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글알못 팬픽대회

영원의 저주 - 카라니아

패드쟝 2020. 7. 4. 22:41


蓬莱の薬、人間は決して口にしてはならぬ禁忌の薬。
봉래의 약, 인간은 결코 입에 대서는 안 되는 금기의 약.

一度手をだしゃ、大人になれぬ。
한 번 손을 대면, 어른이 될 수 없네.

二度手をだしゃ、病苦も忘れる。
두 번 손을 대면, 질병도 잊는다네.

三度手をだしゃ……、
세 번 손을 대면...... 

お前達も永遠の苦輪に悩むがいい!
너희들도 영원의 고륜에 괴로워하거라!



XXX계 XX월 XX일, 평소와 같은 밤.

수많은 대나무가 자란 숲.

미묘하게 기울어진 경사에 평형감각을 상실하며, 수많은 대나무에 의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누구든지 헤매버리도록 저주가 걸린 이 저주받은 죽림에서.

누구든지 들어가 10분만 걸으면 다시 나갈 수 없다고 전해지는 이 미혹의 죽림에서 흑발의 소녀와 백발의 소녀가 서로를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영원토록, 색다른 일 없이 언제나처럼 말이다.

---뻐억!

백발의 소녀가 내뻗은 불길 가득한 발이 그대로 검은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의 머리를 차 그 소녀가 지녔던 아름다움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흑색의 보석 같았던 머리카락은 뜨거운 불길로 인해 재로 변했고,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다 평할 얼굴은 아래턱만을 남긴 채 모조리 뭉개져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죽어!"

하지만, 백발의 소녀는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명백히 머리가 터져나가 죽어버렸을 흑발의 소녀를 쫓아, 차디찬 흙바닥의 위로 쓰러져버린 흑발의 소녀를 쫓아 다가간 백발의 소녀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싸늘한 시체가 된 흑발의 소녀를 계속해서 짓밟기 시작했다.

---퍽!!

"죽어!"

흑발의 소녀는 이미 죽었는데도 백발의 소녀는 흑발의 소녀가 다시 멀쩡히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지르며 흑발 소녀의 시체를 계속해서 밟아나갔지만.

다른 방면에서 보면, 백발의 소녀는 마치 흑발의 소녀가 다시 일어날 것을 확신한 것처럼 체념에 가까운 외침을 지르며 흑발 소녀의 시체를 계속해서 밟아나가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죽으라고! 카구야!"

---퍼어..ㄱ!?

"참으로 무의미한 말을 하네. 수많은 날이 지나도 너는 참 한결같구나. 모코우."

그리고, 어째선지 분명 머리가 뭉개져 죽어버려야 했을 흑발의 소녀, 호라이산 카구야는 흙먼지 가득한 손을 움직여 백발의 소녀, 후지와라노 모코우의 발을 붙잡아냈고.

"으윽!?"

그대로 카구야라 불린 흑발의 소녀는 붙잡은 모코우의 발을 옆으로 움직여 모코우의 균형을 무너트리더니 그대로 넘어트렸다.

"죽어달라는 말은 우리에게 있어 무의미한 말이 되었는데도 너는 아직도 죽어달라고 하고 있어."

그리고, 카구야에 의해 땅바닥을 뒹굴던 모코우가 벌떡 일어나 처음으로 본 광경은 분명 머리카락이 모조리 타고 윗턱 대부분이 뭉개졌어야 할 카구야가 싸우기 전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광경이었다.

"당연..."

---따악!

모코우는 카구야의 말을 비꼬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카구야가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쏘아진 하나의 요탄이 모코우의 심장을 뚫어버렸다는 상황이 일어나 카구야의 말에 대한 대답을 모코우가 바로 말할 순 없었다.

---풀석.

물론 그건 카구야와 마찬가지로 모코우 역시 바로 말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당연하지. 난 너를 죽여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내고 싶다고."

뚫려버린 심장은 어디 갔는지 너무나 멀쩡한 상태로 일어난 모코우는 체념과 분노, 그리고 수많은 복합적인 감정이 깃든 얼굴로 자신의 소원을 입에 담았다.

"후후, 나를 죽인 뒤 무얼 하려 할까? 마을의 선생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라도 하는거야?"

"...신경 꺼."

다소 갑작스러웠지만 카구야가 하는 말은 모코우 역시 잘 이해하고 있다.

마을의 선생이 누굴 뜻하는지, 그리고 행복한 미래가 뭘 뜻하는지.

그리고...

"그것 참..."

"하지 마."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도.

"덧없는 소원이자 꿈이며 욕망이네. 아주 짧은 날의 행복이야."

"죽어!"

---화륵!

모코우에게서 거센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미혹의 죽림에 있던 대나무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대나무를 불태우기 시작한 화염은 자유의지를 가진 것처럼 멋대로 움직여 카구야를 에워싸기 시작했으며, 무엇이든 태워버릴 것 같은 화염에 카구야는...

"하지만 난 자비로우니 너의 소원을 들어주겠어."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모코우에게 있어선 비웃는 미소밖에 되지 않은 웃음을 지으며 모코우의 화염에 몸을 맡겼다.






120계 03월 15일, 조금 우중충했던 어제와 다른 어느 화창한 날의 아침.

환상향(幻想郷) 속 어느 장소에 위치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마을의 시장터에서 백발의 소녀 후지와라노 모코우는 자신보다 키가 큰 푸른색이 감도는 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한 여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으그극... 근육통이..."

"설마 어제도 싸우셨나요? 제가 누누이 말하지만..."

푸른색이 감도는 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의 이름은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모코우에게 있어선 몇 없는 이해자이자 가장 친한 친우라 봐도 될 반인반수였다.

"잠깐잠깐! 케이네. 나는 어제 몇 시간이고 싸워서 여러모로 지쳤다고. 설교는 다음에 해줘."

케이네라 불린 여인은 질색한 표정을 짓는 모코우의 모습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가도 이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더니 시장터의 어느 한쪽에 있는 쉼터를 가리켰다.

"응? 잠시 쉬려고?"

"하아, 제가 쉬려고 모코우를 대려가는게 아닙니다. 근육통이라면서요?"

---덥석.

"으그그극!?"

그렇게 말하며 의외로 강한 힘으로 모코우를 강제로 쉼터로 끌고 간 케이네는 풀썩! 하고 모코우를 정자에 앉혀 이런저런 약을 품속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 건 또 언제 준비한 거야..?"

"지금 하루가 멀다 하고 미혹의 죽림에서 싸움을 일삼는 모코우가 할 말은 아니에요? 항상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깜빡했는데 오늘은 용케 기억해서 들고 나왔답니다."

그리고는 손가락에 약을 발라 모코우의 얼굴 이곳저곳에 바르기 시작한 케이네.

---꾹꾹꾹.

"..."

모코우가 어디가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케이네는 재주좋게 모코우의 미묘한 반응 차이로 어디가 근육통인지...

---꾹꾹꾹.

근육통인지...

"알 리가 없잖아!"

팍! 하고 케이네에게서 얼굴을 치운 모코우는 도대체 뭘 하냐고 투덜거렸다.

"얼굴엔 왜 바르는 건데!? 움직인 건 몸인데 얼굴에 근육통이 있을 리 없잖아!"

잘못 보면 새하얗게 보일정도로 얼굴에 잔뜩 묻은 약을 곤란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닦아내기 시작한 모코우의 모습에 케이네는 턱을 긁적이다 쿡쿡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이 약은 제 서당의 아이들이 다치는 일이 있어 챙기게 된 거랍니다. 그러다 오늘도 모코우가 제 말을 안 듣고 싸우고 왔다는 말을 듣고 살짝 분풀이하고 싶었어요."

결국, 싸우지 좀 말라는 케이네의 말을 듣지 않고 또 카구야와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한 모코우에 대한 사소한 분풀이였단 의미였다.

"약을 바르면서 얼굴을 쿡쿡 찌르는데 모코우의 반응이 재밌어서 그만.. 생각보다 너무 많이했네요."

"분풀이가 너무 소심한 거 아냐?"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분풀이 겸 어디 다른 다친 곳이 없나 확인한 거예요. 그러나 역시 여러 번의 부활과 싸움으로 인한 근육통 말고는 티클 하나 다친 곳이 없네요."

"..."

케이네의 말은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물론 방금 말했다시피 싸우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고 또 카구야와 싸웠다는 것에 대한 질타의 의미도 있었지만, 그렇게나 싸웠음에도 결국 모코우에겐 단순한 근육통 이외의 어떠한 상처도 없었다는 의미 역시 포함하고 있었다.

위험한 상처를 입고, 위험한 상처를 치료하고...

상처를 입어 죽어가고, 상처를 치료해 살아나고...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그 누구라 한들 당연한 그런 상황이 후지와라노 모코우에게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후지와라노 모코우는 불로불사이기 때문에.

봉래의 약을 마셔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봉래인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다른 모든 이가 다쳐 죽어도 모코우만은 티클 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있으리라.

영원ㅎ...

---따악.

"아야."

그때 조그만 통증이 모코우의 정신을 현실로 되돌려놓았다.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아..아, 미안."

이마에서 느껴지는 조그만 통증과 뒤이어 들려오는 케이네의 말에 또 자신의 얼굴이 어두워졌나 당황해하며 허둥지둥 얼굴을 매만지는 모코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케이네는 잠시 후 큰 한숨을 쉬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뭘요. 모코우가 불안해할 걸 알면서도 이야기를 꺼낸 제가 잘못했어요."

케이네의 말에 모코우는 이미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다 들켰구나 하는 뜨끔한 생각으로 우물쭈물 케이네를 따라 일어섰다.

"...그렇다고 지금 느끼는 행복을 전부 포기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할 거에요? 단순히 미래에 닥쳐올 일이 두렵다는 이유로요?"

그때 들려오는 케이네의 갑작스러운 질문.

정말 어떠한 전조도 없이 튀어나온 케이네의 질문이었지만.

하지만, 모코우는 이 질문이 지금까지 수십 번은 케이네에게서 계속 들어온 질문이란 걸 알기에.

"...당연히 아니지."

잠시 고민하다 늘 그랬듯이 부정을 입에 담았다.

단순히 자신의 불안감으로 케이네까지 불안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모코우와 같이 행복해지고 싶은 이는 여기 있답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좀 더 현재를 봐주세요."

"...응."






XXX계 XX월 XX일, 평소와 같은 밤.

수많은 대나무가 자란 숲.

미묘하게 기울어진 경사에 평형감각을 상실하며, 수많은 대나무에 의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누구든지 헤매버리도록 저주가 걸린 이 저주받은 죽림에서.

누구든지 들어가 10분만 걸으면 다시 나갈 수 없다고 전해지는 이 미혹의 죽림에서 흑발의 소녀와 백발의 소녀가 서로를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영원토록, 색다른 일 없이 언제나처럼 말이다.

---파악!

" '모코우와 같이 행복해지고 싶은 이는 여기 있답니다'라니. 연애질을 보는 입장도 좀 생각해주지그래?"

"연애 아니거든!? 둘 다 여자인데 뭘.. 아니, 그것보다 뭘 어떻게 안 거야!?"

"그 정도도 모를까 봐? 마을에 약을 팔러 갔던 레이센이 다 보고해줬어."

"그 토끼... 언제 지나간 거야?!"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행적을 들킨 것에 모코우는 창피한 얼굴로 머리를 헝클다가 문득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란 걸 깨닫고는 바로 카구야의 머리를 향해 강력한 불길의 깃털을 쏘아냈다.

창피했던 기분을 카구야의 머리통과 함께 날려버리고자 말이다.

"저번엔 좀 당해줬지만, 오늘은 누구 씨의 애정행각을 질리도록 봐서 말이지. 화풀이 좀 할게."

하지만, 강력한 불길의 깃털이 카구야에게 맞닿기 전 카구야가 품속에서 용의 모습이 조각된 바레트(barrette)를 꺼내 들었고.

카구야가 꺼내든 신보(神宝)라 불러 마땅한 「브릴리언트 드래곤 바레트」는 모코우의 화염이 카구야에게 닿게 하기는커녕 순식간에 화염을 억누르며 수많은 무지갯빛의 광선을 뿜어내더니.

"...치사하게 또 이상한 도구를..!"

---푸확!

그대로 모코우의 상반신을 날려 소멸시켰다.

"억울하면 좀 더 강한 공격으로 날 몰아붙여 봐."

물론 카구야와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행동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화륵!

"말 그대로!"

분명 신보 「브릴리언트 드래곤 바레트」에 의해 소멸해버린 모코우의 상반신이 있는 위치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그 불은 사람의 상반신의 형태를 갖추어 후지와라노 모코우라는 인간으로 변모해갔다.

아무런 피해가 없다.

지난밤, 모코우에 의해 타버린 얼굴을 순식간에 복구해버린 카구야처럼 말이다.

"그럼 우리 평소처럼 싸우면서 이야기나 할까?"

그런 모코우의 모습을 카구야는 너무나 재미난 장난감을 보듯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런 카구야의 모습을 모코우는 너무나 귀찮은 날벌레를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거절한다."

"후후, 승낙으로 알게."

그리고 카구야는 오늘도 역시 모코우를 향해 그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 생각이었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아. 서두는 이걸로."

영원토록, 언제나와 같이.

카구야는 모코우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듣고 싶어하든, 듣고 싶어하지 않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널 너로 있게 만들어 주는 건 두 인연이야."

"죽어!"

모코우의 등에서 불사조와 같은 거대한 불길의 날개가 솟아오르고,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속력으로 카구야를 향해 돌진했다.

---파악!!!

비록 그 행동은 단순히 카구야가 품속에서 꺼내는 또 하나의 신보, 「샐러맨더 실드」에 의해 막혔지만 말이다.

"제길!"

"하나는 너를 즐겁게 해주는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와의 인연, 그리고 또 하나는 피와 분노로 얼룩진 나와의 인연."

모코우는 자신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만 계속해서 해대는 카구야의 입을 조금이라도 빨리 불태워 조용하게 만들어버리고 싶었고.

"죽어!"

모코우의 몸을 중심으로 일어난 거대한 화염의 기둥은 카구야의 신보 「샐러맨더 실드」을 더욱 뜨거운 화염으로 분쇄해 뚫어내었지만.

"넌 그 중 케이네와의 인연을 골라 영원토록 유지하고 싶겠지만, 영원은 아쉽게도 그녀가 아닌 나야. 아쉽게 됐네."

카구야의 말마따나 아쉽게도, 그녀는 이미 할 말을 다 한 채 비웃는 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모코우의 화염에 휩싸여갔다.






120계 4월 23일, 햇빛 가득했던 이전의 날과 달리 어느 구름 가득한 날의 늦은 오후.

환상향 속 어느 장소, 인간들이 살아가는 마을의 묘지터에서 백발의 소녀 후지와라노 모코우는 푸른색이 감도는 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훌륭한 제자였어요. 정말로."

"그래, 나도 그 할아범은 잘 알았지. 죽림에서 사느라 인간 마을에 잘 오지도 않은 날 기억해서 다과를 사준다고 하는 이상한 할아범이었어."

지금 모코우와 케이네가 서 있는 장소는 케이네의 옛 제자이자 마을의 중대한 역할을 도맡아 하던 한 할아버지가 묻힌 장소의 앞이었다.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케이네도 오늘만큼은 슬픔을 참지 못했는지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고, 그건 그리 자주 보진 않았다고 하나 살갑게 대해준 좋은 기억이 있는 모코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례를 끝내고 모두가 돌아간 시간에도 케이네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듯, 모코우와 지금은 무덤에 묻힌 할아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무덤 주변의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을 보냈을까.

시간이 지나 조금 슬픔에서 벗어난 모코우는 뒷정리를 끝냈으니 이제 돌아가자고 말하는 케이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케이네는 항상 이런 헤어짐을 겪겠지.'

그다지 여러 사람과 인연이 없는 모코우와 달리 케이네는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생이자 가장 유명한 인기인이다.

당연히 미혹의 죽림에 홀로 사는 모코우보다 더 많이 친밀한 자의 죽음을 겪을 터였고, 거기에 케이네는 단순한 인간이 아닌 반인반요이니 그 횟수는 단순한 인간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다.

'그런데도 강해.'

하지만, 걸핏하면 케이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며 두려움에 떠는 자신과 달리 케이네는 이제껏 절망하지 않고 그 모든 걸 스스로 이겨내었으며, 그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을 걱정하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이겨낼 수 있는 방도를 여럿 설명해주었다.

"...또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죠?"

"윽."

이렇게 말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케이네는 모코우의 사소한 표정 변화만으로 모코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맞힌다.

'이게 헛세월을 살아올 뿐인 나와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케이네의 차이일까.'

똑같은 긴 세월을 살아도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서로의 정신적 성장이 다르다.

1000년을 살아도 단순한 어린애일 뿐인 모코우와 달리 케이네는 모코우보다 더 적은 삶을 살아왔음에도 모코우보다 더욱 어른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난 케이네와 쭉 같이 살고 싶어."

"ㄴ..네..!?"

"응? 왜 놀라?"

"아..아니에요. 너무 순식간에 들어오셔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조금 새빨개진 케이네를 의아해하며 바라보던 모코우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건 불가능할까?"

쭉 함께 살고 싶다는 말 이후 그것이 불가능 한지에 대한 질문.

어찌 보면 죽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모코우의 질문은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말.

'죽을 때까지'를 뺀 평생을 바라는 질문이었다.

"네."

그러니 모코우가 무슨 마음으로 질문했는지를 안 케이네도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모코우의 소원을, 바램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네는 영원을 살아가지 않으니까.

봉래의 약을 마신 모코우와 달리 케이네는 반인반수라 하나 그게 다인 것이다.

"그래... 이상한 걸 질문해서 미안."

모코우 역시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을 알고...

"그렇지만, 미래에 대해 걱정만을 한다면 현재는 결코 즐길 수 없답니다?"

"..?"

하지만 케이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번 날과 같이, 옛날과 같이 다시 한번 모코우에게 입을 열었다.

모코우가 마음을 안정시켰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옛날에도 말했듯이 분명 전 모코우와 영원토록 같이 지낼 순 없겠지만, 하루하루가 색다른 날을 경험하게 해줄 순 있어요."

모코우가 이제껏 살아오며, 케이네와 만난 이후로부터 그녀에게 수십 번은 들었을 말.

"저는 모코우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옛날에도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지."

"그럼 모코우도 불안에 빠지기보다 절 행복하게 해주는 게 어때요?"

"그럴 거야."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다음의 말이 전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수준일 정도로 많이 들은 이야기였지만.

하지만, 모코우는 케이네에게서 그 말을 듣고 옛날과 같이 잠시나마 마음의 불안이 걷히는 것을 느꼈다.

조금 이유를 보자면, 지금까지 살아오며 수십 번 들어왔다는 말은 이것만큼 모코우의 마음의 불안을 없애는 조언은 없었다는 뜻이며.

또한, 얼룩 하나 없이 모코우를 위한 진심만을 담아 말한 조언과 모코우에게 있어 가장 애정하는 자가 말하는 조언은 그 정도의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후훗, 그러니 이번엔 어디로 같이 놀러 갈까요? 어제와 다른 곳으로 놀러 가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지금?!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늦었잖아. 다음에 가자고"

그러니 케이네에 의해 마음을 굳게 먹은 모코우는 이제 이 고민을 그만둘 것이다.



...몇십 년 정도 말이다.

그리고 몇십 년이 지나면 또 이 고민을 하게 되겠지.

영원을 산다 한들 단순한 어린이, 단순한 인간인 후지와라노 모코우에게 몇십 년의 세월은 너무나 기니까.

인간의 특성과 요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양쪽 모두의 장점을 가진 반인반수,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와 달리 후지와라노 모코우는 단순한 인간일 뿐이니까.

이것이 이제껏 반복해온 케이네와 모코우의 똑같은 대화.

영원토록 반복될.. 아니, 영원토록 반복되지도 못할 대화.






120계 04월 24일, 평소와 같은 밤.

수많은 대나무가 자란 숲.

미묘하게 기울어진 경사에 평형감각을 상실하며, 수많은 대나무에 의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누구든지 헤매버리도록 저주가 걸린 이 저주받은 죽림에서.

누구든지 들어가 10분만 걸으면 다시 나갈 수 없다고 전해지는 이 미혹의 죽림에서 흑발의 소녀와 백발의 소녀가 서로를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영원토록, 색다른 일 없이 언제나처럼 말이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봐? 기분이 좋아 보여."

이전에 만났을 때와 달리 다소 기분이 나아보이는 모코우의 모습에 카구야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맘대로 생각해. 난 그냥 케이네랑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니까."

그리고 모코우의 대답에 의외로 카구야는 '아 그런 일이구나' 하는 반응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카구야가 모코우의 긍정적인 변화에 그다지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유야 이미 이런 상황 역시 많이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케이네가 모코우에게 조언을 해 수십 번 그녀의 마음을 북돋아 주었던 것처럼, 카구야 역시 이런 상황을 수십 번 겪은 것이다.

"흐응, 이번엔 몇 년 가려나? 옛날엔 10년도 가지 못하고 다시 울기 시작했는데 말야."

"핫, 혹시 몰라? 계속 갈지도."

카구야는 얼마 가지 않을 거라고 비웃었지만, 적어도 지금의 모코우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러니 카구야는 평소처럼 모코우를 놀리는 대신 재미없단 표정으로 자신의 소매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30년에 걸게."

모코우 역시 카구야가 적어도 지금만큼은 자신의 성격을 건드려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조금 느긋이 온몸에 화염을 두르기 시작한다.

"맘대로 해. 적어도 지금의 난 먼 미래를 걱정하며 평생 두려움만 떨 바에야 현재 날 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낯간지러운 말 잘도 하네. 그냥 두려워하는 게 보기 좋은데."

"무슨 소릴. 새로운 인연, 새로운 관계, 끝나갈 인연에 두려워하며 평생을 사는 것보다 그게 더 효율적이지 않아?"

"너의 마음속에 있는 대상만 바꾼다면 효율적이지."

不滅 「フェニックスの尾」
불멸 「피닉스의 꼬리」

神宝 「ブディストダイアモンド」
신보 「부디스트 다이아몬드」

그리고 백발의 소녀와 흑발의 소녀 사이에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

120계 05월 03일, 예상보다 덥지 않아 놀러 가기 좋은 어느 선선한 날의 오후.

환상향 속 어느 장소, 인간들이 살아가는 마을의 서당에서 백발의 소녀 후지와라노 모코우는 푸른색이 감도는 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와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서 말야. 토착 종교의 신관 가문인 나카토미(中臣) 가였으며 이 가문의 일원이던 나카토미노 카마타리(中臣鎌足)가 다이카 개신에서..."

"무슨 소리야?" "모르겠어! 모코우! 같이 놀자!"

"모코우... 아직 아이들에겐 너무 어려운 수업이에요.."

아니, 모코우의 역사수업은 너무 어려웠던 탓에 케이네가 모코우를 뒤로 물려야 했다.

하지만 이는 악수였을까.

케이네가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다.

"선생님! 다른 거 해요!" "휴식 시간!" "모코우! 술래잡기하자!"

이렇게 된 아이들에게 억지로 수업을 시켜보았자 누구 하나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그만! 휴식시간은 반 각 전에 했잖니. 그럼 오늘은 간단한 걸 해보자."

그러니 모코우의 수업에 질린 아이들을 위해 케이네는 아주 단순한 수업을 실시했다.

바로 자신의 꿈, 소원 등 자신이 바라거나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 것.

아주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수업이었다.

'꿈이라...'

케이네의 지시에 따라 왁자지껄 종이에 자신의 소원을 적기 시작한 아이들을 바라보던 모코우는 툭툭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치는 것을 느꼈다.

"...응?"

그리고 그곳엔 새하얀 종이 하나를 든 채 웃는 얼굴로 모코우를 바라보는 케이네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하라고?"

"네."

모코우는 그제야 왜 케이네가 갑자기 꿈이나 소원을 적는다는 단순한 수업을 실시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한편, 필히 모코우의 다짐을 확고히 하라는 의미에서일 것이다.

"아..아니."

"해주세요."

그리고, 이럴 때의 케이네는 그 누구보다 고집이 세다.

결국, 약간 창피한 표정으로 모코우는 아이들의 옆에 앉아 아이들과 같이 자신의 소원을 적기 시작했다.

모습만 봐선 모코우는 다른 아이들과 거의 동갑으로 보일 정도로 키 차이가 나진 않았으니 그다지 큰 위화감은 없었지만.


「내 작은 소망은 언젠가 다가올 그 날까지 케이네와 하루라도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


아무튼, 그렇게 모코우가 적은 소원은 케이네도, 심지어는 카구야 조차 알만한 단순한 소원.

그렇지만 모코우에게 있어선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소원이었다.

'분명 그날은 언젠가 피하지 못하고 다가오겠지만, 생각해보면 아직 엄청 남았잖아?'

다가오는 미래에 있어 케이네와의 하루는 한낮 한시라도 모코우에겐 소중했으니까.

만약 그날이 다가온다면...






"그래서 몇 번째 다짐인 거야? 우사~"

"글쎄? 모코우와 만난 지가 300년은 된 것 같으니 이번이 20번은 되지 않을까?"

미혹의 죽림에서도 아주 깊고 깊은 곳.

그 누구도 찾아오기 쉽지 않은 이 장소에는 죽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느 한 저택이 우뚝 솟아 있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기에 고요함만이 가득한 이 저택의 이름은 영원정.

바로 호라이산 카구야의 거주지였으며, 그녀를 포함한 몇몇 식솔이 함께하는 거대한 저택이었다.

"킥킥, 너무 많네."

"그래? 아직 적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그리고 그 저택에서 카구야는 무슨 바람인지 조그만 크기의 요괴 토끼 한 마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우리 공주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말 없지. 나는 영원을 살아가진 않으니까."

"후후, 나보다도 오랜 세월을 산 토끼가 하는 말이라곤 생각되지 않네."

---달그락.

카구야는 토끼와 자신의 사이에 놓인 접시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케이네도 참 불쌍하네. 마음 여린 아이에게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상황도 대비해달라 말하고 싶은데 그 마음 여린 아이는 케이네가 죽은 날의 다음은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상상만 할 뿐 전혀 마주 보려 하지 않으니."

"뭐, 그래도 한 수백 년은 남았잖아? 천천히 생각해도 돼. 우사~"

"이대로면 몇천 년이 지나든 똑같을걸? 툭하면 우울해지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데 케이네가 그런 말을 할 상황이 나오겠어?"

하늘 높이 떠오른 달은 인외에게 가장 흥분되는 감정을 가져다주는 만월(滿月)이었다.

"차라리 케이네가 죽으면 모코우가 큰 성장을 이뤄내지 않을까 싶네. 케이네가 지금은 걱정하지 말고 모코우에게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자 해도 자신을 인간이라 말하는 작은 아이는 인간 시점의 시간으로 케이네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야."

수천 수만 년을 살아갈 수 있는 인외의 시점이 아닌, 1000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은 인간이라 부르짖으며 길어봐야 100년을 살 수 있는 인간의 시점을 고집한다.

그렇기에 모코우의 다짐은 '고작' 몇십 년마다 항상 흔들린다.

카구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챈 토끼는 어린아이 같은 웃음으로, 그러나 다르게 보면 셀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인 같은 웃음으로 쿡쿡 웃었다.

"심지어 1000년을 살아왔다 해도 그 대부분의 세월을 무의미하게 보냈고, 또한 무의미하게 보낼 예정이니 그녀는 언제나 애정 고픈 여린 여자아이일 뿐이지. 우사~"

태어나서 십여 년을 인간으로 살아와 봉래의 약을 먹고, 700여 년을 오직 카구야만을 찾아 무의미하게 돌아다녔다.

결국, 300여년 전, 카구야를 찾아냈지만 그것 또한 무의미한 일.

지금까지 모코우와 카구야는 무의미한 죽고 죽임을 반복하고 있다.

"케이네를 만난 건 모코우에게 있어 행운이지만, 다르게 보면 불행이기도 해. 뭐,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런 것도 의미가 없어지지만."

그 와중, 반인반수인 케이네를 만나 조금 정신적 안정을 얻었다 해도 모코우는 그 기회를 성장이 아닌, 정신적 안정으로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쉬이 말해 반쯤 어머니로, 이미 옛 저녁에 죽어 묻혔을 그녀의 어머니를 반쯤 겹쳐보고 있는 것이며 모코우는 그런 케이네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과 같다.

후지와라노 모코우의 시간은 몇 년이 지나도 무슨 경험을 쌓아도 지금의 마음가짐이라면 봉래의 약을 먹기 전 아직 어린아이였던 그녀에 멈춰있을 것이다.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이 모코우에겐 인간을 기준으로 몇 번을 다시 살아갈 정도로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의미 없네. 모코우는 일단 자신이 인간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게 독이야."

인간이 여타 다른 인외보다 정신적 부분이 탁월이 강한 건 그야말로 그들이 너무나도 짧은 세월인 100년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떠한 인간도 100년이 아닌 수백, 수천의 시간을 준다면...

"수많은 시간에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수많은 정신적 병을 얻게 될테지. 무엇보다도 수많은 시간을 살게 된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인외. 결국은 인외가 인간보다 정신이 약하다는 말이야. 우사~"

---후릅.

"그래도 한.. 그래. 만 년, 십만 년 정도 뒤에는 모코우도 자신의 현실을 직시한 어른이 되지 않겠어? 공주님은 바라지 않는 일이겠지만. 우사~"

물론 아직 1000년 정도 지났을 뿐이다.

모코우에게는 아직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날이 남았고, 언젠가 그녀도 유의미한 경험과 인연을 겪어 단순한 어린 여자아이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나는 걱정 없어. 모코우는 다소 변화는 있을지언정 항상 내가 바라보는 그대로일 테니까. 인간인 이상 그녀는 여린 그대로야."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것마저도 카구야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원을 살아갈수록 세상의 모든 것은 경험으로 뒤바뀌어 색다른 건 익숙한 것으로 바뀌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영원히 그리고 언제든지 모코우를 휩쓸고, 그것은 결국 주박이 되어 인간인 모코우를 영원 속에 가둘 거야."

"킥킥, 공주님의 말이 틀릴지 틀리지 않을지 궁금하네. 아니면 혹시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지 누가 알아? 영원히 살았었다는 건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그말 그대로 미래는 모르지. 그래도 난 내 생각이 더 높다고 봐."

영원히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카구야도, 모코우도 결국은 숫자로 샐 수 있을 만큼 살아왔을 뿐이다.

영원이란 무한.

영원히 살 수는 있어도 영원히 살아왔었다는 말은 없으니.

수많은 삶을 살아온 카구야조차, 아니면 달의 현자라 불리는 영원정의 거주자 야고코로 에이린조차 지금껏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다.

"분명 모코우는 앞으로도 수많은 인연을 만나며 성장할 테지만, 영원히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저주는 그것마저 언제든지 다시 성장하기 전으로 돌려낼 거야. 우리가 그러했으니까."

두 인외가 그러한데 인간인 모코우는 어쩌겠는가.

언제나 인간을 고집하는 모코우는 어쩌겠는가.

"인외라 해도 인간이라 해도 똑같아. 영원이란 그런 거야."

"모코우는 거기에 인간을 고집해서 더 고통받는 거고 말이지. 아까의 말을 조금 정정. 이상한 부분에서 모코우는 우리 인외보다 정신적으로 강하네. 우사~"

"확실히. 영원 속에서 언제나 그녀는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으려 들겠지. 인외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야."

카구야의 말에 토끼는 무언가 요묘한 얼굴로 고민을 하다 한껏 기대하는 표정으로 카구야를 바라보았다.

"영원이라... 공주는 내가 죽어도 슬퍼할까?"

"당연하지. 이전번의 영야이변을 끝으로 내 시간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애초부터 나는 그렇게 만난 인연을 무시할 정도로 냉혹한 성격이 아냐."

"하하, 그 시간도 많은 세월이 지나가면 잊히겠지만."

그런 표정도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씁쓸한 표정을 담은 웃음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그건 당연해."

---후릅.

"...그러고 보니 오늘은 보름달이네."

"영야이변이 생각나. 우사~"

하늘 높이 뜬 보름달의 이상한 마력에 취한 탓일까.

평소라면 여기서 대화를 끊었을 카구야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말을 이었다.

"...불로불사란 저주. 기껏해야 1000년을 산 아이가 영원을 가늠하기엔 너무 커."

"그것이 인간이라면 더 그러겠지. 우사~"

"마음껏 기뻐하고 좋아해도 우리는 죽지 않는 몸."

마치 오늘만큼은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드러내고 싶다는 듯 카구야는 계속해서 요괴 토끼, 이나바 테위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옛날에 지구의.. 그러니까 옛날 이쪽 환상향을 기점으로 서쪽의 나라에는 천년을 살아가는 엘프, 그리고 만년을 사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그렇다면 어딘가에 수만 년을 사는 요괴 역시 있을 수 있겠지."

그러나 그런 시간조차 봉래의 약을 먹어 불사가 된 봉래인에겐 티클 같은 날일 뿐이다.

"그조차도 우리에 비하면 덧없는 시간이야."

영원토록 살아갈 수 있는 삶.

그것은...

"저주."

모코우가 새로운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인연은 사라지며, 버티고자 더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도 더 시간이 지나 결국은 사라진다.

천년, 만년, 수억 년이 지나도 남는 건 우리니.

인류가 멸망하고, 모든 인외가 멸망해도 남는 건 우리니.

"결국엔 모코우는 내 손바닥 안이야. 나에게 품은 감정이 무엇이든 결국 나에게 오게 돼 있지."


그날이 된다면, 모코우는 결국 카구야에게 올 수밖에 없으리라.


"어라, 공주님. 취했어? 평소엔 내가 그렇게 함정을 깔고 깔아도 모코우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더니 오늘은 묻지 않아도 술술 부네."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확 틀어진 대화의 주제에 당황할 만도 하건만, 테위는 당황의 감정에서 온 놀람이 아닌 의외라는 감정에서 온 놀람의 표정을 지은채 무슨 바람으로 그리 꼭꼭 숨겨둔 속내를 드러내냐고 카구야에게 물었다.

"후후, 그러게. 달에 취했나 봐. 날 죽이겠다고 찾아온 모코우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마음이 들떠."

"옛날, 공주님과 결혼하기 위해 모였던 수많은 구혼자가 울겠어. 공주님이 사실 여자를 좋아한다니. 우사~"

테위는 그런 카구야의 미소를, 그 어느 미인보다 아름다우나 그 어느 인외보다도 욕망에 가득찬 카구야의 미소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모코우도 참 불쌍한 아이네. 왜 이런 공주님의 마음에 들었는지. 너무 무거운 사랑이야."

"어머. 봉래의 약을 먹은 순간 모코우의 운명은 이미 결정 났어."

아버지의 복수, 불로불사가 돼버린 것에 대한 절망, 그 외에 여럿.

그리고 그 모든 걸 모코우는 카구야를 죽임으로써 해결하려 했다.

모코우가 카구야에게 복수하기 위해 봉래의 약을 먹었는지, 아니면 그럴 마음은 없었지만 우연찮게 봉래의 약을 먹게 되었는지.

그것은 불확실했지만, 후지와라노 모코우의 삶은 그런 목적을 마음속에 품은 채 봉래의 약을 먹은 순간부터 호라이산 카구야에게 귀속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해. 이제 와서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지. 나는 불사의 몸이 되었음에도 나만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모코우에게 끌리고, 모코우는 그 무엇이 되었든 자신을 받아줄 자는 나밖에 없다는 걸 언젠가 깨달을 테니까."

카구야는 머릿속에 순백의 머리카락을 가진 모코우를 떠올리며 쿡쿡 웃었다.

"불사의 저주는 절대 풀리지 않고, 모코우의 욕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닮고 닮아 오직 나만을 향해서만 욕망을 드리우게 될 거야. 순백의 머리카락과 같은 마음은 내 색으로 물들게 되겠지."

결국, 모쿠우에겐 카구야밖에 없다.

"그런 걸 바라고 있다니 참 무서워."

"후훗. 바람을 피워도 이만큼이나 기다려주는 사랑이 어디 있다고."

아무리 기뻐하고 슬퍼하고 다른 일을 모색해도 모코우의 앞날은 이미 결정되었다.

무엇을 하든 모코우는 시간의 차이일 뿐 결국 계속해서 똑같은 방향으로 절망할 것이고, 그녀에게 달라지는 건 주변에 케이네처럼 자신을 버티게 해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뿐일 테니까.

케이네가 죽고, 레이무가 죽고, 마리사가 죽고, 자신을 아는 모든 이가 죽어도 모코우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이 멸망한다 해도 오직 카구야와 모코우만은 살아남을 것이니.

"언젠가 모코우는 나의 품속에 안기게 되겠지."

후지와라노 모코우는 호라이산 카구야의 것이다.

그건 결국 시간 문제야.

그리고 난 시간이 많지.

"영원토록 기다릴 테니 그 결말만을 기다리고 있을게. 모코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