국어 지문을 통해서만 접해봤을 그런 글들 말입니다. 주최자도 이런 글을 읽으면 지식이 늘어난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만, 저는 팬픽의 근본이 ‘패러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작품에서 설정을 따와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글. <Qui, animi vi prope divina> 역시 동방의 설정을 따온 글이지만, ‘패러디 소설’이라기 보다는 ‘패러디를 이용한 해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카나코와 구작 캐릭터들이 연관이 있다는 설정은, 참신한 소재이지만 지나치게 낯설죠. 야구선수와 과학자들의 예시는 동방에서 따올 필요도 없습니다. 좋은 이야기 이지만 굳이 동방 팬픽일 이유가 없는, 동방 스킨을 씌운 ‘신앙’에 대해 고찰한 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추앙받는 영웅, 신으로 형상화 된 자연현상, 교수 캐릭터만 있다면 페이트 시리즈나 오리지널 소설로도 같은 글을 만들 수 있겠다는 점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너무 주제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만큼 주제를 강렬히 전달 받았습니다. 팬픽으로서의 ‘스토리’도 부각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오늘도 감정이 결여된 스와코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악몽에 듭니다,,,
15. 비는 무심하게도 - 장기짝
렌코와 메리가 버려진 호수의 신앙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글입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죠. ‘1000자를 써도 안 읽히는 글이 있고, 몇 만자를 채워도 술술 읽히는 글이 있다.’ <비는 무심하게도>는 후자입니다. 비단 이 작품 뿐 아니라 작가님의 작품 대부분이 그러한 특징을 띄고 있고, 이미 귀에 딱지가 얹히도록 들은 칭찬일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않겠습니까. 구성도 이 정도로 좋으면 흉기입니다.
비봉이 환상향 밖에서 사건을 겪는다. 대개 이런 계통의 글들은 ‘이게 정말 동방 팬픽이 맞나’ 싶은 이질감을 자아내기 마련입니다. 환상향 밖에서 처음 보는 인물과 함께 동방과 연관 없는 사건을 다루니까요. 하지만 이 기묘하고 떨떠름한 감각은 비봉클럽 특유의 것이고, 이 또한 엄연한 동방 팬픽입니다. 낯선 소재를 채택한 만큼 독자들을 최대한 끌어당기기 위해 노력합니다. 처음부터 기묘한 사건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둘의 입담만으로도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나츠키라는 의문에 싸인 캐릭터를 빌드 업하는 안정적인 과정을 거처, 클라이맥스에 쌓아온 감정을 마음껏 방출합니다. 정말 어느 하나 모난 곳이 없습니다.
주제 역시 주최자에게 확실히 전해졌습니다. 글 전체에 녹이는 것보다 이야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확실히 때려 넣는 방법을 채택하셨네요. 이런 전달 방식, 너무 좋습니다. 만들어진 신에 대한 고찰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필요에 따라 신앙의 대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필요 없어지면 내쳐버린다. 이건 <Qui, animi vi prope divina> 에서도 살짝 언급된 내용이었죠. 비를 내릴 수 있으나, 이제는 나츠키 외에 찾는 사람조차 없는 호수의 용신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듭니다.
만들어진 신에 대한 이야기만 담긴 것도 아닙니다. 또 하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신의 ‘모호함’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수에 있는 게 용신인가? 용신이라고 믿어질 뿐인 정체불명의 존재입니다. 제물을 받고 기뻐서 비를 내리는 것인가? 아뇨, 나츠키의 말마따나 화가 나서, 혹은 그냥 그런 과정이 익숙하기 때문에 비를 내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나츠키는 매년 허수아비를 던지겠죠. 자신이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오랜 시간 이어진 관습이라는 주박을 따라서. 자연현상을 두려워하던 인간의 원시 신앙을 그대로 전달받은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정신 나간 완성도, 흡인력 넘치는 스토리텔링, 지칠 일 없도록 적절히 이어지는 호흡, 독자를 끌어당기는 캐릭터성, 뇌리에 강렬히 박히는 주제의식까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주최자가 평가할 게 아니라 보고 배워야 하는 부류의 글이죠. 상품도 마다하고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p.s) 참가 선언을 하셨을 때 ‘아 저 아저씨 어린이 풀장에 다이빙하려는 거 봐’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다이빙한 어른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글알못 팬픽대회의 전통이긴 하지만!
16. 창천 - 비표면작용제
카게로가 와카사기히메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자, 다리를 만드는(혹은 지상으로 나갈 수 있는) 약을 만들어주는 내용입니다.
무난하게 좋은 문체입니다. 글이 짧은 만큼 문체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강렬함을 원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기왕 짧은 거 아예 2000자를 전부 화려하게 장식해서 시처럼 만드는 것도 좋았을 거 같지만, 도중도중 인용되는 가사 외에 특이한 점은 없었네요.
주제인 욕망이 그렇게 잘 드러나진 않습니다. 이건 신기하네요. 글 자체가 히메에게 약을 가져다주는 카게로에 관한 글인데 딱히 글 자체에 그런 게 묻어나진 않고 틈틈이 인용되는 노래 가사와 문단 끝부분에 조금씩만 드러납니다. 왤까요? 왜긴요.
이 글을 세 줄로 압축하면 ‘히메는 항상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가슴 속 한 켠으로는 물 밖을 거닐어 보고 싶을 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마녀에게 부탁해 약을 얻어왔다.’ 이겁니다. <창천>은 이 세 줄을 주변 환경 묘사를 통해 2000자로 늘린 글입니다. ‘미혹의 죽림은 인적이 드물고~ 마법의 숲은 몽환적이고~’ 라는 식의 환경 묘사가 70%. 나머지 30%를 3등분해서 문단 끝부분에 히메를 생각하는 카게로의 심리를 묘사합니다. 이건 잘못되었죠. 죽림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압니다. 마법의 숲도 대충 항상 보던 그대로겠죠!
3줄짜리 글을 2000자로 늘린다면 그 늘어난 양이 쓸데없는 구절로 가득차서는 안됩니다. 환경 묘사를 전부 쳐내고 그 분량을 심리 묘사에 투자하는 게 좋았을 듯합니다.
문제점이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글이 짧다) -> (스토리도 짧다) -> (부족한 내용을 문체, 주제의식, 심리 묘사 중 어느 하나도 보충해주지 않는다)
네, 우선 배경 묘사를 전부 쳐내고 그 안에 히메를 향한 카게로의 마음으로 채우는 것부터 시작해보죠.
p.s) 주최자도 7년 전에 카게로와 히메를 데리고 다리에 관한 엽편을 쓴 기억이 있네요. …감평 때 꽤 혼났던 것 같기도 하고요.
17. 2인자의 욕망 - (49.166)
마리사가 야수의 심정으로 레이무와 사나에의 심장을 뚫는 글입니다.
최근에 남산의 부장들을 재밌게 보셨나요? 혹은 드라마를 재탕한 걸까요? 어느 쪽이든 ‘그 사건’의 패러디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나라를 위해서다’ ‘개인의 입지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등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마리사는 마법사가 되고 싶은 욕망, 사나에를 향한 적대감, 레이무를 향한 배신감 등등, 순전히 자신의 욕망을 따라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릅니다.
동방 프로젝트에 10.26사건을 버무려보고 싶은 마음에 탄생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작가가 쓰고 싶은 걸 쓴다. 그게 팬픽이죠. 글의 대부분을 마리사의 심리 묘사에 투자했기 때문에 주제도 적절히 녹아있고, 짧게 짧게 배열된 문장 덕에 가독성도 좋습니다.
다만 단순히 ‘좋은 팬픽이다.’ 라는 말만으로 우승할 수는 없겠죠. 트집을 잡겠습니다. 그 뭣이냐,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봤던 죠죠를 패러디한 동방짤 같은 것들 있잖습니까. 그런 패러디 계열의 작품들은 독자들로부터 감탄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이 캐릭터랑 이 캐릭터를 연관 지은 거야? 발상 재밌네.’ 정도의 감상밖에 남기지 않습니다. 패러디로 부여받은 캐릭터성의 한계죠. <2인자의 욕망> 역시 10.26 사건에 동방 스킨을 씌우고, 마리사 개인의 감정을 약간 덧대었을 뿐인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결말까지 실제 사건과 똑같으니까요.
패러디 계열의 작품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팬픽이 재미있으면 장땡 아니겠습니까. 그저 대회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계속된 감평에 지친 주최자에게 산소 호흡기를 달아준 느낌입니다.
p.s) 다까끼 원~ 탕탕탕 탕 탕탕탕탕! 마사오 투~ 탕탕탕 탕 탕탕탕탕!
18. 라스트 리모트 - Enma
타락한 면모밖에 남지 않은 스와코를 독살하려 드는 사나에가, 스와코의 진심을 듣고 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깨닫는 내용의 글입니다.
형식이 다듬어지지 않았네요. 효과음은 대사 옆에 붙는데 나머지 본문은 제대로 줄바꿈이 이뤄집니다. 처음 보는 양식이라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가급적이면 평가요소로 삼지 않겠다고 했지만, 오탈자도 20줄에 한 번 꼴로 나오고, < 독심독신 >에서 지적했던 마침표(...)로 말줄임표(…) 만들기도 거슬리고 대화문 끝에 마침표가 안 찍히는 것도 거슬립니다. 제발 글을 다듬어주세요. 네이버에는 맞춤법 검사기라는 좋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글 전체를 붙여 넣으면 오탈자나 특수기호 처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글을 제출하기 전에 꼭 한 번 사용해보시길 권장 드립니다.
문체도, 멋있다기보다는 멋있는 문체처럼 보이기 위해 애썼다는 느낌입니다. 아직 여러모로 경험 부족이 드러나는 글입니다.
빱. 잔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칭찬 타임 들어가겠습니다. 쩔어. 너무 좋아요. 주최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작가의 혼을 여지없이 방출한 팬픽입니다. 당신을 글알못 팬픽대회의 MVP로 임명하겠습니다.
주제부터 이야기해보죠. ‘어떻게 인간이 신을 이해하겠니.’ 라고 했나요? 네, 이 한마디에 글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신은 인간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신입니다. 자연물에 대한 신앙은 벼락, 지진, 홍수 등 재해에 대한 공포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때문에 인간은 비합리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산제물을 바쳐가며 신과 교류하려 듭니다.
재앙신 스와코는 곁에 두기조차 두려운 존재죠. 인간들의 염원을 수용해도 그녀가 베풀 수 있는 것은 사나에의 부모를 죽이거나 홍마관을 파괴하는 등의 ‘재해’ 뿐입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재앙신의 본 모습이죠. 재해가 공동체를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 재해가 더 큰 불행을 휩쓸어주길 바라는 마음. 재앙신에 대한 신앙은 그런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이 글에서는 ‘학대하는 부모로부터 구원해주기 위해.’ ‘두 신의 그릇을 사나에에게 넘겨주기 위해.’ ‘제물을 받아들여 마을의 인간들을 돕기 위해.’ 재앙신의 모습을 내비칩니다.
사나에는 재앙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는 독자들을 대변하는 캐릭터입니다. 이게 또 높은 점수를 드린 이유입니다. 화자를 제대로 잡아서 독자에게 전달해야 할 주제를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죄 없는 아이를 죽이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모조리 앗아가는 존재 따위가 왜 섬겨야 할 대상이란 말입니까. 그 의문을 안고 여러 감정의 기복을 거치는 과정에서 독자가 사나에에게 동화됩니다. 아주 훌륭한 구성이었어요.
신은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인간을 아득히 초월합니다. <라스트 리모트>는 신앙의 대상이 되는 ‘신’을 제대로 고찰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주제가 진하게 묻어나오면 주최자도 만족할 수밖에 없죠. 다만, 신앙에 비해 모순은 조금 허전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뭐 이것저것 모순적인 점을 꼽으라면 꼽을 수 있겠지만… 여러모로 주제로서 부각되는 건 신앙 쪽이죠. 차라리 신앙 단일 주제였다면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네, 여러모로 글을 써본 경험이 많지 않은 분 같은데도, 확실하게 주제를 전달하고 멋진 스토리를 써내어 주최자의 가슴을 울린 작품입니다. 본래 1~5위까지 상금을 책정할 예정이었지만, 라스트 리모트는 서투른 문체로도 순위권 팬픽들과 용맹히 싸운 점을 고려하여 보너스트랙, 글알못 팬픽대회의 MVP로 선정했습니다. 대회의 존재 의의를 다시금 상기시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s) 사실 글알못 팬픽대회라서 가산점을 드린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 다음엔 꼭!
19. 산딸기 - 초록목도리
렌코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극복하는 메리의 이야기입니다.
렌코메리츄츄~ 달달한 비봉이 왔습니다. 이번 대회는 비봉 작품이 단 둘 뿐이었지만, 두 작품 모두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네요. 이야, 너무 좋았습니다. 틱틱대면서도 속으로는 렌코바라기인 메리, 그런 메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컬트 현상에 눈이 뒤집힌 무심한 렌코. 비봉 글은 항상 두 인물의 티키타카를 보는 맛이 있단 말이죠. 이래저래 비봉은 반칙입니다.
꿈속을 거니는 듯 몽환적인 묘사. 좋습니다. 거 물론 꿈속을 거닐기는 하지만, 꿈속에서나 현실에서나 메리는 메리죠. 현실에서도 잡생각이 꽉 차 약간 붕 떠있는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비봉스럽죠. 일단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호기심부터 동하는 렌코도 비봉스럽네요. 꿈 카메라, 멸종 식물을 품은 채 우주 쓰레기가 된 인공위성 등등… 미래는 미래인데 어딘가 오묘한 느낌도 비봉스러움을 전해줍니다. 비봉스러움이라는 말을 자주 쓰네요. 하지만 그게 주최자가 느낀 감정이니까요.
메리의 꿈에 나타난 괴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막연히 꿈을 매개로 메리를 노리는 괴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꽤 재밌는 반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렌코의 호기심을 억제하고 싶었기에 그런 허상을 만들어냈고, 그럼에도 렌코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리 스스로 거둘 수밖에 없었다는 거겠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렌코는 산딸기를 눈앞에 두고 정신을 못 차리지만, 그래도 메리는 마냥 좋습니다. 괴물이 사라짐으로서 렌코를 긍정하고 힘껏 껴안는 메리의 성장 스토리가 마음에 들어요.
주제인 모순에 대해서는 ‘음, 적당히 적당하네!’ 라는 느낌입니다. 렌코를 너무 아끼기에 존재하지도 않는 괴물을 만들어낸 메리도 그렇고, 교토대동방학과님의 감평대로 위험한 줄 알면서도 렌코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메리의 모습에서도 모순적인 면모가 드러납니다. ‘아주 크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 라고 할까요.
좋은 글입니다. 뭔가 찜찜한 달달함. 간만에 비봉 게이지를 만땅으로 채운 기분이네요. 달달하다 달달해!
p.s) 뽀뽀해라 비봉클럽,,,
20. 아래쪽이 가벼운 고구마 - 조져버리기
인기 없는 가을의 신 시즈하가 여동생 미노리코를 곯려주려다 역으로 당하는 내용의 글입니다.
작가님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헤아릴 수 없으나,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홀로 긴 독백을 내뱉는 시즈하의 모습도 그렇고, 후반부의 행동-대사-행동-대사로 이어지는, 마치 대본과도 같은 구성. 물론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행동 외의 다양한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연극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네요. 그 연극 같은 구성이 잘못되었는가? 전혀요. 재밌는 뮤지컬을 보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동네 남정네들을 겁탈하고 다닌다는 에로스조차 익살스럽게 만드는 재밌는 글입니다.
시즈하에게 겁탈당하는 마을 청년들의 반응을 통한 적절한 복선도 좋았고, 분량도 딱 필요한 만큼 주어졌다는 데에도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맴매는 해야겠죠. 자, 지긋지긋한 주제에 대한 평가가 또 나옵니다. 모순+신앙+욕망을 조금씩 섞어 넣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세 주제를 동시에 섞어 넣으려면 그만큼 치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복수 주제 채택은 양날의 검이죠. 다양한 주제를 하나의 글에 고루 섞어 넣으면 주최자의 감탄을 받아낼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단일 주제 채택보다도 못한 결과를 얻습니다. 이 글에선 시즈하의 욕망이 꽤 묻어납니다. 신앙을 모으고 싶은 욕망, 미노리코를 향한 질투 등등, 단일 주제로 욕망을 채택했다면 주제 면에서는 괜찮은 글입니다.
하지만 신앙은 조금 애매하죠. 신앙은 시즈하의 질투를 유발하는 계기 정도로 소모되는 글감일 뿐으로, 글 자체에 신앙에 대한 고찰이 묻어나지 않습니다. 신앙이 주제라는 쪽으로 뇌를 극한까지 합리화시키면 ‘신앙을 모으기 위해 신조차 질투에 빠진다. 신앙은 무시무시한 것이구나!’ 라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이건 너무 갔죠.
모순 역시 또 다른 주제로서 채택하셨지만… 이건 주최자가 아무리 뇌를 굴려도 떠올릴 수 없습니다. 언니가 여동생에게 질투하는 게 모순인가? 신이 경박한 모습을 보여서 모순인가? 자기 인기를 위해 남을 폄하하는 게 모순인가?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주제로서는 크게 와 닿지 않았네요.
네, 아키 자매를 주연으로 하는 한 편의 연극 같은 좋은 글이었습니다. 욕망만을 글의 주제로 채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p.s) 시즈하한테 겁탈당한 청년들이 위화감을 못 느낀 걸 보면, 자매는 확실히 여러모로 닮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그, 거기가… 어… 죄송합니다.
21. 거짓말쟁이 이야기 - 교토대동방학과
탄막 아마노자쿠 이후로도 하극상을 포기하지 않았던 세이자가 어떻게 우사미의 마도서에서 신묘마루와 붙어먹게 되었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예스 세이자! 때려도 화내고, 도와줘도 화내는, 사상 자체가 글러먹은 그 녀석입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 자체가 삐딱한 세이자는 어느 창작물에 내놓아도 꿀잼을 보장하죠. 하지만 ZUN 특유의 두루뭉술한 묘사로 인해 원작에서는 그 본질에 대해 깊게 탐구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 놈이 썩은 아마노자쿠인지, 혁명가인지, 사실은 신묘마루를 좋아하는 건지, 도구로 삼은 건지, 탄아마 까지는 반역의 뜻이 있는 줄 알았더니, 우사미의 마도서에서는 광대마냥 다시 신묘마루랑 붙어먹질 않나…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궁금해 미칠 것 같지만 ZUN은 절대로 확답하지 않습니다. 이런 작가가 한 둘쯤 나올 걸 알고 있으니까요.
<거짓말쟁이 이야기> 속 세이자와 오키나의 관계는 집착이 심한 여친과 질문세례에 시달리는 남정네 같습니다. ‘내 어디가 좋아서 사귀는 거야?’ ‘예뻐서?’ ‘나보다 예쁜 사람 보이면 차버리겠네?’ ‘마음씨가 착해서?’ ‘마음씨 더러웠으면 사귀자고도 안했을 거야?’ 이런 답정너에 시달리면 남자 쪽도 정신이 나갈만하죠. 뭐가 어떻고, 저렇고, 없는 말을 구태여 지어내다보면 결국 이런 생각만 들기 마련입니다. ‘그냥 좋아서 사귀는 거지 ㅅㅂ’
네, 작품 속 세이자는 딱 이 모습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약한 요괴를 위한 혁명이니, 강대한 힘이니, 다 겉치레죠. 이유가 왜 필요합니까? 그냥 다른 사람 배알 꼴리는 표정 보는 게 즐거운 건데. 타인의 불행에 쾌감을 느끼고 모르는 놈이 접근하면 일단 시비부터 걸고 본다. 그게 아마노자쿠의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죠. 작가님의 집착에 가까운 상상을 통해 세이자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분석해냅니다. 이렇게 한 명의 캐릭터에게 광적으로 달라붙으면 감상하는 입장에서도 두렵네요. 분명 세이자도 작가님 같은 분이 들러붙었다는 걸 알았으면 오키나를 만난 것 마냥 질겁했을 겁니다.
세이자의 존재 자체가 모순 덩어리인데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까요. 혁명을 향한 세이자의 입장 (어디까지나 겉치레일 뿐이지만) 역시 재미난 모순을 지니고 있습니다. 혁명의 딜레마라고 해야 할까요.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분명히 나뉜 계급 사회에서는 피지배층이 불만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혁명이 성공한다면? 그럼 뭐 피지배층이 지배층으로 바뀌고, 역사가 반복될 뿐이죠. 근대 사회에는 계급제를 폐지하고 모두가 공평한 사회를 얼추 실현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오늘도 제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을 욕하는 경우는 많죠. 신묘마루를 썩어빠진 시스템에 찌들었느니 뭐니 하면서도 세이자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이게 모순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사람 좋은 비신님도 좋았고, 여러 경험을 쌓으며 성숙해진 신묘마루도 여전히 멋있습니다. (또 홀랑 넘어갈 뻔 했지만!) 유카리도 이젠 바퀴벌레 쫓아다니기 귀찮아졌는지 ‘그냥 그런갑다’ 하고 맙니다. 아아, 두루뭉술합니다. 심각한 사건이 터져도 대충 뚝딱뚝딱 매듭지어버리는 동방 프로젝트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Excellent! 이게 동방 팬픽이죠!
p.s) 아니 근데 세이자는 반칙이지 진짜루~~~~~
22. sake L께서 강림하셨다 - 나는미쳤다
랄랄랄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랄~ 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랄랄라~~~~
아 죄송합니다. 잠시 떠나간 sake L님을 추억하며 이마트 2배속을 듣고 있었습니다.
네, 주최자는 신앙을 주제로 정할 때 마리사가 새로운 종교를 창조하는 이야기나 크리스트교가 환상들이 하는 내용 정도의 빈약한 상상만 하고 있었는데, 이런 재미있는 작품을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유튜브에 노동요와 이마트를 내려 인류를 구원하고 떠난 sake L 께서는 환상들이 하셔서 가엾은 인요들을 굽어 살피고 있었습니다. 패러디도 이 정도면 감탄스러울 수준이죠.
환상향과 연관 지을 수 있는 sake L 드립(척 노리스가 도둑질해간 그것)들을 멋지게 때려 박은 느낌입니다. 신앙이라는 주제가 만족스럽다 못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레이무의 캐릭터가 붕괴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단순히 패러디라는 수준을 벗어나, 만약 레이무 조차 어린 양으로 만들어버릴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싶은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마치 신을 접한 이가 정성들여 써낸 수필을 보는 기분입니다. 혹시 선생님께서도 그 분을 영접하셨는지요?
이마트 2배속이 머릿속을 헤집어 심사를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걸 제 손으로 심사하려 든다니, 그 분의 분노를 살까 두려워 이만 줄이겠습니다.
p.s) 랄랄랄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랄~ 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랄랄라~~~~
23. 사관은 논한다 - 초핫
역사 왜곡을 생업으로 삼았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케이네의 모순적인 면모를 담은 글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케이네 팬픽이 왔어요~ 오늘은 어떤 케이네 선생님일까? 모코우의 연인? 서당의 인기 많은 섹시 선생님? 웬걸, 오늘의 케이네 선생님은 요괴 앞잡이 역사 왜곡자입니다.
인간도 아니고 요괴도 아닌 반인반수. 인간의 서당을 운영하지만 요괴의 낙원인 환상향의 역사를 담당하는 존재. 케이네는 모순을 주제로 다루기에 더 없이 좋은 인물입니다. 디스토피아 환상향을 사랑하는 이의 관점에서 케이네 선생님은 앞잡이, 박쥐 그 자체죠. 아이들의 부모가 죽으니 그 역사를 지우려 들고, 그 아이들이 죽자 죄책감에 서당을 짓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역사를 지우고 다닙니다. 물론 그 갈등의 근저에는 양심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양심 있는 놈이 양심 없는 놈만 못한 경우가 있죠. 딱 이 글 속의 케이네가 그렇습니다. 작가의 의도에 맞는 인물을 제대로 그려내셨네요.
모순, 신앙, 욕망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모조리 섞어 넣으셨습니다. 제가 이번 대회 내내 복수 주제를 잡은 사람들을 그렇게 때리고 다녔는데 용감하시네요. 하지만 이번만은 주최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했다.’ 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복수 주제를 채택하고도 용케 살아남으셨습니다. 케이네의 삶을 향한 집착과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중적 면모를 통해 ‘욕망’과 ‘모순’이 서로를 보완해줍니다. 초반부의 아둔한 인간들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신앙하는지도 모르는, 흔히 있는 눈먼 신앙을 다룬 것도 좋았습니다. 주제에 대해서 조금 깊게 이야기를 하면, ‘신앙’은 굳이 드러내지 않고 쳐내도 되는 부분이었고 ‘욕망’ 역시 ‘모순’의 보조 장치일 뿐입니다. 모순 60%, 욕망 25%, 신앙 15%. 이런 느낌이죠. 그래도 이 정도면 여러 주제를 잘 버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 한정으로 제일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문체입니다. 스님 다음은 사관이라 이건가요? 이번 대회에는 왜 이렇게 저를 떨리게 만드는 사람이 많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노력의 끝판왕입니다. 도입부의 ‘식사’ ‘토사’를 이용한 언어유희도 재밌었고, 중반부에는 다양한 역사 자료를 인용하고 조사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후반부에는 케이네의 심상을 작가 스스로의 기량을 통해 드러내고, 각 파트의 연결이 어색하지 않도록 고려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나의 글이 이렇게 다채롭게 변하면 보는 입장에서도 눈이 즐겁죠.
만족. 대만족입니다. 농부의 정성이 그대로 담긴 속이 꽉 찬 과일을 베어물은 기분입니다. 이런 글이라면 몇 번이고 또 읽고 싶네요.
p.s) 그래도 다 같은 사람이라는 거죠. 앞잡이라고 욕했던 케이네 선생님이 죄책감에 눈물 또르르 흘리며 먹을 가는 것 좀 보세요. 하나도 안 불쌍하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에요.
24. 유일 신 - 쓸개천냥
빈곤신 요리가미 시온에게 은혜를 입은 어느 아이가 시온을 신앙하다 죽고, 그걸 깨달은 시온이 자책하는 내용의 글입니다.
가슴 아파지는 글이네요. 누구하나 행복해지는 일 없이 모두에게 불행이 닥치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비극을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주최자의 감정을 잡고 흔드는 글은 많지 않았는데, 죽을 때까지 시온에게 감사했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불행의 주체가 되는 시온도 불쌍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가난뱅이 네타를 지닌 음침한 캐릭터를 넘어서 인간조차 동정하고 싶어지는 가엾은 신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시온 앞에 항상 당당한 텐시가 경박하기는커녕 멋스럽고, 폭주 직전의 언니를 달래는 조온에게서 어른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기존의 캐릭터성을 파괴했다는 느낌 없이 잘 녹여 내다니, 주방장의 조리 실력에 감탄이 나오네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글입니다. ‘재앙신이 섣불리 은혜를 베풀면 어떻게 되는가.’ ‘신이 항상 신앙을 원하는가.’ ‘그릇된 신앙임을 알았더라면, 아이는 그 신앙을 거두었을 것인가.’ 독자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주제를 이야기 속에 잘 녹인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까 했던 그리스 신화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작품 속 시온 역시 그리스 신화의 신과 비슷한 면모를 많이 보입니다. 절대자나 초월자인 다른 신화/종교에 비해,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경박하며, 때론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곤 합니다. 좁게 해석하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간 수준으로요. 그럼에도 그리스인들은 신을 섬겼습니다. 지역마다 신전을 세우고, 수많은 신들 중 자신들에게 가장 친숙한 신을 섬겼습니다. 시온 또한 일본의 팔백만 신들 중 하나지만, 아이에게 있어서는 유일신이었다는 거겠죠. 주최자가 폭주해서 그리스 신화까지 빗대며 해석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은 내용이었습니다.
주제와 캐릭터를 잘 잡아내어 감정을 울리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딱 두 개만 잡고 두들겨 패는데도 주최자가 정신을 못 차리네요.
p.s) 꼬르륵거리면서돌아다니는시온이귀여워빵먹으려고아~앙거리면서입벌리는시온이귀여워침울해져서방에쪼그리고앉아있는시온이너무귀여워아악미칠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
25. 무녀의 신앙 - TF141
환상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소년 주인공이 하쿠레이 신사의 주신은 누구인가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시작해, 마리사, 코스즈의 도움으로 하쿠레이 신사의 주신을 밝혀내고 레이무와 화해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문체에 눈이 갑니다. 특별한 기교가 눈을 홀리는 그런 글은 아닙니다만,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요. ‘~더니, ~다.’, ‘~하고는 이내 ~하듯 ~더니 ~다.’ 문장을 길게 늘이며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건… 익살스럽다고 해야 하나, 방망이 깎는 노인이라거나,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많이 실리는 한국 근대소설의 문체를 조금 가볍게 풀어낸 느낌입니다. 이런 거 좋아합니다. 별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글이 재밌어지거든요.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주인공을 어린 소년으로 잡았다는 부분입니다. 이건 짚고 넘어가죠. 주최자는 여태껏 평범한 동방 캐릭터, 인간 마을의 어른, 동방 캐릭터에 빙의한 남성, 환상들이한 능력자 등등 눈을 썩게 만드는 오만가지 주인공을 많이 봤지만, 환상향에 적응중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팬픽은 처음 봤습니다. …본 적 있는데 잊은 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주인공이 코스즈 동년배의 꼬마이기 때문에 작가님이 의도한 대로 일상 느낌이 나고 순수한 글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데다가 코스즈와 이으려는 시도까지 했는데, 익숙하고 친근한 분위기 덕분에 동방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전해집니다. 정보를 구하기 위해 스즈나안을 찾아간다거나, 마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장인물들이 털털한 성격으로 엉겨 붙는 것도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부류의 글입니다. 마치 10분짜리 카툰 네트워크 애니메이션에서 갈등을 겪다가 우정을 통해 사이가 돈독해지는 에피소드를 본 것 같은 느낌. 마찬가지로 주최자가 무난하게 좋아하는 계통입니다. 이런 밝은 계열의 글이 많았으면 했습니다.
주제에 대해서는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네요. 이게 뭐라고 자꾸 꼬집어대는지….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 투성이인 이 대회에서 심사 잣대로 주제 물고 늘어지기 정도는 용서 받겠죠. 이 글은 엄밀히 말해서 ‘신앙’이 주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우정’이나 ‘사랑’ 같은 단어가 주제에 가깝습니다. 신앙은 사건을 일으키는 계기로서 작용할 뿐, 신앙이라는 키워드가 글 전체를 휘어잡지는 않습니다. ‘신앙’ 이라는 단어를 넣는 게 ‘작문 조건’ 이었다면 괜찮겠지만, ‘주제’로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네요.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거 순전히 주최자 개인의 욕망입니다만, 코스즈와 소년의 관계를 더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이건, 정말정말정말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는데요. 감점 요소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주최자가 그런 걸 못 봐서 아쉽다는 겁니다. 그, 마리사에게 본심을 들키기 전까지는 코스즈가 그냥 서점 딸내미 같은 느낌으로만 묘사되었잖습니까? 물론 작가님도 마지막까지 감추고 싶었다는 느낌이지만… 사랑의 신에게 빌 정도면! 소년 시점에서 티 안 나게 슬쩍 내비친다거나, 지나가듯 툭 묘사한다거나! 그런 암시를 줬더라면 조금 더 납득하기 좋고 달달함도 챙길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쉽다는 겁니다. 아으으!
p.s ) 리얼리티를 좋아하는 인간 마을 녀석들. 영나암이 나오기 전까지는 고개 뻣뻣하고 까탈스러운 아큐만 보고 자라왔지. 하지만 이젠 코스즈가 있습니다. 아큐의 시대는 갔어요. 코 스 즈 조 아
26. 사람을 사랑하다, 가을을 사랑하다. - 필첩
신앙을 원하는 가을의 신 시즈하가 단풍을 색칠하다가, 잔잔한 가을을 원하는 인간을 만나는 팬픽입니다.
네, 유난히 아키 자매의 지분이 높았던 이번 대회의 아키 자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아래쪽이 가벼운 고구마>는 희극적인 시즈하였다면, 이번에는 서정적인 시즈하네요. 가을에 걸 맞는 쓸쓸하지만 감성적인 분위기를 가진 글입니다. 인기가 없는 건 고사하고, 동생에게조차 찬밥 신세에 한 명이라도 자신을 신앙해주길 원한다니, 시즈하의 능력 없는 가장 같은 씁쓸한 면모도 좋네요. 개그에서 출발한 비인기 네타가 이젠 시즈하 라는 캐릭터를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바로 다음에 감평할 <색을 칠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개그 없는 시즈하를 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글 대부분이 시즈하의 한탄으로 이루어진 만큼 주제가 잘 드러납니다. 신은 신앙을 받기에 신이고, 단 한 사람이라도 섬기는 이가 있다면 그 존재를 증명합니다. 너무 과하지도, 적지도 않게 ‘신앙’이라는 키워드를 잘 잡아냈다는 느낌입니다만, <색을 칠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신의 입장에서 ‘신앙’에 대한 글을 쓴다면 필연히 ‘욕망’이라는 글자 또한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욕망’을 주제로 쓰거나 ‘신앙+욕망’으로 글을 썼다고 해도 납득이 갔을 듯합니다. 다른 복수 주제 팬픽들은 복수 주제를 채택해서 아쉬웠는데, 이 글의 경우엔 단일 주제만을 채택해서 아쉽네요.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우연히 인간과 시선이 겹치는 장면에서 끝이 납니다. 뒷이야기라던가 5줄 정도 덧붙인 결말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적절한 타이밍에 이야기를 끝맺었기에 글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셨겠죠?
적절한 분위기와 적절한 주제, 적절한 분량이 어우러진 좋은 글입니다.
p.s) 시즈하의 캐릭터나 주제에 관한 감평은 여러모로 <색을 칠하는 자>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비교해보면서 읽는 과정이 즐거웠네요.
27. 색을 칠하는 자 - 조각이
라이코에게 신으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한 시즈하가 단풍을 제멋대로 색칠하며 새로운 행복을 찾는 내용의 글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아키 자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아래쪽이 가벼운 고구마>는 희극적인 시즈하, <사람을 사랑하다, 가을을 사랑하다.>는 서정적인 시즈하였다면 이 글의 시즈하는 예술혼이 불타는 시즈하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미 수천 번 존재를 디스당한 시즈하가 이번에는 거리낌 없이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상기한 <사람을 사랑하다, 가을을 사랑하다.>와 마찬가지로 시즈하를 멋지게 표현해냈습니다. 두 작품 간의 차이가 있다면 사람을 사랑하다는 기존 시즈하의 캐릭터성을 극대화 시켜서 멋을 더했고, 본 작품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시즈하의 새로운 면모를 보임으로서 그 멋을 더합니다. 캐릭터를 살려내는 두 가지 좋은 방법을 동시에 맛본 것 같아 주최자는 행복합니다.
주제인 신앙에 대한 고찰이 멋지게 드러납니다. 라이코와의 대화를 통해 ‘신은 인간으로부터 숭배 받는 존재지만, 결국 인간의 의지를 따라가게 된다.’ 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중후반부의 독백을 통해 ‘신은 인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라는 의견을 더합니다. 네,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화두에 오른 ‘신이 인간을 만들었나, 인간이 신을 만들었나.’라는 논쟁거리와 흡사한 면모를 띄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좋았네요.
다만 중반부 이후의 내용은 ‘욕망’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 능력의 본질을 깨닫고 세상의 시선조차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단풍을 칠하는 시즈하의 모습은 욕망이 철철 넘쳐흘렀으니까요. 전에 없던 새로운 색의 단풍과 새로운 농작물들을 보고 ‘욕망이 있기에 질서가 흐트러질지라도, 욕망이 있기에 세상은 발전했다.’ 같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이번 대회는 복수 주제인 팬픽들이 단일 주제였다면, 단일 주제인 팬픽들이 복수 주제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또한 색채 묘사가 도드라지는 글입니다. 단풍 자체로도 좋은 분위기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형형색색의 단풍을 표현하니 색감이 확 살아나네요. 보랏빛(시즈하曰 연보라색+분홍색) 요괴의 산이나 눈송이 같은 낙엽이라니, 단순히 글을 읽는 것 외에도 머릿속으로 그 풍경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시즈하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분위기도, 도구를 부정하고 나아가는 라이코의 멋진 모습도, 언니를 따라 해보는 귀여운 미노리코도 좋았습니다. 아키 자매에 관한 글은 이 대회에만 3개나 있었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이 글을 꼽고 싶네요.
p.s) 근데 눈 내리듯 떨어지는 하얀 낙엽은 정말 보고 싶네요. 드럼섬의 벚꽃눈 같은 느낌으로.
28. 루나틱 점쟁이 - 니와타리 쿠타카
그래! 이겁니다, 이거! 우승상금 3만원인 소박한 팬픽대회에서 어떻게든 우승하겠다고 이 악물고 진지한 글 써온 작자들아! 전부 이 글을 보란 말입니다! 팬픽이라면 이 정도쯤은 경박해야 할 거 아닙니까!
주제가 어떻네, 문체가 어떻고, 호흡이 기네, 짧네, 기승전결이 뭐고 어법이 어떻고 주절주절 개소리, 다 때려치웁시다! 이게 우승작품이에요! 팬픽대회 끝!
…이라고 하고 싶은 주최자의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습니다! 망할 놈의 대회라는 족쇄에 묶여서!
바깥 세계의 인간이 눈을 떠보니 점쟁이가 되어 환상향 라이프를 시작합니다. 점도 봐주고 케이네 선생님 등 마을 인물들과 친교도 맺고, 위기에 빠진 코가사를 구한 뒤 진한 야스 엔딩. 네, 가볍고 경박하고 한없이 순수한 욕망에 찌든 이세계 라노벨틱한 내용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로 점철되어있고 글자 잡아 늘이기도 없이 필요한 만큼만 묘사되고, 지루해지는 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게 팬 픽 이 라 고 요 이 사 람 들 아! 교과서에 실을 내용을 쓰는 게 아니라!
아, 이런 가벼운 글 너무 좋아.
물론 잡고 흔들면 지적사항 정도는 우수수 떨어집니다. 신앙+욕망 혼합 주제인데 신앙은 눈치도 못 챘고, 단편이 아니라 연재소설 일부분을 떼어온 것 같은 오줌발 끊기는 엔딩, 두근거려야 하는데 왠지 웃긴 섹스 장면, 오리지널 캐릭터인 주인공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더 있었으면 하고, 대회 글이라기엔 너무 가벼운 문체, 급전개 등등… 꼬집으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오죠. 그래도 구구절절한 얘기는 안 할래요.
주최자는 이미 이 글에서 팬픽의 근본인 ‘재미’를 찾았습니다. 보면서 꺽꺽 웃은 글을 정색하고 까라니, 이건 아큐가 찾아와도 못할 짓입니다.
재밌다는 것 외에 부각할만한 게 없어서 입상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주최자는 충분히 즐겼습니다. 제 마음속의 우승작입니다.
p.s) 대회용이라기보다는 조아라 일상연재물에 가까운 느낌. 이건 농담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20화쯤 쓰면 조회수 5만은 돌파할 거 같습니다. 아 너무 좋아.
29. 불탄 부적 - 미마
마리사의 집이 불타고, 신키와 미마가 구작 경계를 뚫고 오는 내용입니다.
…
약간 <천하제일인 치르노>를 평가할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어떻게 평가를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그런 기분.
우선 주최자가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해를 하고 싶긴 한데, 이해하기엔 너무 설명이 부족합니다. 왜 미마는 마리사의 집을 태웠는가? 바콰르텟 4인은 뭐하러 튀어나왔는가? 신키는 레이무가 불러서 나왔다고 했는데 왜 레이무는 당황하고 있었는가? 미마는 왜 또 갑자기 튀어나오는 걸까? 레이무의 부적에 적힌 신앙이라는 단어는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 농담 안하고 한 10개 정도 의문을 더 집어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만, 감평이 너무 길어지므로 줄이겠습니다.
글이 어려워 주최자가 이해 못한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닙니다. 어려운 문구는 하나도 없었거든요. 설명 부족입니다. 그냥 뭔가, 장면과 장면 사이의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습니다.
이 팬픽의 주제가 어째서 신앙일까 다양한 감평자 여러분들께서 고뇌하셨습니다. 주최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냥 미마랑 신키 나오는 팬픽이 쓰고 싶었는데 주제로 신앙, 욕망, 모순 중에 고르라고 해서 신앙 골랐다. 그래서 글 사이사이에 신앙이라는 단어도 몇 개 넣었다.’ 아닙니까? 사실 아니어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만약 이 글이 제 보잘 것 없는 인지를 초월한 깊은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해도, 설명 못했으므로 아웃입니다.
네, 그래서 앞 뒤 안 맞고 주제는 쿨하게 버린 팬픽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장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순 없죠. 그래도 나머지 요소를 배제하고 개그 팬픽으로 인식해서 볼 때에는 꽤나 재밌…
…아니네요. 재밌다고도 말 할 수는 없습니다. 재밌으려면 그래도 작중 인물들의 상호작용을 보여야 하는데,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못 만든 RPG게임의 NPC 마냥 뜬금없이 들어와서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장난이 아니라 깊은 뜻을 가지고 썼다면, 다음부터는 모쪼록 그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독자에게 모조리 꺼내어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쓰고 싶은 내용만 쓰고 귀찮은 건 쳐내버리면 독자는 이 글을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머릿속에 온전한 데이터를 보존하고 있는 작가님만 알 수 있겠죠.
p.s) 미칠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
30. 육욕 - 물부포도
환상향에 전례 없는 대기근이 찾아오고, 식욕을 참지 못한 후토가 식인을 저지르는 내용입니다.
아니… 대체… 대체 왜 지각하신 겁니까…. 대체 왜!!!!!
초반부를 읽는 동안은 ‘대사묘가 가난하다는 설정을 붙인 팬픽인가? 신선하네.’ 라는 생각을 품었지만, 그런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파리가 꼬인다는 부분에서부터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흉작으로 인해 환상향 전체가 고통 받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환상향에 흉작이라. 자연재해에 관련된 2차 창작물은 조우노세의 <RAIN FALL> 정도 밖에 본 적 없는 주최자로서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인간 측의 세력인 후토가 식인을 저지르는 점까지, 전에 없던 새로운 글이 보고 싶던 주최자인 만큼, 이 배경설정만으로 이미 슈퍼 가산점을 때려 박았습니다.
문체 역시 판타스틱합니다. 글의 대부분이 ‘인간마을 시체 썩는 묘사+후토 고기 뜯는 묘사’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 암울하고 퀴퀴한 분위기가 묻어날 수밖에 없죠. <하얀 연기>와 마찬가지로 이 쪽도 글에 작가만의 색을 입힌, 완성된 형태의 글입니다. 두 글의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지만요.
감탄밖에 안 나오네요. 주최자는 수틀릴 때마다 주제를 물고 늘어졌는데, 이 글은 주제까지 완벽합니다. 글의 제목인 <육욕>은 ‘식욕’이지만, 원초적 욕구와 심화된 욕구라는 두 가지 시각을 보여줍니다. 우선 원초적인 ‘식욕’을 보도록 하죠. 흔히 3대 욕구라고 일컬어지는 ‘수면욕’, ‘식욕’, ‘성욕’은 생물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 중에서도 ‘수면욕’과 ‘식욕’은 종족 뿐 아니라 개인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욕구죠. 쉬지 않으면 죽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 즉, 인간은 식욕과 수면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 강한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이 글은 생존을 갈망하는 생물의 욕망을 강렬히 드러냅니다.
후토는 고기만 먹을 수 있다면 그저 좋다는 입장이지만, 그 식욕의 대상이 하필이면 ‘인간’입니다. 여기선 후토도 고민할 수밖에 없죠. 신령묘 식구들이 보호해야하는 대상일 뿐더러, 모든 사람들이 식인을 금기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후토도 입을 대기 전까지 구토를 하거나, 태자의 말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고기를 입에 댄 순간 그런 고민은 씻기듯 사라집니다. 오히려 소금을 팍팍 쳐대며 머릿속으로 폭죽을 펑펑 터뜨리죠.
원초적 욕망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주제, 심화된 욕망인 ‘배덕 행위’입니다. 짐승도 생존을 위해서라면 제 형제의 시체를 뜯어먹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욕망과 이성의 경계에서 갈등합니다. 지구상의 동물들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도덕규범을 품고 있기 때문이죠. 덕을 져버리고 욕망을 선택한 인간은 죄악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정체 모를 강렬한 쾌감을 느낍니다. 앞서 <매미는 여름에 생을 다 한다>에서 언급한 대로, ‘배덕’은 ‘욕망’을 주제로 다루기 위한 최고의 소재입니다. 인간이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수록, 욕망은 인간을 끌어당기기 마련입니다. 결코 행해선 안 되지만 하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 행위를 저지르면, 욕망은 인간에게 그에 걸 맞는 쾌감을 보상해줍니다. 그런 행위를 반복하면 인간은 적응하고, 이성을 유지하는 ‘양심’ 조차 희석시킵니다. 글의 말미에 소녀의 시체를 보며 식욕부터 느껴버리는 후토는 ‘배덕’을 통해 처참히 망가집니다. 오직 ‘덕’을 아는 인간만이, 생존을 위한 당연한 행위 앞에서 ‘쾌감’과 ‘파멸’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얻습니다.
이 모든 것을 ‘모노노베노 후토’ 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한 것이 인상 깊습니다. 덕을 쌓은 수행자임과 동시에 욕망에 빠지기 쉬운 인간이라니, 이토록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가 또 있을까요.
이 팬픽은 지각 작품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최자로서도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소재를 좀 더 빨리 잡아내서 제 시간에 제출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왜, 대체 왜!!!
p.s) 배도 안 고프면서 비아냥대는 도지꼬가 너무 얄미워요~
31. 러브 이스트가 끝나지 않아 - 마법여대생밀크2
아카츠키 레코즈의 보컬인 스택이 납치 능욕을 당해 정신이 붕괴하는 내용입니다.
주최자에게 큰 고민을 안겨줬던 글입니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고, 약물, 납치, 정신분열, 탈분 등 위험 요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긴 고민 끝에 성인향 아이돌/연예인 팬픽 같은 느낌으로 납득하여 삭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잡았지만, 티스토리 운영 측에서 서비스 운영정책 위반으로 삭제를 가했으므로 재업로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삭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참가자에게 불안을 안기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모쪼록 주최자의 입장에 있음에도 작가님께 불쾌한 기분을 안겨드린 점,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본론으로, 이제 글을 평가해야 하죠. 아쉬운 점부터 짚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글 자체에 지적해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① 동방 프로젝트 팬픽이 아니다.
ZUN의 작품인 동방 프로젝트 시리즈에 관한 요소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카츠키 레코즈의 보컬 스택이 능욕을 당하는 내용으로, 환상향에 대한 언급도 레이무 같은 인물들의 흔적도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 ‘동방 팬픽’이 아닌 ‘아카츠키 레코즈 팬픽’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카츠키 레코즈의 노래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동방 팬픽을 쓸 수는 있어도, 아카츠키 레코즈 자체가 동방은 아니죠.
② 난잡한 구성
다양한 글들 속에서도 유독 눈을 괴롭히는 글이었습니다. 내용이 아니라, 구성이 매우 지저분했다는 뜻입니다. 4000자가 넘는 글자 속에서 줄바꿈은 문단을 나눌 때만 사용되고, 가끔씩 나오는 동어 반복이 문법을 파괴합니다. 대화와 본문 내용이 구별되지 않고 혼재되어 눈을 공격합니다. 대화가 끝날 때마다 ‘~가 말했다.’ ‘~가 ~를 하며 말했다.’ 라는 무의미한 문장이 하나씩 붙어 글을 지루하게 늘이다가도, 나중에는 대화문과 대화문이 멀쩡히 연결되는 일관성 없는 모습도 보입니다. 묘사하고 싶은 부분만 세밀하게 묘사되고 나머지 부분은 대충 넘어가는 불안정한 호흡도 지적사항입니다. 시간을 더 할애했더라면 충분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글을 쓰게 될 예정이라면 부디 넉넉하게 시간을 들여 작업해주시기 바랍니다.
상술한 내용으로 아쉬운 점도 많긴 했지만, 꼭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글은 아니죠. 동방을 향한 욕망이 되었든, 아카츠키 레코즈를 향한 욕망이 되었든, 글에서 ‘욕망’이 강하게 묻어납니다.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 라는 욕망이 무절제하게 흘러나와, 주최자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쓰고 싶은 글을 쓴다. 팬픽이라는 물건이 가질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형태겠죠. 팬픽은 팬픽이다. 지극히 맞는 말입니다.
이래저래 고민은 많았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좋은 경험으로 삼아 다음에는 부디 주최 의도에 맞는 글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대상이 동방 캐릭터기만 했으면, 내장이 튀고 육변기가 되어도 문제는 없습니다.
p.s) 핫 하 하니하니 하니와 하니와! 하니야스 하니야사!
팬픽대회 작품 구분
31작품의 순위를 지정하지 않고 체급 별로 나누어 봤습니다. 주최자가 순서를 열심히 섞어놨기 때문에 동일 체급간의 우열 가리기는 의미 없습니다.
<최우수작품>
사관은 논한다 - 초핫
육욕 - 물부포도
비는 무심하게도 - 장기짝
하얀 연기 - 해권
거짓말쟁이 이야기 - 교토대동방학과
Fabulous. 주최자를 오줌 지리게 만든 팬픽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최자에게 감평을 받을 게 아니라 주최자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며, ‘글알못 어린이 수영대회’에서 자유형으로 이 악물고 헤엄치는 추잡한 어른들입니다.
<우수작품>
산딸기 - 초록목도리
Qui, animi vi prope divina - 동프학선언
라스트 리모트 - Enma
매미 3부작 - 셰도우암
덜 지하로부터 -1.218
색을 칠하는 자 - 조각이
장미 - 잉딱
Impressive. MVP 선정 및 4, 5위 확정을 두고 치열하게 싸운 전사들입니다. 최우수작품 반열에 오를 수 있지만 주최자의 저렴한 입맛에 안 맞은 작품, 혹은 완벽하다고 평가하기에 아주 약간 모자란 부분이 있었던 작품들입니다.
<좋은 작품>
루나틱 점쟁이 - 니와타리쿠타카
들고양이 첸의 우울 - 문적문
무녀의 신앙 - TF141
아래쪽이 가벼운 고구마 - 조져버리기
치르노는 치르노일까요 - 촉촉한촉수
유일 신 - 쓸개천냥
키신 사구메의 모순 - Kazador
사람을 사랑하다, 가을을 사랑하다. - 필첩
Good, Good. 주최자가 만족을 느낀 좋은 팬픽들입니다. 사실 최우수작품보다 이 체급의 팬픽들이 더 술술 읽히고 재밌지 않으려나 싶습니다. 대개 임팩트가 부족했거나 주제가 엇나가서 중간 단계에 놓인 글들이지만, 전 이 체급부터 바로 아랫체급까지의 글들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뭔가 살짝 아쉬운 작품>
독심독신 - 큘라마도마
영원의 저주 - 카라니아
러브 이스트는 끝나지 않아 - 마법여대생밀크2
2인자의 욕망
미래를 보는 기계 - ㅋㅂ
사춘기의 뱀파이어 - Koakuma
천하제일인 치르노 - ㅁㄴㅇ
sake L께서 강림하셨다 - 나는미쳤다
Not bad. 괜찮은 팬픽들입니다. 하지만 몇몇 자잘한 결점이 발목을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 너무 뻔한 플롯, 짧은 내용, 패러디의 패러디가 지니는 한계 등등… 이번 대회에서는 아쉽게 되었지만, 몇 번 더 쓰다보면 다른 작가들 어깨빵 치고 다닐 게 분명합니다.
<여러모로 아쉬웠던 작품>
한식 - traditionalrock
창천 - 비표면작용제
불탄 부적 - 미마
Um,,, 세 팬픽 모두 크나큰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내용을 3줄로 요약 가능한 글, 내용이 너무 숨겨져 있어 이해가 안가는 글, 내용이 작가의 의식을 따라 흐르는 글. 다음에는 조금 더 개선된 모습으로 뵙고 싶습니다. 까짓 거 평가 좀 매콤하면 어떻습니까. 계속 씁시다! 최우수 라인에 있는 부르주아들 다 줘 패버릴 때 까지!
감평대회 결과에 관한 잡담
1위는 재고할 것도 없이 교토대동방학과님으로 선정했습니다. 네, 주최자의 인식조차 초월해 감평으로 팔만대장경을 실현하려 하신 분입니다. 방대한 지식으로 여러 측면에서 팬픽을 관찰함은 물론, 단순한 패러디성 팬픽조차 ‘아니 이걸 이렇게나 깊게 감평한다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평가해주셨습니다. 대회 참여에 이어 감평까지 고생하셨습니다.
2, 3위를 두고 장기짝님과 니와타리쿠타카 님 중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만, 장기짝님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장기짝님은 길게 이야기 하고 싶은 글은 길게, 짧게 이야기 하고 싶은 글에는 짧게 감평하였지만, 이랬다면 좋았겠다, 이게 조금 아쉬웠다. 등등, 작가가 바랄 법한 평가를 날카롭게 찔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만원+대회상품이 문화상품권 5천원권으로 사라지는 기적.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이번 대회에 알게 모르게 서포트를 받은 느낌입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3위에 입상하신 니와타리쿠타카님.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적은, 그야말로 ‘감상평’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습니다. 팬픽대회 32번째 출품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감상평이었어요. 출품 작품부터 감평까지 주최자에게 활력소가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쿠타카적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입니다.
-0.5 쿠타카 팬픽 안 씀.
후기
‘팬픽’은 놀이고 ‘팬픽대회’는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거 약간 선배배 팬픽대회 후기를 베낀 느낌이지만, 아무튼 주최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7년 전, 작문의 ‘작’ 자도 모르던 파릇파릇한 학생이 동방 프로젝트 갤러리의 팬픽대회에 참여했습니다. 그림도 못 그려, 음악은 배우다 말았어, 게임도 못 만들어, 이래저래 창작이랑은 연이 멀던 고등학생이, ‘그래도 키보드 두드리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글을 써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지만, 그래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쾌감도 있고, 점차 부족한 점을 개선하며 발전해나가는 제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1회 때도 지금도, 글알못 팬픽대회는 ‘글이 낯선 사람들에게 글을 쓸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생각 역시 7년 전의 제 모습을 떠올렸기에 비롯된 거겠죠. 가능한 많은 분들께 작문의 즐거움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절반 이상은 글을 수십 번 써본 느낌이지만!
네, 다시 한 번, 팬픽은 놀이고 팬픽대회는 축제입니다. 저도 예전 주최자들로부터 받은 게 있으니, 한 두 번은 베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입상하신 분들도, 그렇지 못한 분들도 충분히 즐기셨길 바랍니다.
조촐한 대회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제 3회는 동갤 망할 때 까지 개최할 일 없습니다. 열어도 글알못 팬픽대회가 아니라 다른 이름의 팬픽대회를 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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