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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글알못 팬픽대회

벚꽃은 느리게 떨어진다 - 118.219 레이무는 화요일이 다가오면 느껴지는 설렘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화요일을, 화요일에 찾아오는 마리사를 기다렸다. 특별하게 매주 화요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화요일은 그런 날이 되었다. 화요일 아침의 새들은 평소처럼 지저귀고 있었지만, 레이무에게는 마리사가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그녀는 마리사가 도착할 시간이 되면 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평소의 그녀는 마루에서 차를 마셨다. 그러나 마리사를 기다리는 날만큼은 차를 마시지 않았다. 마리사와 같이 하루의 첫 차를 마시고 싶은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이무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쿠레이 신사의 앞에 키리사메 마리사가 내려앉았다. “요, 나 왔어.” 레이무는 .. 더보기
즐거움이 사라진 거리 - 장기짝 1.거리 그 거리는 언제나 즐거움으로 가득 찬 거리였다. 종교가들의 이상한 대결 열풍이 불면서 그 거리는 한층 더 활기를 띠었다. 구경꾼들로 북적이면서 그 거리를 차지한 가게들의 매상도 치솟아 올랐다. 가게 주인들의 입은 자연스레 귀에 걸렸다. 가장 득을 본 가게는 소바 가게였다. 단순히 장사가 잘 돼서가 아니었다. 소바 가게 주인에게 숨겨진 노름 재능이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거리에서 종교가들의 대결이 있을 때마다 가게 주인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그 종교 전쟁을 거리에서, 아니, 인간마을에서 가장 즐겁게 즐긴 이는 분명 그였다. 우습게도, 가장 먼저 모든 즐거움을 잃은 이도 바로 그였다. 첫 시작은 단순한 휴업이었다. 소바 가게에 휴업 팻말이 걸렸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간.. 더보기
Some of All Fears - 장기짝 1.츠쿠모가미 해가 지고 있다. 완전히 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나는 여유롭게 운하를 걷는다. 운하를 다니는 선박은 이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운하를 걷기엔 퍽 좋은 시간이다. 어두워지기 전까진 요괴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지. "그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운하 옆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버드나무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 나무 중 하나에 딱 봐도 이상한 우산이 숨어있다. 그냥 놓여있는 게 절대 아니다. 분명히 숨어있다. 행인의 눈에 보이지 않게 일부러 몸통을 나무 뒤에 기대놓고 슬쩍슬쩍 움직인다. 정작 너무 어설퍼서 내 눈에 다 보인다. 혹시 꼬마가 친구와 무슨 장난을 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간다. 그리고 내가 그 앞을 .. 더보기
인형의 집 - urodia 인형의 집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인형의 집에는 수 많은 인형들이 살고 있답니다. 그들은 말도 하고, 노래도하며,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하고, 또한 즐거울때엔 춤을 추기도 한답니다. 그곳의 인형들은 모두 웃고있답니다. 울쌍을 짓고는 인형은 하나도 없어요. 인형의 집에는 즐거운 일 뿐이거든요. 비록 몸이 헝겁으로 만들어 져 있다고 해도, 눈이 유리구슬로 이루어 져 있다고 해도, 그들은 그 무엇하나 불행하지않고 살고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형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잠겨있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문을 제멋대로 부스고 들어온 까만옷을 입은 , 누가 보아도 수상하다고 밖에 보이지않는 손님이었죠. 기어코. 이 손님은 막무가내로 인형들을 밀치고 들어가, 인형의 집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 인형을 훔쳐가버렸습니.. 더보기
코치야 사나에의 입문 - 설화 코치야 사나에의 입문 코치야 사나에가 죽었다. 이제 그녀의 몸은 연기에 실려 편히 쉬리라. 그녀가 죽을 때,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고 세상은 잠잠했다. 세상의 입장에서 볼 때 그녀의 죽음은 하찮은 일이었다. 가벼운 일이었다.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녀의 목숨이란 수십 억 생명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녀의 죽음은 수십 억 중 하나의 죽음일 뿐이다. 그녀 본인에게 가지는 의미는 그녀의 의미일 뿐이다. 타인의 죽음은 객관화되지 못했다. 그녀를 아는 누구나 눈물을 흘렸지만 누구도 슬퍼하지 못했다. 오직 슬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눈물은 슬픔보다 성급하다. 그녀의 죽음만큼이나 무의미한 눈물이었다. 코치야 사나에는 죽지 않았다. 그녀가 죽을 때, 혹은 그녀가 죽었다고 알려졌을 때, 그녀는 하늘 위에 있었고 장례식을 내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