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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글알못 팬픽대회

인형의 집 - urodia

인형의 집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인형의 집에는 수 많은 인형들이 살고 있답니다. 그들은 말도 하고, 노래도하며,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하고, 또한 즐거울때엔 춤을 추기도 한답니다. 

 

그곳의 인형들은 모두 웃고있답니다. 울쌍을 짓고는 인형은 하나도 없어요. 인형의 집에는 즐거운 일 뿐이거든요. 비록 몸이 헝겁으로 만들어 져 있다고 해도, 눈이 유리구슬로 이루어 져 있다고 해도, 그들은 그 무엇하나 불행하지않고 살고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형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잠겨있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문을 제멋대로 부스고 들어온 까만옷을 입은 , 누가 보아도 수상하다고 밖에 보이지않는 손님이었죠.

 

기어코. 이 손님은 막무가내로 인형들을 밀치고 들어가, 인형의 집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 인형을 훔쳐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인형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엄마가 잡혀가 버렸어."

 

"엄마. 엄마를 돌려주세요. 엄마. 엄마아."

 

하지만 그런 인형들의 필사적인 외침은 검은옷의 도둑에게 닿지 못한건지, 그 손님은 인형의 집을 유유히 빠져나와 어딘가로 가버렸습니다.

 

쾅! 인형의 집의 문이 닫기자 인형의 왕국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엄마 인형을 잃어 버린 인형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인형이 되어 버립니다. 웃지도, 노래도 부르지도 못하고, 무언가를 먹거나 옷조차도 만들수없는. 평범한 인형 말이죠.

 

남은 인형들은 평범한 인형이 되기전에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했습니다.

 

"엄마를 되찾아와야해."

 

"어떡하면 엄마를 되찾을수있을까. 손님이 다시 돌아와서 엄마를 돌려줄까."

 

"바보같은 소리마. 엄마는 돌아오지않아. 우리가 찾으러 나서야해."

 

"어떻게 우리가 찾으러 나간다는거야. 인형의 집 밖에 나가는건 너무 무서워."

 

"모두 무기를 들자. 우리가 아무리 인형이라고 해도, 뭉쳐다니면 분명 엄마를 되찾을수 있을꺼야."

 

"손님은 어떡해?"

 

"찢어죽여버리자. 엄마를 되찾으려면 그녀를 죽여야만해."

 

이렇게, 남은 인형들은 저마다 조그마한 손에 날붙이를 하나씩 들고는 인형실을 서로의 몸에 묶었습니다. 그들이 인형의 집 밖으로 나가는것은 너무나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엄마인형을 되찾기 위해라면 그들은 무슨짓이라도 해야했습니다.

 

삐걱! 낡은 인형의 집이 삐걱였습니다. 조그만 인형들은 서로의 몸을 밀착시킨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일렬로 바깥을 나섰습니다.

 

"봐. 발자국이야. 그 손님의 발자국이 틀림없어."

 

"이걸 따라가면 엄마를 찾을수 있을꺼야. 손님을 찾아서 찢어 죽여버리고 엄마를 되 찾는거야."

 

인형들은 신이 나 발자국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뿐사뿐, 인형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는, 어느새 그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열 명의 흑인 소년이 식사를 하러 갔다가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아홉 명의 흑인 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다가

한 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 명이 되었다."

 

"여덟 명의 흑인 소년이 데번을 여행하다가

한 명이 거기에 남아서 일곱 명이 되었다."

 

 

 

 

 

 

 

그러던 무렵, 갑자기 인형의 줄 뒤쪽에서 비명소리가 났습니다.

 

이럴수가. 고양이의 습격입니다. 꼬리가 두개달린 고양이에게 기습당한 인형의 몸은 갈갈히 찢겨나가 솜이 이곳저곳에 튀어올라 있었습니다.

 

"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어떻게든 인형들은 날붙이를 들고 그 커다란 짐승에게 대항해보지만,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가는 뒷줄의 인형들. 그들을 본 앞줄의 인형들은 지레 겁을 먹어 새파랗게 변해있었습니다.

 

"도와줘. 도와줘. 앞줄의 인형들아. 우릴 도와줘."

 

고양이의 손톱에 찢겨져 나가는 뒷줄의 인형들이 자신의 앞에 선 인형들의 줄을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앞줄의 선 인형들은 

 

"우리라도 살아야해. 줄을 잘라."

 

"안돼. 저들을 버리고 갈순 없어. 같은 인형왕국의 가족이잖아."

 

"그러라고 우리까지 죽으란 말야. 난 줄을 자르겠어."

 

싹둑. 줄이 잘리고는, 앞줄의 인형들은 발자국을 따라 필사적으로 달렸습니다. 뒤쪽의 인형들은 차례차례 하얀 솜을 내뿜으며 비명을 질러댔으나, 도망친 인형들은 귀를 막고 그곳을 빠져나오는데에 성공했습니다.

 

인형의 숫자는 반절로 줄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인형들은 조금도 쉴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인형들이 지나고 있는 숲은 한치 앞도 보이지않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땅을 더듬으면서 발자국을 따라갈 뿐이었죠.

 

앞이 보이지않자 인형들은 무서움을 잊기 위해 다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일곱 명의 흑인 소년이 장작을 패고 있다가

한 명이 자신을 반으로 갈라 여섯 명이 되었다."

 

"여섯 명의 흑인 소년이 벌집을 가지고 놀다가

땅벌이 한 명을 쏘아서 다섯 명이 되었다."

 

"다섯 명의 흑인 소년이 법률을 공부하다가

한 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 명이 되었다."

 

 

 

 

 

노래의 한 소절이 끝났을때에, 갑자기 나무위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노랫소리의 멜로디는 참으로 감미롭고 달콤해서, 여럿 인형들은 그 노랫소리에 이끌려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인형 몇몇만이 귀를 막고 나무를 오르는 인형들을 붙잡기 시작했습니다.

 

"가지마. 우리는 엄마를 찾으러 가야해."

 

"이거 놔. 엄마의 노랫소리야. 이 노랫소리는 분명 엄마라고. 엄마. 엄마."

 

하지만 그 노랫소리는 엄마의 노랫소리와는 전혀 다른, 자세히 들어보면 무척이나 기분나쁘고 기묘한 목소리였습니다. 하는수없이 정신을 차린 인형들은 또 다시 줄을 끊었습니다.

 

싹둑. 줄이 잘린 인형들이 제빠르게 나무를 타고 오릅니다. 노랫소리는 계속되었고, 인형들은 헤벌쭉 그 노랫소리에 취해 가느다란 나뭇가지위로, 노래를 부르는 누군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나뭇가지 위로 올라간 인형들의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뭐야. 뭐야. 눈이 보이지않아."

 

"엄마. 엄마. 무서워요. 엄마."

 

앞이 보이지않자 당황한 인형들은 비틀거리다가 이내 나무 밑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납니다.

 

쿵! 쿵! 쿵!

 

끔찍한 소리가 뒤에서 이어져 왔지만, 먼저 도망쳤던 인형들은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제 남은 인형은 출발할때의 인형의 숫자의 반에서 또 절반인, 넷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인형들은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보드라웠던 팔다리는 실밥이 튀어나와 엉망이었으며, 보석같던 유리눈은 흙먼지가 뿌옇게 묻어있어 그들의 몰골은 정말이지 추해보였습니다.

 

"우리 정말 엄마 인형을 찾을수 있을까."

 

"어쩌면 벌써 엄마가 돌아와 있을지도 몰라."

 

"아냐. 발자국을 따라가면 엄마를 찾을수 있어. 우린 엄마를 도둑에게서 되찾아야해."

 

"거짓말마. 이 발자국이 도둑거라는걸 어떻게 알아."

 

"고양이한테 동료를 팔아치운 겁쟁이가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이내 인형들은 서로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를 욕하고, 또한 서로를 밀쳐내면서 분위기 험악해지더니, 결국은 어떤 인형이 무기를 꺼네들어, 다른 인형을 푸욱. 하고 찔러버렸습니다.

 

"아아아아."

 

이내 그들은 아수라장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날붙이를 휘두릅니다. 남은 인형들의 팔이 잘려나가고, 유리구술이 뜯겨져 나가고, 목이잘립니다.

 

딱 하나. 한 인형만이 그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을수 있었습니다. 홀로 남은 인형은 힘없이 발자국을 따라 길을 계속 걸어나갔습니다. 인형은 인형의 집이 생각났습니다. 차라리 그 곳에서 나오지않았더라면, 조금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수 있었을까요.

 

그게 아니면 벌써 엄마가 돌아와서는, 남은 인형들을 돌보고 있는게 아닐까요. 엄마를 찾으러 간 인형들을 애타게 찾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남은 인형은 손을 불끈 지었습니다. 엄마는 내가 찾아야해. 라고 몇번이고 다짐하면서, 솜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인형은 홀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네 명의 흑인 소년이 바다로 나갔다가

청어가 한 명을 삼켜 세 명이 되었다."

 

"세 명의 흑인 소년이 동물원을 걷고 있다가

큰 곰이 한 명을 귀찮게 해서 두 명이 되었다."

 

"두 명의 흑인 소년이 햇빛을 쬐고 있다가

한 명이 햇빛에 타서 한 명이 되었다."

 

 

 

 

 

노래가 또 다시 한소절 끝났을 무렵, 인형은 드디어 발자국의 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통나무로 된, 무척이나 수상하게 생긴 오두막집이었습니다. 인형은 낑낑대며 창문을 기어 올라 집을 살펴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인형은 왈칵 눈물이 쏟아질뻔 했습니다.

 

"엄마. 엄마."

 

톡톡. 인형은 힘빠진 팔로 창문을 두들겼습니다. 그러나 인형의 외침은 엄마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침대에서 알몸으로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아. 그 도둑이 엄마를 겁탈해버린걸까요. 인형은 분노를 참을수없었습니다. 지금 당장 그 도둑년을 찾아 이 날붙이로 산산조각을 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쿵쾅쿵쾅. 엄마가 누워있는 방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그 도둑이었습니다. 도둑은 엄마에게 다가가 키스하며 말했습니다.

 

"일어나 앨리스. 아침이라구."

 

도둑의 말에 자고있던 엄마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습니다. 엄마의 얼굴은 무척이나 환해 보였습니다.

 

"좋은 아침 마리사."

 

이럴수가. 엄마가 도둑에게 친근하게 인사하며, 이번에는 엄마가 도둑쪽에게 키스를 행했습니다. 인형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슬슬 돌아가보는게 어때. 네 인형들 널 찾고있을거라구."

 

도둑은 그렇게 말하면서 엄마의 새하얀 가슴속으로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괜찮아. 어차피 그것들. 인형일 뿐인걸. 인형사가 없으면 움직이지않는 인형. 그것들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해."

 

"그런건가. 그럼 오늘 밤 하루 더 묵고가도 되겠구만."

 

"앙. 마리사 거긴.."

 

그렇게 말하면서 엄마는 그 도둑과 몸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그 광경을 쳐다 보던 인형은. 천천히 몸을 돌리고 웅크렸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싶지않고,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싶지않았습니다.

 

인형의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엄마가 없다면."

 

"우리는 움직일수 없어."

 

그날 밤이었습니다. 새근 새근. 엄마가 잠들어 있는새에, 인형은 도둑의 집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습니다. 손에 들린것은 엄마가 평소에 재봉질에 쓰던 칼이었습니다. 

 

뚜벅.뚜벅. 인형은 천천히 방을 올라갔습니다. 이윽고, 엄마인형이 자고있는 침대에 도착했습니다. 엄마의 옆에선 엄마를 훔쳐간 그 도둑이 대자로 퍼질로 자고 있었습니다.

 

푸우우욱!!

 

인형의 칼이 박혀들어갑니다.

 

엄마 인형의 심장속으로.

 

"커헉."

 

그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엄마 인형은 더 이상 숨을 쉬지않았습니다.

 

그녀의 심장을 찌르자 나온것은, 피가 아닌, 솜이었습니다. 손에 집혀 삐져나오는 솜을보고는 인형은 웃음지었습니다. 

 

 

 

 

 

다음날 인형의 집에 엄마 인형이 돌아왔습니다.

 

인형의 왕국은 이내 행복을 되찾았고, 파티를 열고 모두가 다시 웃고 노래하며 춤추는. 즐거운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딱 하나 예전과 달라진것이 있다면.

 

한번도 그들과 함께 있을때에 웃음을 보이지않던 엄마인형이. 웃게 되었다는 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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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는 엄청난것을 훔쳐갔습니다.

 

주제는 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