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심독신(讀心獨身) - 큘라마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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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괴물에게조차 미움받는 괴물이 있다면 믿으시겠나요?
인간에게도 미움받고, 괴물한테조차 핍박받는 그런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마치 배신을 밥 먹듯이 되풀이한 박쥐마냥 쫓겨난 그런 존재가 있다고 믿으시나요?
옛날 전래동화에나 있을법한 그러한 존재.
애석하게도, 제가 그 주인공이랍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저는 누구에게나 미움받는 그런 저주받은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여러분은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신가요?
개중에는 말로 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걸 알아들어서 대화가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뭐야, 어떻게 알았어? 누군가 내 속을 들춘 기분이야. 기분나빠."
"읽지 마. 읽지 말라고! 꺼져버려! 죽여버리기 전에!!"
대부분은 혐오하는 기색이 연연했어요.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이 사람 앞에서는 내 치부도, 내 약점도 전부 드러나버린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 때문에 미움받는다고하면 저는 애초부터 미움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네요.
정말 비참하고 슬프지만, 이미 태어난 이상 이것을 바꿀 수 있지는 않잖아요?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잘나신 신님의 주적인 요괴인걸요.
그렇게 정처없이 돌팔매질을 맞고 돌아다니던 어느 날, 문득 풍문으로 들은 것이 생각이났어요.
지상의 요괴들에게 미움받아 쫓겨난 지저 요괴들의 이야기. 저는 그 이야기를 생각해내고는 작은 희망을 품었답니다.
"지저에서는.... 나를 받아줄지도 몰라."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저로 향했고, 지저의 요괴들도 이런 저의 사정을 듣고 들여보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순조로웠죠.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글쎄요. 이 능력때문이겠죠.
저는 지저 요괴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일념 하에 그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마음에 들어할 법한 일을 자진해서 했었어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다름아닌 제 이런 행동은 마음을 반드시 읽어야 실행할 수 있는 것. 당연히 상대방도 자신의 마음이 읽혔다는 사실을 알 수밖에 없죠.
지저 요괴들은 배려심이 넘쳐서 겉으로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모든 이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어요. 겉과는 상반된 마음의 소리 역시 들을 수 있었죠.
덕분에 저는 미움받는 요괴 천지인 지저에서도 미움받는 웃기는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솔직히 말해서, 제 능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마음을 읽는다. 그건 상대의 제일 순수한 부분을 캐치할 수 있다는 것. 상대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다는 능력 자체가 있다는 것은 저에겐 축복이라 생각해요.
다만, 읽혀도 너무 많이 읽힌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네요.
쓸데없이 많은 것을 읽어버리는 바람에 남들에게 민감한 점까지 전부 보이니까요.
어느정도 민감한 점을 건드리지 않는 "관계"라는 것에 있어서 이것은 치명적인 요소였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지령전에 들어섰을 때에는 이미 지옥령조차 오지 않은 지독히도 외로운 곳이 되버렸으니, 진즉 깨달았다면 뭔가 달랐을까요? 지금에서는 알 수 없게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에게도, 어엿히 친구는 있답니다.
말을 못하는 지옥의 동물들. 친구라기보다는.... 기르는 애완동물일까요? 외롭지는 않지만 허전한 느낌이 드네요.
저에게 말을 걸어와주는 동물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제가 원했던 관계를 그들에게 요구하기엔 어떨까 싶네요. 평범하게 남들과 대화를 하지 못해 언어를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요괴라니. 왠지 웃기기도 하네요.
이곳 지령전. 드나드는 이조차 없는 때깔 고운 폐허.
저는 그 중에서도 가장 깊게,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는... 이른바 유폐와 똑같은 상태라 볼 수 있겠네요.
딱히 힘이 세거나 세상을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남들의 심층을 읽는 그 능력 하나만으로 지금 이런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상상을 초월한 능력이라는게 새삼 느껴지네요.
몇 번이고 생각한 것이지만, 제 능력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느껴져요.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에서 단 한 편의 생각을 떨쳐내기 힘드네요. 만약 이런 능력이 없었더라면, 저도 평범하게 친구관계를 만끽할 수 있었을까 하고.
별 것 없는 것으로도 싸우고, 실수로 마음에 안드는 것을 모르고 했다가 혼나기도 하는 보잘 것 없으면서도 평범한 그런 관계를 저도 경험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
어라, 뭔가 떨어졌는데.
물...?
지옥에 그런게 있을리가 없을텐데.... 어라, 시야가 뿌얘. 대체 왜.....?
어머, 혹시 나..... 지금 울고있어?
어느샌가 꺽꺽하며 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흐느끼는 제가 있네요.
왜 이런지는 몰라서 당황했다가, 이제야 알았어요. 남의 마음을 읽었기만 했을 뿐, 제 마음을 읽을 기회가 없었네요. 그래서.... 이제서야 제 마음을 알자마자, 솟아서 넘치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요.
저..... 너무 외로워요. 동물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나도 외로워요.
외로워. 나도 평범하게 웃고 지내고 싶어. 햇살을 쬐고 실없이 수다를 나누고 싶어. 가끔 늦게까지 놀다가 아쉬워하면서 헤어지고 싶어. 나도...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싶어.
이제까지는 괜찮은 척을 해봤지만, 이젠 한계야.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에 소매를 적시면서 제 감정에 한껏 솔직한 울음을 내보자. 이 기분을 누구에게도 토로할 수는 없지만, 흘러라도 가게...
하지만 어째서일까. 흘려도 흘려도, 계속 새어나오는 눈물에 비해 내 감정은 전혀 잦아들지 않아. 한껏 어두운 방 안에 꼴사나운 내 울음이 내 귀로 직접 들리지만 그런 게 신경쓰이지도 않아.
이런 삶은 싫어.
이런 내가 싫어.
이런 상황이 싫어.
이런 삶은 내가 원한 것도 아니잖아? 내가 선택해서 고른 길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살아야 돼?
싫어, 싫어. 너무나도 싫어. 억울해, 억울해. 난 그저 남들과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런 날 받아줬으면 했는데.... 그래준다면 인간이고 요괴고 상관 없었는데.... 아무도 날 받아주지 않아.
마음을 읽히는게 그렇게 싫어...? 왜? 내가 그 기억 속의 당사자도 아니잖아. 근데 왜 내가 미움받아야 돼...?
어두컴컴하고 울음소리만 들려오는 이 곳 지령전. 지옥불만이 유일한 빛인 숨이 턱 막힌 지하감옥과도 같은 곳.
누구라도 좋아. 신이라도 믿을래. 종족이 다르다고 해도 상관 없어.
제발 누가 나를 이 어두운 곳에서 데려나가줘. 내게 관계의 따뜻함을 알려줘. 누가.... 나를 좀 구해줘.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 그런 와중에, 내 애완동물들이 한껏 소란스러움을 느꼈다.
어라, 별 일이네. 밥 달라고 칭얼대는 것보다 더 큰 울음은 들어본 적이 없어. 무슨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한껏 폭발음이 들려왔다. 뭐지...? 대체 뭐야....?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눈 앞에 누군가가 와있어. 어라, 말도 안돼. 이런 곳에 누가 찾아올 리가 없을텐데.... 심지어 저 복장은.... 뭐지....
무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