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욕망 - (49.166)
“각하는 절대 2인자를 살려두지 않아.”
누가 이런 말을 했던가? 아무래도 그녀에게 지금은 상관없는 말이다.
“내가 1인자가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난데없이, 이 말을 되내긴 소녀는.
손목에 묻은 검은 액체를 대충 닦고서, 황급히 밖에 나갔다.
벌벌 떠는 손으로 황급히 외투를 걸치고 도망치듯 나갔다.
그런데 그것은 그녀 인생의 마지막 외출이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키리사메 마리사.
마리사의 마지막 외출이 있기 얼마 전.
“소련에서는 2인자의 자리로 살아가는 것은 고달픈 일이라고 하네요.”
마리사는 코스즈의 서점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 코스즈는 콧수염의 강렬한 눈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남자의 얼굴이 새겨진 외래서를 읽고 있었다.
마리사는 단순히 마도서를 빌리려 왔기 때문에, 코스즈의 혼잣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코스즈의 혼잣말이 마리사의 귓가에 계속 감돌았다.
그녀는 외로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나는 레이무의 영원한 2인자가 될 수 없는 것인가?”
영원히 그녀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인간의 한계인가.
언젠가 부터인가. 레이무는 또 다른 2인자를 만들고, 총애하기 시작했다.
마리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보다 우월한 몸매에 탁월한 힘. 그녀는 여기 인간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
‘아니. 신인가…’
그렇게 질투와 허탈함 속에 살아가던 마리사는, 잠에 들었다.
그리고…
마리사가 하쿠레이 신사에 방문했을 때.
“어? 마리사 씨군요? 요새는 만나기 어렵군요. 왜 그렇게 바쁘신가요?”
하쿠레이 무녀의 새로운 2인자가 된 코치야 사나에는,
가식스러운 웃음으로 마리사를 맞이했다.
얼마 전만해도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한 녀석 일텐데도 불구하고...
사나에는 누구보다도 하쿠레이 무녀를 이을 2인자로 부각되어 있었다.
사나에는 하쿠레이 신사에서 자연스럽게 빗자루를 손에 든 채. 마치 자신의 신사인 듯 낙엽 잎들을 쓸고 있었다.
개구리 머리띠에, 뱀 장식을 하고 있는 그녀는 가증스럽게도 이곳에 분사를 설치하여, 자신의 신앙을 모으고 있었다.
그럼에도 1인자는 그 2인자를 어느 샌가 마리사보다 더 친애하기 시작했다.
마리사는 사나에와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아, 목적을 뒤로 한 채 떠날 채비를 꾸렸다.
그녀는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마리사에게 말을 인사를 건냈지만,
내용은 아니었다.
“빨리 떠나시다니. 아쉽네요. 그런데… 말이죠.
떠나기 전에 제가 충고 하나만 해도 될까요?”
“좀 나대지 마세요. 환상향은 참 좁은 곳이에요. 퇴치당하기 싫으시다면…”
“그 일은 그만 두세요. …개새끼야… 하하.”
분명한 협박이었다.
최근에 마리사는 잠자리가 뒤숭숭하고,
누군가의 감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받았다.
환상향은 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인간은 절대 요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룰이 있다.
마리사. 그녀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영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떤 협박에도 자신의 꿈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하쿠레이 무녀의 2인자 자리를.
자신 스스로 박탈하는 행위기도 했다.
왜냐하면…
하쿠레이의 무녀는 친구인 마리사는 사랑하지만,
요괴인 마리사는 반드시 퇴치할 것이기에…
그렇기에 마리사는 현재. 두 가지의 상반된 욕망으로 인해,
두 가지 꿈 모두 무산 될 위기에 놓여있다.
영원한 2인자가 될 수 없고…
영원한 마법사의 삶도 누릴 수 없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마리사는 향림당에서, 바깥 사람들의 물건 중. 권총이라는 것을 하나 몰래 구매했다.
요괴들에게는 장난감에 불구하지만, 그럼에도 소지해야 했던 이유는.
그녀가 목숨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요괴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누군가가 계속 마리사를 미행하거나, 물리적으로 위협해왔다.
지속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녀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한 남성은 마리사의 엉덩이나 가슴을 함부로 만지면서 성희롱을 걸었다.
그리고…
성희롱을 했던 그 남자를 하쿠레이 신사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황급히 근처 큰 나무 뒤로 숨었다.
그리고 마리사는 몹시도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하고 말았다.
하쿠레이의 무녀가 그에게 귀를 속삭이더니, 돈을 몇 푼 쥐어주며 보낸 것이다.
이 연속적인 일들은 분명했다.
이 모든 일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마리사를 협박하기 위함이었다.
마리사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2인자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그녀는 두려워졌다.
향림당에서 산 권총에 총알을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연락이 없던, 하쿠레이의 무녀가 저녁식사를 하자고 마리사를 부른 것이다.
왜 일까?
분명 단순한 식사자리 초대였지만, 그녀는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마리사는 침대 밑 금고에 숨겨놨던 그 권총에 총알을 빼곡히 집어넣었다.
권총을 허리춤에 대충 감추고, 하쿠레이 신사에 도착했다.
마리사에게 하쿠레이 신사는, 자기 집 마냥 늘 상 오고 갔던 곳인데.
오늘은 왠지 가장 위험한 장소이자, 낮선 장소로 변모해버렸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번 달은 틈새 요괴가 잠을 자는 달이기 때문에 들킬 염려는 없다.’
‘대충. 둘을 죽이고 이 사건을 꾸며내면,’
‘틀림없이 새로운 무녀를 뽑는 일에 내가 심사위원으로 적격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일을 대충 처리한 후.
야쿠모 가의 식신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역시나 식사 자리에는 개구리 머리띠를 한 사나에가, 하쿠레이 무녀와 앉아서 가가호호 하면서 따뜻한 나베에 청주를 한 잔 기울이고 있었다.
하쿠레이의 무녀는 말이 마리사에게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마리사는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자리에서,
단지 나베 국물과 건더기만 건져 먹으며,
주변 분위기만 살펴볼 뿐이었다.
“마리사 씨는 그렇게 오래 살고 싶어요?”
그녀는 또 가증스러운 얼굴로 계속 말했다.
“왜 계속되는 경고를 무시하는 걸까요? …새끼야?…
좀 눈치가 없는 것도 매력이지만. 난 그런 매력이 싫어요. 그쵸?”
그녀의 협박에 하쿠레이의 무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쿠레이의 무녀는 베시시 웃더니, 술을 한 잔 기울이고 나에게 말을 했다.
“앞으로 마리사는 오늘이 마지막일지. 아니면 계속 함께 술을 기울일만한 친구지. 결정을 잘하는 게 좋아.”
오늘이 마지막이다…?
마리사의 가슴은 조여오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마리사는 지금 결정해. 아니면 너를 어떻게 할 수 밖에 없어.
알다시피, 나는 환상향의 시스템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존재야. 그러니까 너는 지금 결정할 수밖에 없어.”
“그럼요. 설마 인간 주제에 여기서 죽고 싶어 하겠어요. 술이나 마시세요. 마리사씨?”
그러고는 종이를 내미는 그녀.
분명, 사식을 포기하고 모든 잘못을 시인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여기서 결단하지 않으면, 죽는 건 마리사다.
마리사는 허리춤에 숨겨놓은 권총을 그녀에게 뽑아서 들었다.
“… 뭔가요? 설마 그 장난감으로 무얼…”
마리사는 울분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야 이, 새끼야. 너 너무 건방져!”
마리사는 그녀를 향해 망설임 없이 총을 쏘았다. 그러자 사나에는 현인신이지만, 또한 인간의 몸인지, 무척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방바닥은 그녀의 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마리사!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그러자 하쿠레이의 무녀는 무척 당황한 표정으로 마리사를 쳐다보았다.
“너도 죽어봐!”
마리사는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영원한 친구. 1인자를 향해 총을 쏘았다.
두 번 쏘니, 외마디 없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사람의 생명은 참으로 질기다.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힘겹게 기어서 나가려던 사나에의 머리를 향해 마리사는 총을 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다.
“너도 나대지마라?”
마리사의 손에는 쇠 냄새가 가득했다. 피 인 것이다.
마리사의 휜 와이셔츠는 붉게 물들어졌다.
그녀는 황급히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큰일 났다. 큰일 났어! 하쿠레이의 무녀가 살해당했어.”
마리사는 이 말을 외치면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래. 이 일은 모조리 개구리 소녀에게 떠넘겨버리자. 나는 죽다 삶아 남았어!’
그러나 그것은 마리사의 오판이었다.
곧 그녀와 마주친 틈새 요괴의 식신은, 비웃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곧 강한 힘으로 마리사를 제압하였다.
틈새 요괴의 식신을 그녀에게 단 한마디만 건 낼 뿐이었다.
“이제 당신은 끝났어요.”
그 말에 마리사는 직감했다.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것을…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 마리사는 하쿠레이의 무녀를 죽인 죄로 처형당했다.
참으로 씁쓸하고 허망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영원한 인생과, 영원한 친구.
모두를 잃은 단 한 번에 잃은 그녀는 쓸쓸히 마을의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한 뒤.
자비로운 승려의 목소리의 불경 소리를 들으며, 처형수의 칼에 의해 그녀는 몸이 베였다.
목이 잘린 것은 아니지만. 많은 피를 흘린 마리사는
어느새 자신이 몸이 굳어지고, 차가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쓸쓸히 외마디를 외쳤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가 승려의 불경 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를 못했다.
그렇게 그녀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했던 것이다.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았어…”
p.s. 불쌍해라. 금발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