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글알못 팬픽대회

미래를 보는 기계 - ㅋㅂ(218.158)

패드쟝 2020. 7. 4. 22:43

[미래를 보는 기계가 화제! 당신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있나요?]

 

"........"

 

바스락 소리를 내며 레이무가 텐구발 신문을 접는다. 최근 유행하게 됐다는 '미래를 보는 기계'가 환상향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홍마관과 갓파의 합동 사업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운명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홍마관 당주가 능력을 제공해 만들어진 갓파 기술력의 총본산이다.

생긴건 텐구 기자들이 들고 다니던 사진기와 똑같다. 보는 입장에서 빛을 보면 안되는건지 아니면 혼자만 보라는 뜻인건지 기계 뒷면에 검은 천을 달아놓아서 사용자가 천 안으로 들어와 버튼을 누르면 그 안에서 화면을 통해 나타나는 미래를 보는 구조로 되어있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미래를 볼 수 있으며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보여주는 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수집하지 못했다고 기사는 말했다.

 

"레밀리아 녀석,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인거야?"

 

이미 홍마관의 흡혈귀 당주는 한 번 대형 이변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에 레이무의 입장에선 갓파와 손잡고 벌인 일이 아니꼬울 수 밖에 없었다. 공짜로 배포하는게 아니라서 정당한 방법으로 하는 장사라 주장하면 마냥 의심하기도 어렵다만 내용이 내용이고 주도자도 주도자인 만큼 경계도 늦출 수 없었다.

 

"여어~ 레이무!"

"?"

 

흑색과 백색이 어우러진 마녀복의 소녀가 하늘에서 별가루를 뿌리는 빗자루를 타고 내려온다. 레이무와 함께 오랜 시간 이변을 해결해온 파트너인 키리사메 마리사였다.

 

"마침 잘 왔어. 이변해결하러..."

"레이무, 요즘 도는 소문에 대해서 알고 있어?"

 

마리사는 레이무의 말을 듣지도 않고 대뜸 물었다.

 

"요즘 도는 소문? 설마 너도 미래를 보는 기계인지 뭔지하는 허무맹랑한 녀석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거야?"

"알고 있었냐. 근데 너는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네."

"바보 아냐? 능력을 제공했다는 레밀리아의 능력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능력이잖아. 보나마나 떼돈을 벌어먹기 위해 남들을 현혹시키는 사기일게 분명해."

"에에~"

 

레이무가 팔짱을 끼며 단언했다.

 

"뭐어,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하지."

 

그렇게 레이무의 말에 동조하는 듯한 마리사가 치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거라구? 헛소리라 해도 궁금하지 않아?"

 

그녀가 꺼낸 물건은 방금 전 신문에서 본 외형과 정확히 일치하는 물건이었다.

 

"....? 미래를 보는 기계? 이거 엄청 비싸잖아. 바보 같이 돈 날리지말고 나한테, 아니, 우리 신사 새전함에 넣었으면 좋았잖아."

 

레이무는 마리사가 돈을 헛되이 썼다며 혀를 찬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듯 마리사는 기계를 들지 않은 손의 검지를 까딱까딱 흔들었다.

 

"우리 사이가 하루이틀도 아닌데 아직도 모르겠어? 나는 평범하게 빌려온 거라구."

", 훔쳐왔냐. 그럼 어쩔 수 없네."

"빌려왔다구!"

 

둘 중 하나는 말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

 

"그래서.... 그걸 가져온 이유가 뭐야?"

"? 아아, 그거야.... 그냥. 신기하잖아. 너랑 같이 보려고 가져왔지."

"2명이서 같이 못보는 디자인이잖아."

"뭐야, 관심 없는 척해도 정보는 빠삭하구만. 솔직하지 못하다구. 후후."

", 시끄러. 방금 전에 신문 보고 안거일 뿐이야."

 

레이무는 기계에 관심 없다는 사실을 계속 어필했다. 그러나 이게 정말 사기라면 혼자 당할 순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마리사는 유혹했다.

 

"궁금하지 않아? 10년 후에 어떤 멋진 남자와 결혼해 있을지, 5년 후엔 어떤 새로운 요괴와 이변을 퇴치하고 있을지, 1년 후에 신사의 새전함에 얼마가 들어있을지...."

"새전?"

 

아무래도 정답은 돈이었던 모양이다.

 

"단순하구만..."

"뭐라 했냐."

"아니, 것보다 뭐... 어찌됐든 이 기계에 굉장한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구. 사기라고 판명나면 그때 가서 레밀리아를 때려잡으면 그만 아니겠어?"

 

마리사가 기계를 레이무에게 건넸다. 기계를 두 손에 쥔 레이무는 잠시 생각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까지 권한다면 어울려줄 수 밖에 없겠네. 완전 뻥이면 너도 홍마관에 따라와야 된다?"

 

그렇게 말한 레이무의 두 손이 기계를 들어올렸다.

 

"거기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면.... 뭐 보여?"

"암것도 안보여."

"대충 손 더듬어서 기계 윗쪽에 다이얼 있거든? 그거 돌려봐."

".... ! 1이라고 숫자가 보여."

", 그럼 1년 뒤의 미래인거야."

"그럼 10년 뒤부터 볼까.... 됐다. 10에 맞췄어."

"그럼 그 다이얼 옆에 큰 버튼 있는거 느껴져?"

 

마리사가 천천히 설명해주고 레이무가 따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손을 더듬더듬 움직여 그녀의 말을 전부 수행한 레이무. 마리사는 버튼을 눌러보라고 말한다.

 

"그거 눌러."

 

찰칵

 

아무래도 외형만 같은게 아니라 실제로 사진기를 개조한건지 버튼을 누르자 앞면 플래시가 빛을 발하고 찰칵 소리가 난다.

 

"어때? 뭐가 보여?"

".......?"

"레이무?"

 

레이무의 반응이 이상해 그녀를 부르자 레이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불량 아냐? 아무 것도 안보여."

"? 그럴 리가 없다구. 파츄리한테서 빌려온거니까 성능은 확실한데? 다시 한 번 해보라구."

 

마리사가 하는 말이니까 믿어보기로 한 레이무가 다이얼을 돌리고 버튼을 누르길 반복한다.

 

"역시 사기인게 분명해. 마리사, 파츄리에게서 가져온 거라고 했지? 5년도 1년도 전부 깜깜이....."

 

결국 소득 없이 레이무는 천을 벗어 기계를 들어올렸다.

 

"마리......?"

 

기계를 벗어버리고 레이무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머리통만한 돌덩이를 레이무의 머리에 찍어내리고 있는 마리사였다.

 

 

콰직

 

콰직

 

 

 

 

 

 

"하아....하아.... , 저질러버렸다......하하...하하....이 녀석, 이 녀석 솔직히 재수 없으니까, , 주인공마냥 설쳐대는거 좀 꼴보기 싫었고.... 레이무 녀석, 딱히 노력 같은거 하지도 않으면서 무녀라는 이유로 온갖 메리트나 받고, ? 무녀는 탄막 승부에서 질 수 없어? 웃기지 말라고......바보 같아."

 

보통의 사람이라면 평생을 살아도 저지를 일 없는 살인을, 1X세의 소녀가 저지르고 말았다. 또래의 친구를 돌덩이로 찍어버린 살인에 마리사의 사고가 잠시동안 멈춰버렸다.

 

".......! , 정신 차리자. 시체를 꽁꽁 숨겨두면 찾아내는데 오래 걸릴테니... 명련사 뒤 묘지는 근처에 쥐 요괴가 있으니까 불안하고... 무영총, 그래, 무영총, 거기라면 시체가 한두 구도 아니니까...."

 

계획살인이었던 듯 마리사는 자신의 기억을,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주저리 떠들며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의 시체를 붙잡고 낑낑대며 평소 가지고 다니던 자루에 넣었다. 자루가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리사가 잠시 휴식 차원에서 신사 마루에 앉았다.

 

"........."

 

레이무가 떨어뜨린 기계가 보인다.

미래를 보는 기계. 마리사가 레이무를 죽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기계다.

 

찰칵

 

"......."

 

직접 쓰고 버튼을 누른 마리사는 잠시 후 1년 후로 다이얼이 맞춰진 기계를 내팽개쳤다.

 

"하긴. 뭐가 보일 리가 없지. 그런 사기, 걸리는게 바보라구."

 

마리사는 누가 보기 전에 시체를 숨기기 위해 자루를 빗자루에 올려놓고 자신도 올라탄다.

 

슈루룽, 하며 요란하게 날아가는 빗자루를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된 기계의 카메라 렌즈가 비친다.

그 뒤를 귀신처럼 조용히 따라가는 싸늘한 표정의 야쿠모 유카리가 렌즈에 따라 비친다는 사실을 마리사는 눈치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