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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글알못 팬픽대회

유일 신 - 쓸개천냥

새까만 밤이 진작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밝은 호롱등들 밑에서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마을 유곽의 중심지.

수많은 술집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유흥을 즐기고 있는 부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적인 소녀 한 명이 눈에 띈다.

자신의 초췌한 몰골을 이끌고, 최흉최악의 자매 중 언니인 요리가미 시온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인 죠온을 찾기 위해 유곽 이리 저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녀가 온종일 한 끼도 먹지 못한 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동생을 찾아 헤매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죠온이라면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자신의 공복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믿음 때문이었다.

매번 자신의 동생에게 쓴소리를 듣긴 하지만, 그런데도 꼬박꼬박 챙겨주는 죠온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덤으로 공복도 해결되니 언니로서 자존심은 진작에 내다 버린 지 오래였다.

오늘 밤은 또 어떤 맛있는 요리를 먹는 걸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걷고 있던 시온의 눈앞에, 창가 너머로 죠온의 뒷모습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간 시온은 처음 보는 남성과 즐거운듯한 미소로 연신 대화를 이어나가는 죠온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곧 먹게 될 식탁의 음식만을 바라보았다.

오늘 저녁은 빵이로구나. 헤헤….

군침을 삼키며 시온은 소리 없이 능숙하게 창가를 두들겨대며 죠온을 불러내었다.

언니를 눈치챈 죠온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늘 있는 일인 듯 자연스럽게 가장 커다란 빵 하나를 손에 쥐어 들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빵을 건네받은 시온은 `어차피 오늘은 이걸로 쫑낼예정이었으니 이거라도 먹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도로 들어가버린 동생을 기다릴 겸, 술집 건물에 등을 기대었다.

 

아~앙.

 

고대하던 첫 끼의 한 입을 베어 물려던 그 순간, 시온은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대낮처럼 밝은 호롱등과는 대조적으로 새까만 밤이 내려온 골목길에는 꼬마아이가 한 명 앉아있었다.

외관으로 보면 9살쯤 돼 보이는 어린 소년이 왜 이런 밤길에 있는 건지, 솔직히 시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무시하고 빵을 먹기 위해 입가로 손을 올린 시온은 문득, 저 아이의 시선이 자신의 빵에 쏠려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자신의 손동작에 맞추어 고개를 움직이는 누더기 소년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애처로움이 느껴진 시온은 결국,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터벅터벅….

 

시온의 발걸음이 아이의 앞에서 멈춰졌다.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 아이는 겁에 질린 듯, 고개를 떨구고 만다.

소녀는 자세를 낮추고, 자신의 야윈 손에 쥐어진 빵을 소년에 눈 밑에 내려놓는다.

고개를 든 소년의 눈앞에, 유곽에 흘러넘치는 주홍빛 섬광이 그녀의 등 뒤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느낀 소년이 신님이냐고 물어보자, 시온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떠난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온이 할 일은 다시 주린 배를 부여잡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죠온이 밖으로 나왔다.

양손에 아무것도 없이 배만 부여잡고 있는 시온을 바라보며 죠온이 한심스럽다는 듯 말한다.

 

 

"언니, 벌써 빵을 잃어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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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빵을 들고 소년이 뛰어간 곳은 마을 외곽 후미진 곳에 있는 판잣집이었다.

유곽으로부터 어느 정도 먼 거리임에도 쉬지 않고 달려온 꼬마아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병에 걸린 자신의 여동생을 돌보는 것이었다.

마을의 의사에게 사정사정해서 진료를 봤지만, 이미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죽어가는 모습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마음은 나날이 부스러지고 있었다.

마을을 휩쓴 역병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부모를 잃은 두 남매에게 주어진 거라곤 그저 이 낡은 집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러므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누구를 향해 원망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신이라는 존재를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서 어렴풋이 듣고서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 불만도 토로할 수 없었다.

목 놓아 울더라도, 그것은 그저 소리를 지르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다만, 아프고 배고파서 울지도 못하는 자신의 소중한 여동생의 작은 소원 하나 들어줄 수 없다는 자기 자신이 그렇게나 미웠다.

 

소년은 알고 있었다.

이제 곧, 여동생은 떠나리라는 것을.

 

그러므로,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이 가져다준 빵을 먹고 미소를 짓고 있는 여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오래전이라 잊어버린 그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소년은 오랜만에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다.

 

신님께 감사를..

 

남매의 행복한 잠자리를 끝으로, 소년에 집 앞에는 작은 무덤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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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너 요새 몸에 생기가 도는거 같은데.. 뭔일 있었어?"

홍백의 무녀가 의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빈곤신을 향해 쏘아붙였다.

 

 

"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비질을 하며 신사를 청소하고 있던 시온은 레이무의 질문에 재빠르게 부정했다.

실제로 시온이 따로 무언가 꾸미고 있지 않다는걸 레이무도 알고는 있었다.

한 번 사고 친 이후로 또 이변을 일으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은 물론이고 애초에 성격 자체가 뒤에서 뭔가 음흉하게 꾸밀 녀석이 아니긴 했다.

요새 꿈의 주민들 회수에도 착실하게 참여한 것 같기도 하고, 신사에서 이렇게 지내는 것에도 나름 만족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무녀의 감이 말하고 있다. 무엇인가 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녀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건 맞으니 말이다.

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에 휘말렸거나….

하지만 이런 자잘 자잘한 변화까지 한소리 하기에는 열심히 청소하는 시온에게 뭐라 하긴 마음에 좀 걸렸다. 애초에 큰 변화는 아니니깐….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별일 아니겠거니 레이무는 주제도 바꿀 겸 한마디를 던졌다.

 

"아니면 누가 매일같이 기도라도 올리는 거 아니야? 하긴 뭐, 누가 이런 빈곤신한테 기도를 올리.."

"아니라고 했잖아!!"

 

갑작스럽게 빗자루를 땅바닥에 집어 던지며 소리를 치는 시온을 바라보며 레이무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어이가 없어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기둥에 세워둔 불제봉을 쥐어 잡았다.

 

"아니,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기분 상한 레이무가 부적을 쥐어잡고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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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인님, 천인님…. 저기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헤헤…."

항상 텐시에게 이것저것 부탁만 하는 시온이었지만, 이번 만은 뭔가 조금은 다르단 걸 느낀 그녀는 시온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흠…. 알겠다.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쓸 것은 없어. 그럼, 같이 외출이나 할까?"

텐시는 안도한 듯한 미소를 짓는 시온의 모습을 보며 떠날 채비를 갖췄다.

 

 

대낮의 유곽의 모습은 한산하다고 할만했다.

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지만, 그런데도 오늘 밤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보이곤 했다.

그렇게 길을 걷기를 수 분.

그녀들이 도착한 곳은, 이전에 시온이 빵을 베풀었던 그 술집의 골목길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그 흔적조차 말끔하게 이미 치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들로서는 이렇다 할 방도가 없었다.

 

텐시는 고개를 돌려다 보았다.

시온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어쩔 수 없이, 텐시는 시온을 밖에 세워두고 술집으로 들어가 주인장을 만나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차라랑-.

문이 열리자 작은 종이 울렸다.

그렇게 마중 나온 주인장은 천인을 알아보았으며, 그들의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몸은 그나마 멀쩡했던 아이가 있었다.

낮에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밤에는 이곳에서 먹을 것을 동냥하곤 했다.

그래서 남은 음식을 줬더니 바로 먹지 않고 기도를 한 번 올리더라.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안쓰러워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나눠 주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그 아이가 쇠약해지는 게 눈에 보이더라.

자잘한 상처들은 늘어가고, 생기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런데도 음식을 주면 기도는 꼬박꼬박 올리긴 하더라.

 

 

....

어느 순간, 그 아이의 피부가 썩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병에 옮을까.

이젠 그 누구도 다가서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도는 올리더라.

 

...

엊그제, 그 아이의 시체를 보았다.

근처에 있던 절의 승려가 장례를 치른 것 같았다.

 

"... 그래서 저 자리를 그냥 내버려두기 뭐해서. 오늘 치운 참입니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천인님이 와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도대체 그 어린아이가 그렇게나 찾던 신은 어떤 분이시길래 무정하기도 하지…."

 

"됐다. 주인장."

텐시는, 그 이상의 말을 끊고 감사의 인사를 남긴 뒤 문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녀의 얼굴에는 표정 하나 묻지 않고 덤덤한 모습이었지만, 시온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유곽의 골목이 언제나 지저분하다는 것은 요리가미 자매에겐 상식이었다.

그러므로, 그곳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는 사실은 단 하나의 사실로 귀결된다.

 

 

...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흘러들어오는 신앙심이 초래할 결과를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만일 내가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면, 그 아이는 더 큰 불행에 휩싸이고 말았겠지.

[나의 작은 변덕으로 얻고있는 이 아이의 신앙심을 멈춰주세요. ]

이런 소망을 가졌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알고싶지 않았다.

조용하게 끌어안아 주는 텐시의 품 안에 잠긴 체 빈곤신의 눈물 한 방울이 유곽 어딘가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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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요리가미 자매의 집.

예전엔 자매 둘 다 이 방에서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시온만이 홀로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정체성을 대변한다는 듯, 다 낡아서 무너질 것 같은 이 집에서 가장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시온 자신이었다.

지금 그녀 주변에는 검게 피어오르는 누군가의 신앙심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주변에 있을 천인의 영향으로 억제되었을 힘이었겠지만, 불행히도 이곳에 그녀는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이변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갑작스레 그녀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 두 손은 불안정한 그녀를 자애롭게 품어안았다.

자신과 같은 숙명을 달고 태어난 자.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

따스한 쌍둥이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시온이 내뿜던 기운이 점차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

어느 정도 진정된 언니를 향해, 죠온은 상냥하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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